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가 지난달 조직개편에서 신세계그룹 '이마트 패키지보험(일반 기업보험)'을 담당했던 법인컨설팅 3팀을 법인컨설팅 4팀과 묶어 기업컨설팅2팀으로 재편했어요. 이마트 패키지보험을 담당했던 부서장은 보직해임을 당했고요. 회사에서 팀 헤쳐 모여가 반복되고, 인사에 울고 웃는 게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죠.
하지만 이번 인사는 문책성에 무게가 실린다는 게 업계 설명입니다. 지난 몇년간 잘 받아오던 이마트 패키지보험에서 지난해 40억원이나 보험료가 깎인 여파라는 후문인데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AMC보험중개 등장에 스타벅스 이마트까지
26일 업계에 따르면 얘기의 배경엔 지난 2022년 보험중개사업계에 첫 발을 들인 AMC보험중개가 있다고 합니다. 중개회사는 기업과 보험사의 보험계약 체결을 중개하는 곳이라고 생각하면 쉬워요. 한 마디로 브로커라고 할 수 있죠. 당초 범(凡) 삼성가인 신세계그룹은 삼성화재와 직급(보험중개사 없이 기업과 보험사가 직접 보험계약을 맺는 것)으로 패키지보험을 체결했다고 해요.▷관련기사 : [보험정책+]보험중개사를 아시나요(2021년 4월15일)
그런데 회사를 차린 지 2년이 채 되지 않은 신생사인 이 회사가 스타벅스·이마트 등 쟁쟁한 신세계그룹 계열사의 보험중개권을 따낸 큰 손이 된 거죠.
특히 이 회사가 손보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건 이마트 패키지보험을 두고 한 기막힌(?) '밀당'(밀고 당기기) 때문입니다. 한쪽엔 삼성화재, 다른 쪽엔 DB손해보험을 두고 말이죠. 이마트가 삼성화재와 직거래할 때보다 패키지보험 가격을 낮추는 게 보험중개의 목표였던 것으로 업계는 추측합니다. 기업 고객이 내야 할 보험료를 보험사와 협상으로 최대한 깎아주는 게 브로커 능력이 되니까요. 이런 성과가 하나둘 쌓이면 신세계그룹 다른 계열사 보험중개권을 얻을 기회도 생기겠죠.
삼성화재 "DB손보에 뺏길 바엔…"
이렇게 작년 삼성화재가 받아든 이마트 보험료 견적서가 120억원이었다고 합니다. 지난해 5월1일부터 2025년 4월30일까지, 2년 계약 조건이었죠. 그전엔 160억원이었던 보험료가 40억원이나 후려쳐진 겁니다. 삼성화재는 난색을 표했다고 전해집니다. 재보험 부서에 언더라이팅(인수심사) 부서까지 동원해 계산기를 두드려도 저 보험료로는 기업 위험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결론에 다다랐다고 해요.
"이 과정에서 보험료 견적서를 AMC보험중개에 내준 건 DB손보였다"고 중개사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읍니다. AMC보험중개가 이마트 패키지보험 중개권을 가지고 있으니 요율 견적서를 내줄 수 있냐고 DB손보에 먼저 접촉했다는 소문이 중개사업계에 쫙 퍼진거죠. DB손보는 삼성화재 물건을 가져와야 하니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싼 가격서를 써 줬다고 업계에 전해집니다.▷관련기사 : 판단요율로 가격덤핑?…일반시장 '골칫덩이'된 DB손보 왜?(2023년 12월22일)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감지한 삼성화재가 결국 백기를 들었어요. 당장 40억원 손해를 보더라도 이마트 패키지보험을 가져오는 게 낫다는 판단을 내린 거죠. 이 보험중개에 밉보이면 라이벌인 DB손보에 하나 둘 물건이 넘어 갈 수 있으니 울며 겨자먹기로 계약을 이어가기로 한 겁니다. 하지만 이익을 최우선시 하는 기업에서 누군가는 손해 책임을 져야 했죠. 이게 지난달 삼성화재 법인컨설팅팀 부서장 인사 배경이라는 후문입니다. 말 많은 손보업계에 AMC보험중개 '경계령'이 널리 퍼진 이유입니다.
다만 이와 관련 AMC보험중개 관계자는 "보험계약은 전적으로 당사자인 이마트와 삼성화재의 의지로 체결된다"며 "회사는 보험물건을 중개하는 곳일 뿐 어떠한 권한도 행사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