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과세 예정인 가상자산에 대한 세금을 1년간 유예하고, 세부담도 완화해주는 법안이 국회에서 발의됐다.
아직 해외 거래소에 대한 국내 특금법 적용 여부조차 확정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대로 과세가 이뤄질 경우 해외 거래와 개인간 P2P 거래, 현물 거래 등에 대해 정확한 과세가 사실상 불가능 하다는 논리에서다. 또 실질과세 원칙에 맞게 금융투자소득으로 분류해 과세 부담도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은 가상자산의 양도·대여로 인해 발생한 소득에 대한 세금을 1년간 유예하고, 소득금액도 현행 ‘기타소득’에서 ‘금융투자소득’으로 분류해 합산 5000만원까지 소득공제를 해주는 내용의 소득세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6일 발의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정부는 가상자산의 양도와 대여로 인한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분류, 올해 10월부터 과세를 하고자 했으나 국회 심의 과정에서 과세 인프라 충족 등을 이유로 내년 1월로 시행이 연기된 바 있다.
노 의원실에 따르면 그러나 복권 당첨금과 같은 일시적이고 우발적인 소득에 적용하는 ‘기타소득’의 개념을 주식 매매와 같이 지속적 반복적인 매매가 발생하는 가상자산 거래에 적용하는 것이 맞느냐는 논란이 계속되어 왔다.
또 기타소득의 경우 연간 250만원 까지만 공제를 적용하고 나머지 소득에 대해서는 20% 세율을 일률 적용하게 되다. 이는 역진성을 심화시켜 소득불평등 완화라는 세금의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어 왔다.
이에 이번 개정안에서는 실질과세의 원칙에 따라 가상자산 수익을 주식 양도세와 마찬가지로 금융투자소득으로 분류, 합산 5000만원까지 소득 공제 금액을 대폭 확대시키고자 했다.
법안이 통과될 경우 공제금액의 확대로 소액 투자자들의 세부담이 완화될 뿐 아니라 단일세율이 아닌 누진적 구조를 통해 양극화 완화에도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이번 개정안에는 과세시점을 내년 1월에서 2023년으로 1년간 유예시키는 내용도 포함됐다.
아직 해외 거래소에 대한 국내 특금법 적용 여부조차 확정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대로 과세가 이뤄질 경우 해외 거래와 개인간 P2P 거래, 현물 거래 등에 대해 정확한 과세가 사실상 불가능 하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과세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국제 기관 간 공조를 강화하는 등 보다 촘촘한 과세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준비 기간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 노 의원의 판단이다.
이에 대해 금융감독원 자문위원인 최화인 블록체인 에반젤리스트는 "암호화폐는 가장 강력한 금융규제의 적용대상이면서도 기타소득으로 분류돼 금융자산으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자본시장법 등을 개정해 금융투자상품의 범주에서 암호화폐에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면서 "안정적인 규제 및 조세 인프라 구축을 위해 일정기간 세금유예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노 의원은 "관련 인프라가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과세를 할 경우 탈세를 조장하고 조세저항 등에 직면할 수 있다"면서 "충분한 시간을 갖고 보다 철저히 준비해 2023년 주식 양도세 부과 시기에 맞춰 과세하는 것이 바람직 하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법안은 대표발의자인 노웅래 의원을 비롯해 김남국, 김윤덕, 민병덕, 박성준, 서영석, 안호영, 이학영, 임종성, 홍정민 의원이 공동발의자로 함께 이름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