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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과 은행 사이'…IPO 앞둔 카카오뱅크 기업가치는 

  • 2021.05.13(목) 10:06

상장 후 20조 안팎 시총 기대…장외 40조원
금융 아닌 플랫폼 기업으로 보면 충분히 타당
성숙단계 진입 후 금융주 잣대로 6조대 회귀

이르면 오는 7월 증시에 데뷔하는 카카오뱅크의 기업가치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이미 장외시장에서 시가총액이 40조원을 넘나드는 데다 기업공개(IPO) 시 20조원 안팎으로 전망되면서 고평가 논란이 끊이지 않지만 금융이 아닌 플랫폼 기업으로 볼 때 차고 넘친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이런 가운데 플랫폼 기업으로 부각되고 있는 카카오뱅크가 기존 은행들처럼 성숙 단계에 진입하면서 금융주 잣대를 들이댈 경우 기업가치가 6조원대까지 내려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결국 시중은행을 넘어서는 밸류에이션을 정당화하려면 플랫폼 기업으로서 고성장과 확장성을 꾸준히 지속하는 것이 관건으로 지목된다.

카카오뱅크의 시장가치는 현재 20조~30조원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말 유상증자 당시 9조3000억원으로 가치가 측정됐지만 IPO 시에는 2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고, 이미 장외시장에서는 주당 10만원대로 치솟으며 시총 40조원을 넘보고 있다.  

금융지주 가운데 시총 1위인 KB금융이 20조원대인 것을 감안하면 카카오뱅크의 기업가치에는 상당한 프리미엄이 형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4대 금융지주의 경우 주가수익비율(PER)이 4~5배지만 카뱅은 올해 예상치 기준으로 146배에 달할 전망이다. 주가자산비율(PBR) 역시 금융지주들은 0.4~0.5배에 머물지만 카뱅은 5배에 달하고 있다. 고평가 논란이 지속적으로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이는 카카오뱅크를 금융주로 봤을 경우로 이미 시장에서는 금융주가 아닌 플랫폼 기업으로 간주하고 이에 상응하는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

일본에 상장된 인터넷전문은행인 세븐뱅크의 경우 금융 플랫폼 방식의 사업모델을 보유하고 있고 수익성이 본격적으로 개선되는 시기에 자기자본이익률(ROE) 15%, PBR 2.5~3배에서 가격이 형성됐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이를 카카오뱅크에 동일하게 적용할 경우 15조원 내외의 가치 산정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카카오뱅크에 금융이 아닌 플랫폼 기업 가치를 반영한 밸류에이션을 적용하면 예상가치는 20조~27조원대로 뛴다.

이베스트투자증권에 따르면 결제 플랫폼의 경우 월간 활성 사용자(MAU) 기준으로 가치를 산정하는데 실제 KB금융에 대해 이를 적용하면 현재 시총과 유사한 21조4000억원이 산출됐다. 디지털 MAU(디지털 활동고객 수 1100만 명 추산) 기준으로 대표 결제 플랫폼인 네이버페이 멀티플 대비 100% 프리미엄을 부여한 결과다. 

멀티플은 기업의 미래가치에 대한 가중치를 부여하는 것으로 섹터별로 가중치가 다르다. 대개 멀티플 값을 산정하면 이를 통해 적정 주가를 계산할 수 있고 적정 주가가 현재 주식 가격보다 높다면 저평가됐다고 볼 수 있다. 다만 투자자 판단이기 때문에 주관적인 부분을 배제할 순 없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네이버페이를 운영하는 네이버파이낸셜에 대해서는 올해 거래 예상액 39조5000억원, 0.34배 멀티플을 적용해 평가 가치를 13조3000억원으로 책정했다. KB에 네이버페이의 100% 프리미엄을 부여한 것은 금융 플랫폼이 단순 결제 플랫폼 대비 프리미엄이 높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판단에서다. 

카카오뱅크에 대해서도 전체 고객(1417만 명)을 MAU로 가정하고 네이버페이 대비 50% 멀티플 프리미엄을 적용하면 기업가치는 20조6000억원으로 산정된다. KB금융처럼 100% 프리미엄을 적용하면 27조5000억원으로 더 높아진다. 프리미엄을 적용하지 않은 기업가치는 13조8000억원이다. 

플랫폼 기업의 경우 거래액/수신액 기준으로도 기업가치를 산정할 수 있다. 이 경우 거래액 대신 카카오뱅크의 수신액을 상정하고 네이버페이 대비 100% 프리미엄 적용 시 카카오뱅크(멀티플 0.67배)의 기업가치는 20조원으로 추산됐다.

다만 기존 은행을 대상으로 수신액 멀티플 산정 시에는 0.06배로 결제 플랫폼에 비해 크게 낮아진다. 지난해 말 국민은행 예수금은 330조원, 올해 예상치는 348조원으로 0.06배의 멀티플 적용 시 기업가치는 22조3000억원이다. 

카카오뱅크의 고성장세가 일단락된 이후인 2025년 예상 수신액은 104조9000억원, 2030년은 217조5000억원으로 KB금융과 동일하게 0.06배의 멀티플을 토대로 계산한 기업가치는 각각 6조7000억원과 13조9000억원이다. 성숙 단계 진입 이후에는 결제 플랫폼 대비 낮은 멀티플이 적용되면서 기업가치가 떨어질 수 있는 것이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결국 고성장세 지속에 따른 점유율 확대와 수익성 제고로 금융업종 내 지배력 강화를 수반해야 시중은행 이상의 밸류에이션 정당화가 가능할 것"이라며 "고유의 신용평가 모델 구축 등 기존 은행권과 차별성을 추구해야 하는 과제가 상존한다"라고 말했다. 

따라서 IPO 초기 기대감이 고조되는 시기에는 금융 플랫폼 기업가치가 크게 부각되겠지만 궁극적으로 성장세 둔화와 비우호적 규제, 경쟁 심화로 다른 은행주와 마찬가지로 예상 수익성에 부합하는 밸류에이션 수준이 형성될 것이란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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