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 접종에 따른 대표적인 부작용을 보장해 주는 이른바 백신보험이 조만간 대거 선보일 예정이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전부터 부작용 보험을 팔고 있던 삼성화재에 이어 현대해상과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등이 이르면 내달 초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그런데 백신보험이 나오기도 전에 벌써 도덕적 해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백신 접종 하루이틀 전에 보험에 가입한 뒤 접종을 받고 이후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으면 부담 없이 청약을 철회할 수 있기 때문이다.
2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이런 내용의 '무료로 백신 부작용을 보장받는 법'이 확산하고 있다.
백신보험 또는 백신 부작용 보험으로 불리는 이 상품의 공식 명칭은 아나필락시스 진단비 보험(주계약) 또는 특약이다. 피보험자가 아나필락시스 진단을 받았을 때 보험금을 보장한다.
문제는 아나필락시스의 특성 자체가 역선택을 부추길 수 있다는 데 있다. 아나필락시스란 음식물, 독소, 백신 등 특정 외부 항원에 반응해 일어나는 급성 전신성 알레르기 질환을 가리킨다. 백신 접종 후 약 30분 이내에 증상이 나타나 빠르게 악화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다 보니 백신 접종 직전에 보험에 가입해 이후 특별한 이상이 없으면 청약철회 기간 내 보험을 무르는 방식으로 악용할 소지가 크다. 지난 3월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과 함께 청약철회권이 도입되면서 보험을 비롯한 보장성 상품은 15일 이내에 자유롭게 계약을 철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위약금도 따로 내지 않는다. 그렇다고 보험사들이 백신 접종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도 없다.
기존에 아나필락시스를 보장하는 보험은 삼성화재의 '응급의료 아나필락시스 진단비' 특약과 라이나생명의 미니보험 '아나필락시스 쇼크 진단보험' 등 두 상품뿐이다. 삼성화재는 병원 응급실에서 아나필락시스 진단을 받으면 연간 1회 200만원의 보험금을 지급한다. 라이나생명의 경우 백신 접종은 물론 음식 등 다른 사유로도 아나필락시스 진단을 받으면 최초 1회에 한해 최대 200만원의 보험금을 준다. 보험료는 두 보험사 모두 1500원 안팎으로 저렴하다.
지금은 삼성화재가 아나필락시스 보험에 대해 배타적사용권을 가지고 있는데 이달 말에 그 기간이 끝나면서 현대해상과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교보라이프플래닛 등이 잇달아 백신보험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배타적 사용권은 신상품을 개발한 보험사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일정 기간 다른 회사가 유사한 상품을 팔지 못하게 하는 일종의 특허권을 말한다.
백신보험이 줄줄이 출시되면 손해율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특히 하반기 국민 대다수에 대해 백신접종이 이뤄질 예정이어서 그럴 가능성이 더 커질 수 있다.
다만 보험사들은 아나필락시스는 백신접종이 아니라도 음식 등 다양한 사유로 발생하는 만큼 역선택에 따른 손실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입장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료가 낮은 데다 프로모션으로 판매하는 성격이 커 보험사들이 딱히 고위험상품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듯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