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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은행, 뭐 먹고 사나]②비이자이익 '자승자박'

  • 2022.11.21(월) 09:35

올해 비이자이익 2003년 수준 추락 예상
시장 흔들린 탓에 내년도 우울…'무료'도 부메랑

위기의 2022년 끝자락이 다가오면서 은행은 내년 전략을 고심하고 있다. 하지만 더욱 쉽지 않은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최고 실적의 원천이었던 이자이익은 연이은 시장금리 상승으로 대출 문턱이 높아져 기대를 키우기 어렵다. 여태껏 내어준 대출의 부실화 가능성도 커졌다. 반면 나가야 하는 비용은 더 증가할 전망이다. 수익성 부진에 대응하며 건전성을 유지하는 게 한 해 숙제가 될 전망이다. [편집자]

은행들은 수익 다각화를 위해 부단히 애를 써왔다. 이자이익에만 기댔다가는 경쟁에서 뒤처질 가능성이 높아서다. 게다가 '이자 장사'를 한다는 오명도 피할 수 없다. 

공을 들여온 게 비이자이익이다. 금융상품 판매, 자산관리 등 은행 만이 할 수 있는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당당하게 수익을 낼 수 있어서다. 하지만 올해는 약 20년만에 최악이다.

내년에도 장담하기 어렵다. 은행 특성상 금융시장 변동성이 크면 비이자이익을 끌어올리기가 힘들어서다. 게다가 정보기술(IT) 기술의 발달과 함께 수수료에 대한 소비자들의 거부감도 커지고 있어 여기서 벌이를 마련하기도 쉽지 않다. 

잘나가던 비이자이익 곤두박질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국내은행들이 벌어들인 비이자이익은 1조7000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6조1000억원과 비교해 4조5000억원, 거의 4분의 1로 줄었다. 

연간으로 따져봐도 올해 은행들의 비아지이익은 역대급 부진을 이어가면서 2조원대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종전 비슷한 수준을 찾으려면 지난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할 정도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던 2008년과 2009년에도 은행들의 비이자이익은 5조원대였다. 

올해 은행들의 비이자이익이 크게 줄어든 것은 금융시장 불확실성 확대의 충격파를 고스란히 받아서다. 당장 주식시장이 지난해에 비해 크게 하락하면서 유가증권관련 부문에서 적자가 터졌다. 주식을 사고팔며 발생하는 유가증권매매손익도, 가지고 있는 주식의 가치를 평가하는 유가증권평가손익도 모두 적자로 돌아섰다. 

게다가 DLF(파생결합증권) 등 사모펀드 사태로 축소됐던 금융투자상품 중계도 주식시장 불황의 직격탄을 맞았다. 주식시장이 좋지 않자 펀드 판매 등을 통한 수수료 수익도 줄어든 것이다. 

은행 관계자는 "비이자이익의 경우 금융시장 불확실성 확대의 영향에 하락세가 나타났다"며 "내년의 경우 더 악화할 가능성은 적다고 보지만, 큰 폭 회복도 기대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무료'라는 자승자박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받을 수 있는 '수수료'를 통해 비이자이익 감소를 메꾸기도 곤란해졌다. 인터넷 은행들을 필두로 일부 은행들이 '공짜'를 선언하자 무료가 아니면 소비자들이 떠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계좌이체다. 통상 개인고객의 계좌이체 수수료는 건당 500원 가량으로 책정된다. 일부 고정고객에 한해 월간 10회 무료를 제공하긴 했지만 수수료를 정당하게 받아왔던 몇 되지 않는 금융서비스 중 하나가 계좌이체다.

그런데 새롭게 금융산업에 진출한 회사들이 연이어 '평생 계좌이체 수수료 무료'를 내걸면서 더이상 수수료를 받기가 애매해졌다. 토스 등이 대표적이다. 

대출 중도상환수수료도 마찬가지다. 일부 은행이 모든 대출에 대해 중도상환수수료 무료를 내걸면서다. 중도상환수수료는 대출자가 만기보다 일찍 대출을 갚을 경우 애초 은행이 대출을 내어 주면서 예상했던 수익을 거둘 수 없기 때문에 받는 수수료다. 

은행 관계자는 "금융업에 대한 허들이 낮아지면서 일상생활에서 가장 빈번하게 사용되는 금융서비스 수수료 부문에서 출혈경쟁이 있던 것"이라며 "가뜩이나 국내 은행은 공공재 성격이 강해 수수료에 대한 고객 거부감이 컸는데 이것이 더욱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이런 추세는 앞으로도 더욱 심화할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 금융당국은 예금비교서비스, 대환대출플랫폼 등을 내놓을 예정이다. 새로운 금융서비스가 등장하는 셈이다. 이런 다양한 서비스가 모두 '무료'를 기반으로 할 것이라는게 은행권 관계자들의 관측이다. ▷관련기사 : 문 열린 온라인 대환대출, 은행·핀테크 '동상이몽'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내년도 금융산업전망 보고서를 통해 "은행 비이자이익은 빅테크와의 경쟁 심화, 수수료 감면 정책 등으로 수수료 이익 증가세가 정체되는 가운데 고금리 및 고환율로 부진할 것으로 보인다"라며 "은행 수익의 이자이익 편중도가 심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투자심리 얼면서 'WM도 우울'

그나마 금융서비스 제공을 통해 안정적인 수수료를 받을 수 있는 부분은 자산관리(WM), 퇴직연금 등의 분야가 꼽힌다. 하지만 이 역시 여의치 않다. 

대표적인 투자처였던 부동산부터 침체기다. 주식시장도 언제 회복세를 탈지 가늠하기 어렵다. 게다가 시장금리가 오르면서 안정적인 예금과 적금이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보장하게 됐다. 더이상 금융소비자들이 투자라는 '모험'을 하지 않게된 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은행 정기예금으로 이동한 돈은 187조5000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33조보다 무려 5배가 넘는다. 특히 10월에는 한달 만에 은행 정기예금이 56조2000억원 늘어났는데 이는 한국은행이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2년 1월 이후 최대 증가폭이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자산관리 분야에 있어서 대부분의 금융회사가 수익률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현재 은행 고금리 예금 등으로 자금이 몰린다는 것은 그만큼 금융소비자의 재테크 형태가 안전을 담보하는 쪽으로 움직인다는 얘기인데 이 경우 자연스럽게 자산관리, 연금 등의 고객유치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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