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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기준금리 또 동결…긴축기조는 지속

  • 2023.04.11(화) 12:49

두달 연속 기준금리 동결, 연 3.50% 유지
물가상승세 둔화·미 연준 속도조절 영향
연내 추가 인상 가능성 시사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두 번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물가가 여전히 높은 수준이지만 점점 둔화되는 모습이 관측된 데다가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실리콘밸리은행(SVB)파산 이후 금리인상 속도 조절에 나서며 한은도 시간을 확보한 영향이다.

다만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여전히 '긴축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이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올해중 추가 기준금리 인상여지를 남긴 것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재 연 3.50% 수준에서 동결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월에 이어 두 차례 연속 동결이다. 

기준금리 추이. /그래프=유상연 기자 prtsy201@

둔화되는 물가 상승세 

이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동결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물가상승세가 점차 둔화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앞서 통계청이 내놓은 3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동월 대비 4.2%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은 목표치인 2%보다는 높은 수준이지만 둔화세는 분명해졌다. 한은 역시 이같은 추세가 이어지면서 연중 물가상승률은 3.5%수준을 나타낼 것이라고 봤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역시 "앞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분기에는 3%대로 낮아지고 연말에는 3% 수준을 나타내는 등 둔화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SVB파산의 나비효과 

물가 안정과 함께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최근 기준금리 인상 속도조절에 나선 점 역시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꼽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지난달 있었던 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우리나라에 기준금리에 해당하는 정책금리를 종전보다 0.25%포인트 인상한 4.75~5.00%로 운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애초 시장에서는 연준이 지난달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지만, SVB가 파산하면서 연준의 지나치게 빠른 기준금리 인상 부작용이 나타났다는 의견이 제기된 바 있다. 은행들이 '유동성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당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당시 "신용 긴축의 가능성이 있고 이는 전체 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봤다"라며 "기준금리 동결을 고려하기도 했다"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지난달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 조절로 인해 한은은 한미간 금리차 확대로 인한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 달러/원 환율의 상승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었고 이는 곧 이날 한은의 기준금리 동결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이창용 총재 역시 "달러화는 3월초까지 미 연준의 긴축 강화 전망으로 강세를 보이다가 실리콘밸리 은행 사태 이후 긴축 기대가 약화되면서 상당폭 약세를 보였고 주요국의 장기시장금리도 상승 흐름을 이어가다가 3월이후 큰 폭 하락했다"라고 설명했다. 

한미 기준금리 추이. /그래프=유상연 기자 prtsy201@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 '충분'

다만 이창용 한은 총재는 연중 기준금리를 한 차례 추가로 인상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의 정점이 현재가 아니라는 얘기다. 이 총재는 "긴축 기조를 상당기간 이어가면서 추가 인상 필요성을 판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추가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여지를 남긴 것은 물가 상승세가 둔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높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 역시 "물가 상승률이 여전히 높은 수준이고 현재의 전망대로 물가 둔화 흐름이 이어지더라도 목표 수준을 상회하는 오름세가 지속되는 것"이라며 "아직 물가가 안정될 것으로 안심하기는 이르다"라고 말했다. 

이와 동시에 미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 역시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남겨둔 이유로 꼽힌다. 

미 연준은 지난달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면서도 올해 한 차례 추가 인상 가능성도 남겨뒀다. 미 연준 역시 물가 안정을 위해서는 긴축을 이어나가야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을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연준이 연중 0.25%포인트의 추가 금리 인상을 단행하면 한미간 금리차는 1.75%포인트로 확대된다. 이는 역대 최대 수준이다.

특히 최근 국내 경기의 침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한미간 금리차 확대로 외인 투자자금 유출, 달러/원 환율의 상승이 이어진다면 경기 침체의 속도가 더 가팔라질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에 보조를 맞출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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