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의 추적이 쉽지 않은 해외이주자 신분을 활용해 거액의 자산을 빼돌리고, 소득을 탈루한 고액자산가들이 무더기로 세무조사를 받는다.
국세청은 해외이주 등을 활용한 지능적 탈세혐의자 99명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하고, 명의위장이나 차명계좌 악용 등 세금포탈 혐의가 확인되는 경우 즉각 고발조치하겠다고 6일 밝혔다.
조사대상 대부분은 과세당국이 포착하기 어려운 해외 자금거래의 특성을 활용했다.
박재형 국세청 자산과세국장은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를 드나들며 드러나지 않는 방법으로 부를 대물림하거나 기업을 운영하면서 통정거래 등으로 사익을 편취하는 지능적 탈세행위에 대해 지속적으로 검증하고 엄정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무조사대상자의 사례 몇 가지를 정리했다.
해외 이주하는 척 빼돌린 재산은 자식에게
A씨는 해외이주 신고를 하고 이주비 명목으로 해외로 재산을 반출한 뒤, 해외 거주하고 있는 자녀에게 무상으로 증여한 사실이 적발됐다.
국세청 확인 결과 A씨 자신은 해외이주 신고만 하고, 사실상 계속해서 국내에 거주중이었고, 해외계좌로 증여받은 자녀가 국내에 고액의 부동산을 취득하다 덜미를 잡혔다. 국세청은 A씨 부자의 국외예금 일체를 확인하는 등 증여세 조사를 시작했다.
해외서 사망한 부친명의 부동산 임대수익 챙긴 아들
해외에 이주한 부친이 이미 수년 전에 사망했지만, 상속세를 내지 않으려고 수년간 이를 숨긴 사례도 확인됐다. B씨는 해외에서 사망한 부친의 국내 부동산을 상속등기 없이 부친 명의로 계속해서 보유하고 있다.
B씨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 해당 부동산의 임대소득과 관련한 부가가치세와 소득세 등도 사망한 부친의 이름으로 신고납부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국세청 확인 결과 B씨는 부친의 사망 이전부터 이미 부동산 임대소득을 해외로 송금하지 않고 본인이 챙겼다.
해외이주 부친의 빌딩관리수익으로 외제차 끄는 아들
해외이주자 부모를 둔 C씨는 부친이 국내에 보유중인 빌딩 2채를 대신 관리하면서 임대소득 대부분을 유용했다. 수년 간 국내 입국 사실이 없는 부친의 이름으로 콘도회원권과 고급 외제자 등이 구입됐지만 실 사용자는 모두 아들인 C씨였다.
C씨는 또 임대사업장에서 일한 적 없는 가족을 허위로 근로자로 등록하고, 가공인건비를 올려 소득세도 탈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