빅테크·핀테크 업체가 제각각의 방식으로 증권사를 끌어안고 금융 서비스를 확대하면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압도적 고객을 보유한 플랫폼 지위를 이용해 금융상품을 팔기 시작하면 고객에게 꼭맞는 상품을 추천하기 어렵다는 점과 사회 취약계층의 금융소외 현상이 두드러질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 제휴와 인수, 설립…3社3色
네이버 산하 네이버파이낸셜의 전략은 '플랫폼'이다. 네이버파이낸셜이 신용평가 시스템 등을 제공하면 미래에셋캐피탈이 이에 기반해 대출을 일으킨다. 연내 해당 대출 상품을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입점 사업자 대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네이버에서 금융사와 이용자가 만나는 구조라 금융업 라이선스는 필요없다.
일각에서는 '손에 흙을 묻힐 생각은 않고 열매만 따먹으려 한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하지만 여전히 라이선스 취득 없이 플랫폼 전략을 유지하겠다는 방침이다. 지금은 미래에셋그룹과 손을 잡고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앞으로 경영 여건이 허락되는 선에서 다른 금융기관과 협력 관계를 확대해나갈 것이라는 계획이다.
카카오는 기존 금융사를 인수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2014년 출범한 카카오 간편결제 자회사 카카오페이는 2018년 옛 바로투자증권 지분 60%를 400억원에 인수해 올해 2월 카카오페이증권으로 새롭게 출범시켰다. 현재 카카오페이 모바일 앱을 채널로 삼아 간편결제와 송금, 펀드 투자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앞으로는 손해보험사도 자체 설립해 카카오페이 채널 안에서 보험상품을 선보이겠다는 계획이다. 아직 예비인가 신청도 이뤄지진 않았지만 보험사 설립 작업이 마무리될 경우 카카오는 산하에 인터넷은행(카카오뱅크)와 더불어 카카오페이를 통해 증권사와 보험사 등을 거느리는 종합금융사업자로 발돋움하게 된다.
아예 직접 증권사를 설립한 곳도 있다. 모바일 앱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는 증권사 설립을 위해 올해 1월 자본금 250억원을 들여 100% 자회사 토스준비법인을 세웠다. 토스준비법인은 올해 3월 투자중개업 예비인가를 획득하고 8월 말 본인가를 신청했다. 본인가 심사는 다음달 금융위원회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앞서 2017년 신한금융투자 제휴를 통해 토스 앱에서 종합자산관리계좌(CMA) 개설과 펀드 및 해외주식 투자 서비스를 선보였다. 하지만 증권사를 자체 설립하기로 결정하면서 현재는 고객 확대를 멈춘 상황이다. 김고은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직접 사업자로 나선 이상 공격적인 수수료 정책을 펼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역선택·금융소외·책임 불명확' 지적
간편결제와 간편송금 서비스로 시작해 고객을 끌어모은 이들 기업들이 증권사를 끌어안으면서 기존 금융업권의 경계심도 커지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저금리 기조 하에서 젊은 세대의 투자활동이 활발해진 만큼 2030세대가 몰려있는 플랫폼 업체 증권업 서비스가 본격화하면 '메기효과'가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업체들이 금융업권에 진입하는 데 따른 우려의 목소리도 따른다. 국회 정무위원장을 맡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윤관석 국회의원은 지난 23일 발간한 '빅테크 금융진출과 향후 정책 방향'이라는 제목의 국정감사 정책자료집에서 빅테크 등장의 단점으로 ▲역선택 가능성 ▲금융소외 ▲책임소재 불명확 등을 지적했다.
역선택 문제는 기업과 이용자 간 정보 불균형을 꼬집은 것이다. 테크 기업들은 주어진 정보를 활용해 금융상품을 제공하지만 이용자가 본인 신용정보를 완전하게 공개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이용자는 플랫폼 채널에서 접하는 상품에 만족감을 느끼지 못할 수 있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이용자는 결국 떠나게 되고 시장에는 평균 이하의 상품만 남게 된다.
금융소외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고령자와 장애인 등은 디지털 수단 활용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있어 테크기업들의 금융서비스가 보편화하면 할수록 오히려 접근성이 떨어질 수 있다. 비대면 채널 상의 금융상품 추천이 판매를 중개하는 것인지 상품을 광고하는 것인지 명확한 구분이 어렵다는 점도 풀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네이버파이낸셜과 카카오페이, 비바리퍼블리카 모두 본인신용정보관리업(마이데이터) 예비허가를 신청해 놓은 터라 내년 1월 본허가를 취득하게 될 경우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데이터를 주고받아야 하는지 기준선이 불명확하다는 점도 향후 업체간 마찰로 비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목소리도 이어진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빅테크 핀테크 업체들이 기존 플랫폼 채널을 이용해 금융상품을 팔게 되면 플랫폼 독과점 현상이 일어나기 때문에 기존 금융업계와 상생하려면 이 부분을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며 "금융시장 경쟁이 신규·기존 업체 간 덩치싸움으로 흘러가지 않도록 촘촘한 감독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