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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밭에서 신발끈 맨 이복현 금감원장

  • 2022.11.15(화) 07:25

이복현 -금융지주 이사회 의장 만남, 금융권 '촉각'
명분 내세운 이복현, 타이밍 놓고 설왕설래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다시 한번 금융회사 최고경영자 선임과 관련해 강한 메세지를 던졌다. 금융감독원장이라는 자리에서 충분히 할 수 있는 발언이라는 입장과 함께 금융권에서 발생한 금융사고를 대비한다는 명분이 바탕이 됐다.

금융권의 시선은 곱지 않다. 금융지주들이 금융감독원의 피감기관이기는 하지만 민간회사의 CEO 선임과정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행사하는 것은 관치금융을 부활시키는 것이라는 반응까지 나온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4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8개 은행계열 금융지주 이사회 의장들과 간담회를 갖고 최근 현안과 당면과제에 대해 논의했다. 

관치논란에 기름부은 이복현의 '타이밍' 

지난 11일 금융감독원장의 이번주 일정이 공개되자 금융권은 뒤숭숭해졌다. 금융감독원장이 이날 주요 금융지주 이사회 의장들과 만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그동안 금감원장은 매년 금융지주 이사회 의장들과 만남을 가져왔다. 다만 코로나19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자 지난 2019년부터 작년까지 만남이 한 때 중지되긴 했다.

논란이 된 것은 '타이밍'이었다. 조만간 신한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농협금융지주, BNK금융지주는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현 회장의 후임찾기에 돌입한다. 

사실상 금융감독원장이 피감기관의 CEO 선임을 앞두고 권한이 있는 이사회의 일원들은 만나는 것이 사실상 감독당국이 일종의 '메세지'를 전달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이복현 원장은 지난 10일 금융위원회로부터 라임펀드 사태의 책임을 물어 중징계를 처분 받은 손태승 회장에게 '현명한 판단'을 강조하며 사실상 불복하지 말라는 메세지를 보낸 직후였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이제 막 주요 금융지주 회추위가 가동되는 상황에서 이사회 의장들을 만났다는 것 자체가 압력이며 관치"라고 꼬집었다.

14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8개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간 만남에 대한 금융감독원 보도자료. 금융감독원과 금융지주 이사회의 교류가 국제 권고사항임을 강조했다. /자료=금융감독원

이러한 논란을 의식했는지 금융감독원은 감독원과 이사회간 교류는 국제기준상 권고사항이라고 못 박았다. 이날 금감원은 보도자료에 아예 바젤 은행감독위원회의 지배구조 관련 권고사항을 포함시키는 등 상세한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명분 내세운 이복현…금융권 뒤숭숭

이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발언은 그가 맡고 있는 자리를 감안하면 충분히 할 수 있는 말이었다. 특히 최근 몇년새 사모펀드 사태, 횡령 등 굵직한 금융사고가 터진만큼 명분도 있었다.

이복현 원장은 모두발언을 통해 "최근 내부통제 미흡으로 인한 대형 금융사고와 관련해 은행지주그룹 전반의 내부통제 체계를 대폭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내부통제 체계를 경영진에만 맡겨 놓으면 성과 우선주의 등으로 실효성이 떨어지기 쉬우므로 이사회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금융회사 지배구조의 핵심축인 이사회와 경영진의 구성, 선임과 관련해 전문성과 도덕성을 겸비한 유능한 경영진의 선임은 이사회의 가장 중요한 권한이자 책무"라며 "CEO 선임이 합리적인 경영승계절차에 따라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각별하게 노력해달라"고 했다. 

핵심은 간담회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나왔다. 그는 "내부통제 기준을 잘 마련하고 이행했다고 판단할 분이 CEO로 선임돼야 하며 그렇지 못한 분이 경영을 하게 되면 감독 권한을 타이트하게 행사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이를 두고 금융권은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에게 다시 메세지를 다시 한 번 보낸 것으로 보고 있다. 나아가서는 금융당국의 '눈높이'에 맞출 수 없다면 CEO 후보로도 내지 말라는 경고로도 읽힌다는 게 금융권의 분석이다.

금융권 한 고위 관계자는 "단순하게 보면 감독원장이 충분히 할 수 있는 이야기"라면서도 "다만 금감원의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CEO가 오면 감독권한을 강하게 행사한다는 것을 분명히 했는데 이것은 직접적 혹은 간접적으로라도 영향을 끼치겠다는 이야기"라고 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이미 몇몇 금융회사에 정치권에서 내정한 후보들이 있다는 하마평이 돌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발언이 설득력을 얻을지 의문"이라며 "만일 정치권과 결탁한 인사들이 금융회사 CEO 자리에 오르면 투명하고 공정하며 금융당국의 기준에 미치는 인사라는 의미인가"라고 꼬집었다. 

금융권 반발 어찌 잠재울까

금융권에서는 최근 몇년새 지배구조 투명화를 위해 노력해 왔는데 최근 금융당국이 이를 무시하는 처사를 보인다는 비판여론까지 나오는 모습이다.

한 금융지주 이사회 사무국 관계자는 "최근 지배구조 투명화를 위해 금융지주들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지 감독당국이 스스로 알 것"이라며 "사외이사 선임과정, 이사회의 구성 등을 모두 투명하게 고치기 위해 노력했으며 이는 국제적으로도 인정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표적으로 최근 금융지주들은 사외이사를 선출하는 사외이사추천위원회에서 금융지주 CEO를 배제하도록 했다. 사외이사들이 독립적으로 금융지주의 경영을 감시할 수 있도록 CEO에게 추천권한을 주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나아가 CEO가 자기와 코드가 맞는 인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려는 견제의 기능도 담겼다.

아울러 ESG경영기조에 맞춰 이사회 사무국을 신설하고 금융당국에 권고에 맞춰 정관을 수정하는 등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하나금융지주를 시작으로 KB금융지주 등이 부회장직을 신설해 경영승계과정을 체계화하고 있는 것도 감독당국의 권고에 따른 것이란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이사회 의장들에게 투명성과 공정성 그리고 내부승계계획을 강조한 금융당국이 최근에는 BNK금융지주가 외부인사가 회장이 될 수 있도록 정관을 수정한 것에 대해서는 아무런 메시지가 없다"라며 "공정은 금융감독원도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 역시 "이복현 원장이 금융권이 외압에 굴복하지 않도록 선봉에 서겠다고 했는데 지금까지는 외압의 선봉장이 된 모습"이라며 "남은 기간 금융권의 이같은 불만을 잠재우는 것도 이 원장의 과제가 됐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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