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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투자일임업 허용 생떼"…증권사가 '뿔났다' 

  • 2021.08.09(월) 06:10

[은행vs증권 쩐의전쟁③]
맹비난 나선 증권업계
'제2의 DLF 발생할 것'

최근 은행과 증권사 간 영역 다툼이 치열하다.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는 와중에 이른바 동학개미운동을 계기로 자본시장으로 머니무브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어서다. 기회를 잡은 증권사들은 공격의 고삐를 죄고 있고, 은행들은 방어에 여념이 없다. 주요 쟁점들을 짚어봤다. [편집자]

올 들어 은행업권에서 투자일임업 허용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금융투자업계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은행업계에 투자일임업을 허용할 경우 '제 2의 파생결합펀드(DLF)사태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은행권 투자일임업 요구 재점화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은행권은 올 들어 금융위원회에 구두상으로 여러 차례 투자일임업 허용에 대한 의견을 전달했다. 

저금리가 장기간 이어지며 새로운 수익원이 절실해진 영향이다. 여기에 주식투자 열풍이 거세지면서 고객 사이에서 투자일임 서비스 수요까지 늘어나자 투자일임 비즈니스 확대에 더욱 욕심을 내고 있다. 

투자일임업이란 금융투자업계의 핵심 업무 중 하나로 금융사가 고객으로부터 자산을 일괄 위임받아 투자자의 자산을 대신 운용해주는 것을 말한다. 금융사는 고객 자산운용에 대한 대가로 일정수수료를 받는다.

현재 투자일임업을 할 수 있는 금융회사는 증권사, 자산운용사, 투자자문사 등으로 금융투자업권에 한정돼 있다. 은행은 일임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 한해서만 제한적인 투자일임이 가능하다.

은행의 투자일임업 허용 요구 움직임은 일임형 ISA 도입 이후 5년 만이다. 앞서 지난 2016년 ISA 제도 도입 당시 은행권은 투자일임업 허용을 요구하면서 금융투자업계와 한차례 분쟁을 벌인 바 있다. 당시 은행이 승기를 잡으며 결국 일임형 ISA에 한해서만 투자일임업이 가능해졌다. 

이번에 은행권이 넘보는 것은 신탁에서의 투자일임업이다. 일임형 ISA에 이어서 신탁에서도 일임형 신탁을 판매·운용하겠다는 목표다. 

투자자 선택권 확대는 '글쎄'

은행이 투자일임업에 진출한다고 해도 고객 자산을 잘 운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현재 은행에 허용된 투자일임업인 일임형 ISA에서 증권사가 은행 대비 훨씬 높은 수익을 내고 있어서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일임형 ISA 누적수익률 통계에서 증권사가 운용하는 포트폴리오의 평균 수익률은 34.1%로 은행 24.1% 대비 10%포인트 더 높았다. 위험 유형별로 세분화하면 초고위험 포트폴리오에서 증권사 일임형 ISA 수익률은 57.8%로 은행의 42.1% 보다 15%포인트 더 높았으며 초저위험 포트폴리오에서도 증권이 평균 7.7% 수익률을 기록하며 은행의 7.5% 대비 소폭 높았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운용 기간을 1년으로 짧게 설정해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증권사의 일임형 ISA 1년 수익률은 전 포트폴리오에서 모두 은행보다 높았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이미 증권사가 잘하고 있는 고유 업무를 은행이 투자자 선택권 확대라는 명목으로 빼앗아 가서는 안 된다"며 "증권사의 운용 능력은 은행에 비해 압도적이며 심지어 초저위험 포트폴리오에서도 증권사 일임형 ISA의 수익률이 은행보다 높았다"고 말했다. 

금투업계 '제 2의 DLF 사태' 발생 우려

금융투자업계는 은행의 투자일임업 허용 요구에 대해 명백한 업권 침해라며 반발하고 있다. 투자일임업이 증권사의 핵심 업무인 만큼 업권별 전업 주의가 지켜져야 한다는 의견이다. 금융소비자에게도 불완전판매 등의 위험이 증가할 소지가 크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은행이 수익성 확대를 위해 무리한 요구에 나서고 있다"며 "은행의 투자일임업 허용 요구는 반대로 증권업계가 예대업무를 허용해 달라는 것과 마찬가지인 억지 요구"이라고 맹비난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은행은 투자자 선택권 확대를 위해 투자일임업 허용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불완전 판매와 대규모 손실로 이어진 DLF 사태를 보면 은행권에 투자 상품의 판매나 운용을 맡기는 것은 위험하다"며 "은행에 투자일임업이 개방되면 '제 2의 DLF 사태'는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은행이 투자일임업을 하게 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최근 투자일임업 허용의 칼자루를 쥔 금융위는 은행권에 투자일임업을 허용할 가능성은 없다고 못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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