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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단요율로 가격덤핑?…일반시장 '골칫덩이'된 DB손보 왜?

  • 2023.12.22(금) 13:38

가스공사 보험 입찰서 60% 싼 보험료 책정
타보험사 "판단요율 남발로 가격덤핑" 불만
DB손보 "타 보험사가 보험료 높은 것" 반박

/그래픽=아이클릭아트

일반손해보험(기업대상 보험) 시장에서 DB손해보험의 '가격 후려치기' 논란이 커지고 있다. 기업보험 입찰에 평균 이하 가격으로 들어와 경쟁사를 쳐내는 방식이다. 최근 논란에 기름을 부은 건 지난달 한국가스공사가 손보사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재산종합보험(화재·기계·기업휴지·배상책임 등) 입찰이다.

일반보험시장 '부글부글'

2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당시 DB손보는 경쟁사 대비 50~60%나 낮은 가격을 제출했다. 최저가 경쟁입찰 방식에 따라 가스공사는 가장 싼 보험료를 제시한 DB손보를 인수보험사(주간사)로 선정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보통 손보사는 컨소시엄을 꾸려 기업보험을 공동인수하는데, 삼성화재·현대해상·KB손보·한화손보 등 다른 손보사들이 DB손보가 주도한 가스공사 계약을 보이콧 한 것이다.

"DB손보가 낙찰받은 싼 보험료로는 재산종합보험과 같은 거대 리스크를 담보할 수 없다"는 게 이들 보험사들의 입장이었다. 결국 가스공사는 다음으로 낮은 보험료를 써낸 삼성화재를 주간사로 변경해, DB손보와 50%씩 나눠 보험을 인수토록 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나머지 손보사들이 가스공사에 민원을 제기하며 크게 반발했다. 당초 계약이행에 실패한 DB손보는 컨소시엄에서 배제되는 게 일반적이라는 것이다. 가스공사 측에서 "내부 규정에 따라 보험계약을 진행했다"는 입장을 밝히며 사태는 일단락됐다. 그러나 이에 대해 금융감독원은 DB손보에 이달 초 경위서 제출을 요구하는 등 수면 아래에선 불만이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모양새다.

"초저가 영업 무리수" vs "그것도 경쟁력"

다른 손보사들이 DB손보에 눈총을 보내는 이유는 일반보험 시장에서 '무한 가격경쟁'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보험사 한 관계자는 "상식으로 여겨지는 가격(보험료)보다 더 아래로 밀고 들어오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고 토로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앞으로 DB손보가 정한 가격대로 시장이 움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손보사 자체 보험료 산출 능력을 높이기 위해 금융당국이 2015년 도입한 '판단요율'을 일반보험료 덤핑에 악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판단요율은 경험통계를 바탕으로 하지 않고 보험사 내부통제기준에 따라 자체 판단해 산출한다. 이에 따라 적정요율 이하의 덤핑요율을 제시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보험사들은 기업보험처럼 리스크가 높은 물건을 무리한 보험료로 인수하면 당장 시장점유율은 높일 수 있겠지만 나중에 대형 사고가 터졌을 때 보험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못하거나, 막대한 영업손실을 볼 수 있다고 주장한다. 다른 보험사 관계자는 "이런 이유로 낮은 가격대에도 자금 여력이 부족한 중소형사들은 일반보험 시장에 명함도 못 내밀고 있는 실정"이라고 꼬집었다.▷관련기사 : [인사이드 스토리]실적 '삐끗' DB손보, 영업에 '올인'?(11월22일)

DB손보는 일반보험은 각사 사정과 물건 컨디션에 따라 요율이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그간 다른 보험사들이 보험료를 터무니없이 높게 잡은 것으로 봐야한다는 주장이다. 

DB손보 관계자는 "그동안 수차례 있었던 금융당국의 검사와 조사에서 일반보험 영업 및 판단요율과 관련된 구체적 제재 조치는 나오지 않았다"며 "이달 초 금감원에 제출한 가스공사 관련 경위서에서도 '문제 없다'는 안내를 받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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