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5대 카드사들의 순이익이 1조2000억원 수준을 기록하며 선방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초 가맹점 수수료율 추가 인하로 수익성 악화를 주장해왔던 카드사들의 '앓는 소리'가 무색하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회적 거리두기 해체에 따른 보복 소비가 늘면서 카드사용이 큰 폭 늘어난 영향으로 분석된다.
5개 카드사 상반기 순익…전년비 5.3%↑
1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신한·삼성·KB국민·우리·하나카드의 당기순이익은 총 1조2273억원으로 전년 동기 1조1658억원 대비 5.3%(615억원) 증가했다. 롯데카드와 현대카드는 다음 달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면면을 살펴보면 신한카드는 올 상반기 누적 4127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전년 3672억원보다 12.4% 늘었다. 2분기 개별 순이익은 2368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8.9% 증가했다. 신한카드의 2분기 순이익엔 서울 당산동 사옥 매각 이익 627억원(세후 455억원)이 일회성으로 포함됐다.
삼성카드의 올 상반기 순이익은 전년동기 2822억원 대비 11.9% 증가한 3159억원을 기록했다. 2분기 개별 순이익은 1552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7.9% 증가했다. 우리카드도 올 상반기 당기순이익이 134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6% 늘었다. 다만 2분기 개별 순이익은 480억원이었다. 전년동기대비 2% 감소한 수치다.
국민카드의 2분기 개별 순이익은 1268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3.9% 증가했지만, 상반기 전체 순이익은 2457억원으로 전년에 견줘 2.8% 감소했다. 충당금 적립을 전년동기대비 400억원 늘린 여파다. 하나카드는 올 상반기 순익(1187억원)과 2분기 개별 순익(641억원)은 전년동기대비 각각 16.5%, 8% 감소했다.
거리두기 해제에 신용판매 실적 '쑥'
5개 카드사의 올 상반기 순이익 규모는 비교적 안정적인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1월 금융당국이 연 매출 30억원 이하 가맹점에 대해 수수료율을 내려 수수료수익을 비롯한 신용판매 실적이 급감할 것이라는 카드업계의 우려였지만 이와 상반된 결과가 나온 것이다.
개별사로 보면 신한카드의 경우 올 상반기 신용카드 수수료이익 2081억원으로 전년동기 1816억원 대비 14.6% 늘었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수수료율 인하, 판촉비 증가에도 불구하고 프로세싱 비용 감소와 신용판매 매출이 전년 대비 8.8% 증가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4월말 본격화한 사회적 거리두기 해체로 위축됐던 외부활동이 본격적으로 재개되면서 카드이용액이 크게 늘어난 게 수수료율 감소분을 상쇄했다는 것이다.
실제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올 2분기(4~6월) 전체 카드승인금액 및 승인건수가 각각 280조7000억원, 66억1000만건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코로나가 유행하던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4.8%, 11.4% 증가한 수치다.
여신협회 관계자는 "여행·모임 활성화, 산업 생산 증가 등 내수개선이 이어지면서 카드 승인실적 또한 증가세를 유지했다"고 말했다.
다만 카드업계는 하반기(7~12월)에도 호실적이 이어질지 장담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계속되는 시중금리 인상으로 조달비용 부담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금융당국은 카드사에 충분한 규모의 유동성 확보를 요구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높은 신용판매 실적 역시 이자비용과 판관비용, 대손비용 증가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부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