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 금융소비자가 은행을 찾는 이유는 크게 두가지다. 예·적금 상품을 가입하거나 대출을 받기 위해서다. 하지만 의외로 은행에서 가입할 수 있는 금융상품은 다양하다. 보험, 펀드, 연금, 신탁 등 자산 증식을 위한 다양한 금융상품을 은행에서 만나볼 수 있다.
물론 해당 상품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업권의 영업점을 찾아 가입하는 것이 더욱 유리한 경우도 있다. 엄밀히 말해 은행은 판매를 대행할 뿐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은행을 찾아 가입하면 유리한 상품들이 분명 존재한다.
은행에서 드는 보험, '저축' 으로 접근하자
우리가 일상을 살면서 있으면 좋지만 막상 가입하기 전 많은 고민이 필요한 상품 중 하나는 보험이다. 회사가 많은 만큼 종류도 다양하고 혜택도 달라 무엇이 나에게 딱 맞는지 가늠하기 힘들다. 일단 저축성 보험을 가입할 계획을 세웠다면 은행에서 판매하는 보험, 즉 방카슈랑스 상품 가입을 검토해 볼 만 하다.
은행에서 보험을 가입할때 유리한 점은 다양한 회사의 비슷한 상품을 비교해볼 수 있다는 점이다. 은행들은 다양한 보험사와 제휴를 맺고 창구를 통해 보험상품을 판매하기 때문에 여러 회사 상품을 꼼꼼하게 비교할 수 있다. 게다가 방카슈랑스를 판매하는 영업점 직원의 경우 보험판매 관련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전문적인 상담도 가능하다.
물론 유사한 서비스를 GA(법인보험대리점) 설계사를 통해서도 받을 수 있다. 나에게 직접 찾아와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GA 설계사와 거래하는 것이 더욱 편할 수도 있는데 여러 보험사 상품을 한 테이블에 펼쳐놓고 비교할 수 있는 곳이 은행만에 국한된 것은 아니란 얘기다.
다만 은행에서 판매하는 보험상품의 경우 보험회사가 은행 창구용 상품을 따로 설계해 판매하기 때문에 은행이란 판매사만의 특색이 있다. 비슷한 가전제품이라도 백화점에서 파는 모델과 홈쇼핑에서 파는 모델의 기능이 약간씩 다른 것과 비슷하다.
은행에서 판매되는 보험상품의 경우 저축성 보험이 대다수를 이룬다. 여·수신을 취급하는 기관에서 판매되는 만큼 고객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다. 이 중 가입 시 일시보험료를 한 번에 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일종의 예금과 비슷한 수단으로 활용 가능하다.
은행 관계자는 "저축성 보험을 들 계획이 있다면 은행 영업점을 방문하는 것도 방법"이라며 "은행 영업점 직원의 경우 펀드판매, 보험판매 등 다양한 금융상품 판매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고 금융소비자 보호법을 철저하게 지키고 있기 때문에 보험가입 이후 낭패 보는 일이 적을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퇴직 준비, 은행보다 증권사를 찾아가자
직장인이라면 언젠가 다가올 은퇴 이후의 삶을 걱정하기 마련이다. 나라에서 주는 국민연금에만 기대었다가는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한다. 이 때문에 국가에서는 재직자를 대상으로 필수로 퇴직연금에 가입토록 해놨다.
퇴직연금은 크게 회사가 알아서 운용해주는 DB(확정급여형)형, 근로자가 직접 운용하는 DC(확정기여형)형, IRP(개인형 퇴직연금) 등 세가지로 구분이 가능하다. 이 중 개인이 가장 주도적으로 관여할 수 있는 퇴직연금은 IRP다.
IRP는 회사에서 DB형 DC형 퇴직연금에 가입했더라도 근로자가 원할 경우 직접 개설이 가능하다. IRP는 예금, 펀드, 채권 등 다양한 금융투자 상품에 투자할 수 있으며 연간 최대 700만원 납입까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어 쏠쏠한 금융상품 중 하나다.
IRP를 가장 적극적으로 취급하는 금융기관은 은행과 증권사다. 그렇다면 어디에서 가입하는 것이 더 유리할까. 최근 상황으로는 증권사가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당장 수익률만 비교해봐도 그렇다.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을 살펴보면 올해 상반기 5대 은행의 IRP 평균 수익률은 4.5%로 조사됐지만, 증권사의 경우 10%를 웃돌았다.
이처럼 증권사 IRP 수익률이 높은 것은 최근 금융당국이 은행 퇴직연금 계좌에서는 상장지수펀드(ETF)의 실시간 거래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증권사의 경우 금융투자 시장에서 좀 더 자유롭게 운용이 가능한데 비해 은행은 실시간 대응이 힘든 것이다.
따라서 원금 보장 보다는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며 퇴직연금을 운용하고 싶은 금융 소비자라면 은행보다는 증권사를 찾아 IRP를 가입하는 것이 유리하다.
자산관리, 은행이 유리
오픈뱅킹 서비스, 마이데이터 산업의 등장으로 한때 VIP의 전유물이었던 자산관리의 문턱이 일반 금융소비자에게까지 낮아지고 있다. 이에 다양한 금융업권에서 자산관리에 대한 자신감을 금융소비자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내 자산을 앞으로 어떻게 관리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있다면 다른 금융업권보다는 은행을 찾아가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최근들어 은행들은 일부 VIP고객들에게만 제공했던 세무, 부동산, 투자 관련 자문 서비스의 문턱을 은행이 낮추고 있다. 최근 증권사들도 프라이빗뱅킹(PB)을 강화하고 있지만 은행의 경우 전통적으로 자산관리 분야에서 전문가들이 모이면서 아직까지 다른 금융사들이 따라가기 어려운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은행 관계자는 "이미 오래전부터 금융자산 10억원 이상 고객에게만 제공하던 자산관리 서비스 문턱을 5000만원 이상으로 대폭 낮췄다"며 "은행 자산관리 창구를 방문하면 현재 내 자산 현황에 대한 진단부터 운용설계까지 다양한 상담을 받을 수 있는데 은행만이 보유해온 자산관리 노하우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비대면으로도 자산관리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은행들은 모바일 앱을 통해 나의 현금성 자산(계좌정보), 소비습관(카드결제정보), 투자정보(증권사 계좌 정보), 부동산 정보 등을 한번에 등록해 자산현황을 진단할 수 있는 서비스도 연이어 내놓고 있다. 이는 최근 대두되고 있는 핀테크 기업들의 자산관리 서비스보다 한 층 더 고도화 돼 있다는 것이 은행권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