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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펙트스톰 경고음]①어른거리는 스태그플레이션 유령

  • 2021.10.07(목) 07:15

테이퍼링·그린플레이션·헝다 등 악재 속출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속 반론도 만만찮아

인플레이션 공포가 글로벌 증시를 엄습하고 있다. 친환경 정책의 역설인 그린플레이션에 더해 코로나19에 따른 공급 병목현상까지 겹치며 오랫동안 잊혔던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까지 고개를 들고 있다. 일찌감치 긴축 고삐를 죄고 있는 한국 역시 안전지대가 아니다. 연이어 쏟아지고 있는 국내외 악재들과 이에 대한 진단, 투자전략을 차례대로 짚어본다. [편집자]

최근 전 세계 중앙은행들은 큰 고민에 빠졌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서서히 긴축 시계를 돌리기 시작했지만 에너지 가격 급등과 공급 병목현상으로 경기 둔화 우려까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50년 전인 1970년대 전 세계를 덮친 스태그플레이션 유령이 되살아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위드코로나'에 대한 희망으로 아직까지는 우려가 과도하다는 의견도 맞서지만 혹시 모를 스태그플레이션을 막기 위한 묘책을 짜야 한다는 경고도 만만치 않다.

물가 치솟는데 경기 회복 더뎌…곳곳 파열음

전 세계 경제가 지난해 코로나19라는 악재와 마주했지만 생각보다 여파는 크지 않았다. 경기 둔화가 제한된 가운데 오히려 자산가격을 중심으로 인플레 시그널이 나타나면서 한국은행을 비롯해 각국 중앙은행들은 긴축 카드를 계속 만지작거리고 있다.

지난 8월 한국은행은 15개월 만에 금리 인상에 나섰고 미국 역시 수도꼭지를 잠그듯 유동성 공급을 줄여가는 테이퍼링 개시를 알린 상태로 내년 이후 금리 인상 스케줄도 가시화하고 있다. 이를 반영하며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최근 1.5%를 넘나들고 있다.

하지만 자산 가격에 더해 원자재를 비롯한 전반적인 물가 상승이 회복을 시도했던 경기를 옥죄기 시작했다. 이른바 '그린플레이션'이다. 

그린플레이션은 친환경을 뜻하는 '그린(Green)'과 인플레이션을 합친 말이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탈탄소 정책을 강화하면서 친환경 에너지 생산을 늘리고 화석연료를 줄이고 있지만 친환경 에너지만으로는 수요를 충족하지 못하면서 오히려 화석연료 가격이 급등하는 현상이다. 이로 인해 천연가스와 리튬 등 친환경 원자재는 물론 원유 등 화석 연료 가격까지 급격히 치솟고 있다. 에너지 가격 상승은 이제 막 시작된 경기 회복을 늦출 수 있는 요인으로 다가온다.

여기에 코로나19 여파로 각국이 공장 가동을 중단한 데 따른 공급망 병목현상도 물가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반도체 품귀 현상에 따른 완성차 생산 지연과 선박공급 제한으로 인한 물류대란 등 세계 곳곳에서 균열이 나타나는 상태다. 

이런 가운데 최근 중국에서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잇따라 디폴트 위기에 빠지면서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를 더욱 키우고 있다.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업체인 헝다그룹이 지난달 말 만기가 도래한 채권 이자를 갚지 못한 데 이어 또 다른 부동산 개발업체인 판타지아(화양년홀딩스)도 채무불이행에 빠졌다.

다행히 헝다그룹이 자회사 매각 등을 통해 채권 상환에 나서며 한숨 돌린 상태지만 중국판 리먼브러더스 사태에 비견되면서 경기둔화 요인으로 시장에 부담을 주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스태그플레이션 경고음…"과도하다" 반론 맞서

물가 상승과 경기둔화 우려가 동시에 증폭되면서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스태그플레이션은 경제 불황 속에서 물가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상황으로 실제 현실화할 경우 경제에 치명적이다.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경제 전문가들은 인플레 상승이 예상보다 더 길어지면서 스태그플레이션이 전 세계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과거 1970년 스태그플레이션 당시 미국은 9%대의 실업률과 급격한 경제 위축, 두 자릿수의 인플레 상승을 경험한 바 있다. 

이로 인해 이제 막 긴축 고삐를 죄려 했던 중앙은행들의 고민도 커지는 상태다. 물가를 잡으려면 정책금리를 올려야하지만 에너지 가격 상승과 공급망 차질 등으로 위축된 경기가 발목을 단단히 잡을 수 있어서다. 

다만 현 상황이 과거 스태그플레이션 악몽과는 다르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일단 50년 전과 달리 미국 실업률은 5%선에서 하락하고 있고, 국내총생산(GDP)이 증가하는 가운데 8월 물가상승률은 전년대비 4%선에 그쳤다

이론적으로도 공급 측면의 물가 상승은 경기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어 긴축 정책을 앞당기는 것이 어렵게 된다. 최근 물가 상승이 결국 수요 개선이 이끌고 있다면 경기에 대한 크게 걱정할 상황도 아니라는 지적이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이번 논란이 코로나19로 인한 공급망 충격으로 1970~1980년대와 유사할 수 있다는 염려도 이해되지만 양호한 경기여건과 일시적 물가상승 요인이 다수인데다 자산가격 안정을 위한 정책 정상화를 앞둔 시점에서는 적절한 용어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이후 장기 국채금리가 큰 폭으로 상승한 것은 금융시장 참가자들이 스태그플레이션보다는 인플레를 더 걱정하고 있음을 시사한다"라고 평가했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도 "스태그플레이션은 달러에 대한 신뢰 훼손이 필수적인데 70년대 당시 (달러 약세가) 수요 둔화에도 물가가 오른 이유였다"며 "최근 강달러 상황과는 모순된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를 높인 공급 병목현상 등이 쉽게 안정되기는 어렵겠지만 팬데믹이 잦아들면서 점차 해소될 것"으로 기대했다.

대신 만에 하나 있을지 모를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에 대해서는 철저한 대비가 필요해 보인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 3월 보고서에서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언급하며 이에 대응해 불필요한 물가 상승 요인을 억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스태그플레이션의 한 축인 경기침체에 대한 대응이 어려워지는 만큼 인플레에 대한 집중적인 관리가 요구되며, 단기 불황극복 노력과 중장기 투자 활성화가 병행되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앞선 윤여삼 연구원은 "스태그플레이션 논쟁을 차치해 두고 경기 둔화와 물가 상승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정책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점검이 중요하다"라며 "스태그플레이션을 우려할 정도라면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정책 대응에 나설 것"으로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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