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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에겐 '무용지물' 은행은 '억울'…금리인하요구권 달라질까?

  • 2023.02.09(목) 19:27

금융당국, 금리인하요구권 제도 개선
올해 상반기 중 금리인하 실적공시 보완 예정

인터넷 블로거이자 직장인인 A씨는 최근 연봉이 오르자 '개인 재무상태 개선'을 이유로 은행에 금리인하가 가능한지 물었다. 2021년 시중은행에서 연 2%대 금리로 대출을 받았는데, 6개월마다 금리가 올라 최근 연 6%를 넘어서다.

하지만 은행에서 돌아온 답변은 "내부 평가 결과, 금리인하로 이어질 만큼 신용이 개선되지 않았다"였다. A씨는 "은행에서 일반 회사원은 연봉 상승 폭이 크지 않아 소득, 재산 증가로는 승인이 잘 나지 않는다고 들었다"며 "이자는 느는데 금리인하요구권은 받아들여지지 않아 속상하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금리인하요구권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 개선에 나선다. A씨처럼 금리인하요구권에 의문을 품는 금융소비자들이 많아져서다. 신용도가 개선된 차주에게 금융사가 먼저 금리인하요구권을 안내하고, 거절됐다면 그 이유를 구체적으로 알려주도록 하는 게 골자다.

금융사가 금리인하요구를 얼마만큼 수용하고 금리를 내렸는지를 보여주는 평균 금리인하 폭도 공개할 계획이다. 

금리인하 공시 실효성 개선 사항 /그래픽=비즈니스워치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금리인하요구권 실효성 제고를 위해 제도에 대한 소비자 안내를 강화하고 금리인하 실적 공시 폭을 확대한다고 9일 밝혔다.

금리인하요구권은 취업이나 승진, 연봉 인상 등의 요인으로 신용 상태가 좋아진 대출 보유자가 은행과 보험사, 저축은행, 여신전문금융회사, 상호금융회사 등에 금리인하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소비자별로 가입 상품이나 신용도에 따라 인하 폭은 달라질 수 있다. 

금융당국은 2021년 10월 관련 제도를 한 차례 개선했다. 차주에게 금리인하요구권에 대해 연 2회 정기 안내하고, 반기별로 금융기관들의 운영실적을 비교 공시하는 방안을 더했다. 하지만 수용률은 2019년 48.6%에서 지난해 상반기 28.8%로 되레 낮아졌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금리인하요구권=무용지물'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금리인하 요구 관련 수용률과 이자 감면 총액 등 공시에 대해서도 범위가 제한적이고 내용이 불충분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은행장들과의 간담회에서 "신용도가 개선된 차주가 금리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금리인하요구권에 대한 활성화 노력을 지속해 달라"고 주문했다. 금감원은 올해 업무계획에도 금리인하요구권 운영 적정성 점검 계획을 넣었다.

이후 금융당국은 금융권과 함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실효성 제고 방안을 마련했다. 우선 신용도가 상승한 차주에 대해 올 상반기 내 수시 안내토록 했다. 금융당국은 "현재는 모든 차주에 대해 연 2회 정기적으로 금리인하요구권을 알리고 있는데 다소 기계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했다.

앞으론 금융사 내부 신용등급이나 개인신용평가(CB) 점수가 오른 차주를 금융사가 선별해 반기 1회 이상 선제적으로 추가 안내할 계획이다. 금리인하 요구가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지만 이를 인지하지 못했던 차주의 신청을 늘리면 수용률이 높아질 것이란 판단에서다.

현재 금융사들이 공시 중인 금리인하요구권 실적에 대해서도 정확도를 높인다. 가계대출과 기업대출을 신용대출, 담보대출, 주택담보대출 등 세부 항목별로 구분해 공시하도록 했다.

금융당국은 특히 비대면 신청률과 평균 금리인하 폭을 추가 공시토록 해 금리인하요구권 중복 건수 미표기에 대한 은행권의 불만을 잠재웠다. 

은행연합회에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1~6월) 가계대출 기준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인터넷전문은행의 금리인하요구권 수용률은 5.6~57.9%로 천차만별이였다. 

은행들은 금리인하요구 신청 중복 건을 표기하지 않는 데 대한 불만이 컸다. 금리인하요구권 신청을 비대면으로도 받다보면 한 번 거부당한 사람이 반복 신청할수록 수용률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이는 은행 '줄 세우기' 논란으로 이어졌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고객 편의를 위해 비대면 신청이 가능하게 한 은행들이 오히려 금리인하 요구를 안 들어준 것처럼 보이는 부작용이 있었다"며 "만일 공시가 세분화하면 소비자들도 정확한 수치로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은행 입장에서도 반길 만하다"고 말했다.

신청 요건에 대해서도 자세히 안내하기로 했다. 금융위는 금융사별로 실제 승인 과정에 활용하는 수신실적이나 연체 여부 같은 요건을 가능한 범위 안에서 소비자들한테 충분히 안내토록 할 예정이다. 승인요건에 부합하는 신청이 늘어나면 수용률이 높아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아울러 금융사가 금리인하 신청을 왜 거부했는지에 대해서는 더욱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현재는 △대상 상품이 아님 △이미 최저금리 적용 △신용도 개선이 경미함 정도로 이유를 통보한다. 앞으로는 '신용도 개선 경미함'에 대한 사유를 세분화해 안내할 계획이다.

또 금리인하요구를 신청한 차주가 희망할 경우 개인신용평가 결과 등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이번 개선으로 차주가 본인의 신용상태에 대해서 좀 더 정확히 알고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설명이다.   

금감원은 "은행권부터 이달말 우선적으로 개선된 내용을 공시하고, 여타 업권도 올해 상반기 공시 분부터 반영하겠다"며 "금융사가 금리인하 가능성이 높은 차주에 대해서 금리인하요구권을 선제적으로 안내하면 금융사의 수용률이 향상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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