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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싸냐 아싸냐 갈림길 선 암호화폐…금융권의 선택은

  • 2021.07.05(월) 17:01

[선 넘는 금융]금융권 암호화폐 딜레마③
대장 비트코인 시작으로 ‘자산화’ 시작
정부 입장 확고…과세, 자산 인정 계기 될까

암호화폐는 과연 정식 자산으로 제도권에 편입될 수 있을까. 아니면 투자 수단의 하나이긴 하지만 계속 비주류 아웃사이더로 남을 것인가.

암호화폐를 대하는 금융권의 딜레마가 여기에 있다. 암호화폐가 다양한 신사업의 기회가 될 수 있긴 하지만 정부의 교통정리 없이는 적극적으로 나설 수 없는 처지기 때문이다. 

지금으로선 암호화폐의 과거와 현재를 잘 분석해 미래 비즈니스를 위한 기반을 다지는 작업이 가장 효과적인 대응법이란 평가다. 

비트코인은 어떻게 핫이슈가 됐을까

암호화폐의 시초라 할 수 있는 비트코인은 지난 2009년 나카모토 사토시라는 필명을 사용하는 한 프로그래머의 아이디어에서 시작했다.

2007~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모든 정보가 중앙으로 쏠리는 금융시스템에 의문을 품은 나카모토 사토시는 소위 탈중앙화를 기치로 화폐를 만들었는데 이것이 바로 비트코인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원화는 한국은행이 발행과 유통 등을 관리하고, 제조는 한국조폐공사이 담당한다. 반면 비트코인은 사용자 개개인이 모두 발행과 유통 정보를 갖는다. 이를 뒷받침하는 기술이 바로 블록체인이다. 제조는 이른바 '채굴' 과정을 거친다. 사토시가 낸 수학문제를 컴퓨터를 활용해 풀어 해답을 맞추면 비트코인을 얻을 수 있다. 

비트코인은 탈중앙화된 화폐를 목표로 세상에 나왔지만 1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화폐의 기능은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결제 수단으로 인정하고 있지만 아직 대중화와는 거리가 멀다. 화폐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사회적 합의'가 여전히 결여된 상태로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비트코인을 자산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어찌됐건 실제로 결제가 가능하고, 현금화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수요)은 높아졌는데, 공급은 제한적인 특성도 자산의 중요한 요소인 '희소성'을 부여하고 있다. 사토시가 비트코인을 구상할 당시 발행량을 2100만 개로 제한하고, 발행량이 늘어날수록 채굴의 난이도를 높여 희소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설계했기 때문이다.

특히 핵심기술인 블록체인이 비트코인을 더욱 빛나게 만들었다. 비트코인은 발행자와 공급자, 사용자 등 모든 참여자가 거래 정보를 나눠 갖는 기술이 밑바탕이다. 탈중앙화를 기치로 내건 만큼 거래정보를 모두가 공유하자는 취지다.  

이 과정에서 블록체인은 해킹 등의 위험을 최소화하는 가장 적합한 기술로 떠올랐고, 그 중심에 있는 비트코인은 화폐의 기능을 떠나 최신 기술로써 주목하는 암호화폐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수많은 '코인' 파생…불신에 기름을 붓다 

암호화폐 정보제공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5일 현재 거래되고 있는 암호화폐의 수는 5537개에 이른다. 이처럼 다양한 암호화폐가 존재할 수 있는 이유는 '누구나 만들어 낼 수 있다'라는 특성 때문이다. 

가령 A라는 개발자가 A코인을 발행하기로 했다면 어떤 기술을 적용했는지, 어떻게 공급하고 사용할 것인지에 대한 내용을 담아 사람들에게 알리면 된다. 이를 '백서'라고 한다. 

다시 말해 일정 수준의 '백서'만 있으면 암호화폐를 홍보할 수 있고, 사람들의 관심만 뒤따라 준다면 코인을 발행할 수 있다. 암호화폐는 실체가 없는 만큼 누구나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암호화폐가 우후죽순 발행되면서 검증의 중요성이 커졌지만 기존 화폐나 자산과 달리 이를 공식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장치는 없다. 암호화폐 시장의 핵심인 암호화폐거래소가 이 역할을 대신하고 있지만 단순 민간기업이다 보니 한계가 분명하다.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는 "수많은 코인이 파생되면서 시장이 어지러워지고 암호화폐에 대한 신뢰도 무너졌다"면서 "큰돈이 오가는데도 검증 의무는 없다 보니 암호화폐가 정식 자산으로 편입되지 못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순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암호화폐 시장의 투명성과 건전성을 높이려면 시세조종 등의 불법행위를 철저히 단속하고 암호화폐 사업자의 자격 요건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시장 참여자가 암호화폐의 가치를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도록 백서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내용과 형식도 구체적으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가상자산 부처별 추진업무.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암호화폐, 자산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암호화폐가 자산으로 인정받으려면 무엇보다 정부의 입장이 중요하다. 하지만 암호화폐는 자산이 아니라는 정부의 입장은 여전히 확고하다. 다만 정부의 입장이 언젠가는 바뀔 것이라는 기대가 공존한다. 

정부의 방침이 바뀔 것으로 보는 측은 가장 큰 이유로 과세를 꼽는다. 실제로 정부가 최근 발표한 암호화폐 관리방안을 보면 암호화폐 과세를 위해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는 "암호화폐 과세를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는 사실 자체가 자산의 하나로 요건을 채운 것으로 본다"면서 "미국, 일본 등에서도 과세를 시작한 후 자산의 위치를 확보한 만큼 우리나라 역시 비슷한 과정을 밟을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반대 의견도 분명하다. 암호화폐가 어찌됐건 결제수단으로 확고한 지위를 확보하지 못하면 자산으로 인정받기 어렵다는 견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암호화폐가 생긴 근본적 이유는 결제수단으로 활용하기 위함"이라며 "그런데 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이상 자산으로 가치는 없다고 본다"라고 일축했다.

그는 특히 각국 중앙은행들이 CBDC(중앙은행 디지털화폐)를 발행하기 시작하면 기존 암호화폐의 가치가 급격하게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CBDC 역시 암호화폐의 핵심인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하는 방안을 활발하게 논의중"이라며 "CBDC는 공신력과 사회적 합의 등 화폐의 지위에다 기존 암호화폐의 장점을 그대로 포괄할 수 있어 현재 암호화폐들이 자산으로 인정받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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