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7일 여신전문금융회사(여전사) 최고경영자(CEO)들에게 "유동성 및 신용리스크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충분한 위기대응 능력을 확보하라"고 주문했다.
기준금리가 급격히 올라가면서 여전사 조달비용이 늘어나고 있어서다. 특히 경기 침체 우려가 겹치며 주요 고객인 저소득·저신용 차주들의 부실 위험이 수면 위로 떠오를 조짐이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이날 여전사 CEO 합동 신년 조찬 간담회에 참석해 "여전사는 시장성 차입 의존도가 높아 금융시장 변동에 취약한 구조적 약점이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금융시장 불확실성을 반영해 비상자금 조달계획을 충실히 보완하고 자산·부채 관리시스템(ALM)을 실효성 있게 개선해 달라"며 "(여전사의 경우) 실물경기가 위축되면 한계차주를 중심으로 상환여력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아 위험요인을 선제적으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서민·소상공인에 대한 맞춤형 금융지원도 당부했다. 카드·저축은행·캐피탈 등에서 일부 회사들이 서서히 대출 빗장을 걸어잠그고 있는 데 대해 우려를 표한 것으로 풀이된다. ▷관련기사 : 차 할부금리 올리고 무이자 없애고…카드사 '비명'(2022년 12월 22일)
이 원장은 "최근 일부 여전사들이 유동성 확보, 리스크 관리 등을 위해 대출 취급을 축소하면서 서민‧취약계층의 어려움이 가중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며 "금융권의 지원이 꼭 필요한 실수요자의 경우에는 자금이용에 애로가 없도록 세심히 살펴봐달라"고 했다.
그는 여전업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기조에 대해 "새로운 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해달라"고 당부했다. 총 150개 여전사 중 ESG 관련 조직을 갖춘 여전사는 16개사, ESG 관련 리스크 관리 체계를 마련한 여전사는 8개사에 불과하다는 이유에서다.
이 원장은 여전사 경쟁력 강화를 위한 지원도 약속했다. 그는 "여전사와 빅테크가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규제체계 전반을 세심하게 살펴보고 규제차익을 해소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간 축적된 빅데이터를 활용해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할 수 있도록 적극 뒷받침하겠다"고도 했다.
이 원장은 이날 시내 모처에서 인터넷전문은행 CEO 3명과 오찬 간담회도 가졌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 서호성 케이뱅크 행장, 홍민택 토스뱅크 대표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중저신용자 대상 중금리 대출 비중 확대 곤란을 호소한 것으로 전해진다. ▷관련기사: 금융위 "신규대출 중단은 위험부담 소비자 전가"(1월16일)
한편 이 원장은 이번주 중 다른 금융업계 CEO들과도 간담회를 갖는다. 오는 18일에는 시중은행장들을 만난다. 은행권 '이자 장사'에 대한 비판이 큰 상황에서 대출금리 인상 자제 등을 재차 주문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앞서 지난 13일에는 기관전용 사모펀드(PEF) 운용사 대표들과 간담회를 하고 기업 구조조정에서 사모펀드가 주도적인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