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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번가에는 있고 네이버에는 없는 '이것'의 정체는

  • 2020.11.06(금) 14:26

네이버통장 '계좌개설 후 20일 내 신규계좌 제한' 없어
플랫폼·유통업계 제휴로 증권계좌 증가세…당국도 고민

평소 온라인 쇼핑을 애용하는 이씨(33)는 포인트 적립 혜택을 받으려고 11번가가 내놓은 증권통장을 개설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이씨는 계좌를 개설할 수 없었습니다. 20영업일 내 금융기관에서 개설한 계좌내역이 존재한다는 이유 때문인데요. 약 2주전 카카오뱅크 계좌를 신규 개설했던 것이 떠올랐습니다.

쇼핑을 하던 중 포인트 적립 혜택을 받으려고 제휴통장을 개설하려는데 막혀버리니 답답했다는 이씨. 온라인 쇼핑몰 이곳저곳을 살펴보던 그는 네이버통장은 11번가 통장과 달리 개설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시도라도 해보자고 생각했는데 이씨는 가입은 물론 신규 혜택으로 포인트 1만점도 받았습니다.

이씨의 '11번가 신한금융투자 증권통장' 개설을 가로막은 제도는 '단기간 다수계좌 개설제한'입니다. 신규계좌를 개설하고 20영업일 안에 입출금통장 계좌를 추가 개설하려면 계좌 개설목적을 밝히도록 한 정책입니다. 대포통장 근절대책의 일환으로 2010년 행정지도 형태로 시행돼 지금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의무사항이 아니라 권고사항인 까닭에 적용여부는 금융기관이 스스로 정합니다. 시중은행은 정책취지에 따라 일제히 해당 정책을 적용해 따르고 있지만 증권업계는 상대적으로 유연한 모습입니다. 적용한 곳이 있기도 하고 하지 않은 곳이 있고요. 처음에는 했다가 나중에는 하지 않는 등 변화를 주는 곳도 더러 있습니다.

개설제한을 적용하지 않는 증권사는 투자활동에 차질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웁니다. 종합자산관리계좌(CMA)만해도 RP형과 MMF형, MMW형 등 운용자산에 따라 종류가 다양한데요. 다른 자산에 투자하기 위해 통장을 개설하려고 하는데 개설제한에 막히면 투자활동에 제약이 생길 것을 우려한 조치라고 합니다.

증권사의 이 같은 조치는 빅테크 제휴 입출금통장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올해 6월 중순 미래에셋대우와 함께 이른바 네이버통장으로 불리는 '미래에셋대우 CMA RP(채권)형'을 출시했는데요. 단기간 다수계좌 제한을 적용하지 않는 미래에셋대우는 네이버통장에도 똑같이 제한을 적용하지 않습니다.

이씨가 11번가 증권통장과 달리 네이버통장을 개설할 수 있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단기간 다수계좌 개설에서 자유로웠던 덕분이죠. 네이버통장 혜택은 쏠쏠합니다. 네이버페이와 연동해 충전하면 3% 적립 혜택을 제공하고 연말까지 통장을 신규개설하면 1만 포인트를 제공합니다. 계좌를 트는데는 10분도 안 걸립니다.

극강의 편의성과 막강한 혜택을 내세운 덕분인지 네이버통장 가입자는 빠른 속도로 증가했습니다. 지난 6월 중순 네이버통장을 처음 시장에 선보이고 불과 한 달 만에 가입자 27만명을 끌어 모았습니다. 하루 가입자만 1만명이 조금 덜 되는 수준이었는데요. 올해 연말까지 가입자수 70만명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금융당국 입장은 복잡하고 미묘합니다. 지금까지 증권업계가 단기간 다수계좌 제한을 유연하게 적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은 입출금 계좌가 대부분 은행에 집중돼 있어서 제한된 행정력을 전방위로 확대하기 어려웠기 때문이었습니다. 증권사 CMA 개설수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우려가 커졌습니다.

최근 대포통장 등을 이용한 불법 행위가 줄어들고 있는 것도 감독 명분을 희석시키고 있고, 비대면 금융서비스 이용을 장려하는 기조도 무시할 수 없어 무턱대고 감독을 강화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올해 5월에는 국민권익위원회에서 단기간 다수계좌 제한조치가 금융소비자 불편을 야기한다고 지적을 하기도 했습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최근 공모시장에 자금이 대거 몰리고, 빅테크 업체 제휴로 증권사 입출금계좌 개설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면서 "단기간 다수계좌 제한을 준수는 권고사항이기도 해서, 최근 증권사에 불법자금 용도로 악용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달하기도 했다"고 전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자발적으로 정책을 준수하는 곳은 반가울 수밖에 없습니다. 이커머스 기업 11번가가 신한금융투자와 출시한 증권통장이 대표적입니다. 신한금투는 단기간 다수계좌 개설제한 조치를 준수하고 있어 이 통장에도 그대로 적용합니다. "사업 유불리를 따지기보다 정책을 준수하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입니다.

네이버파이낸셜과 미래에셋대우의 조치가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다만 급속도로 커지고 있는 영향력만큼 만약의 사태에 대한 준비 역시 갖추길 기대하는 목소리 역시 커지는 것은 틀림없습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비금융업권 업체가 금융사 제휴를 통해 서비스를 출시하면서 준수해야 할 영역이 확대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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