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은 국내 부동산 시장에서 핵심 역할을 맡고 있다. 실거래가와 호가 등을 기반으로 KB부동산이 산정하는 시세가 부동산 거래 전반에 활용되고 있어서다.
내 집 마련을 하려는 실수요자가 은행을 방문해 대출을 받으려면 해당 주택 집값은 KB부동산 시세를 기준으로 대출 가능금액을 산정한다. 금융위원회와 국토교통부 등 정부 부처는 부동산 정책을 만들 때 한국부동산원과 함께 KB부동산 자료를 활용하고 있다.
KB부동산 시세에도 AI(인공지능)가 활용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KB부동산 시세와 통계 데이터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AI시세 검증을 만들었다. 이를 통해 한층 정확도를 높인 부동산 정보를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KB부동산 빅데이터센터'에 AI 결합
KB국민은행은 옛 주택은행 시절인 1986년부터 KB주택가경동향조사를 발표하고 있다. 이는 국내에서 가장 긴 시계열을 가진 부동산 통계다. 2004년부터 전국 시세조사를 시작했고 현재 주택시장 동향을 파악할 수 있는 지표로 활용 중이다.
2022년 11월 아파트 통계 표본을 3만2000개에서 전체 단지인 6만2200여개로 확장했고, 단독주택(3000개)과 연립·다세대(2500개) 주택을 포함해 약 6만7000개 주택 표본의 매매·전세·월세 가격정보를 통계로 발표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9월 'KB부동산 빅데이터센터'를 개설했다. 부동산 시세와 통계 조사를 담당한 내부 전문가에 데이터 분석, AI모델링과 시장 분석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 인력으로 조직을 꾸렸다.
빅데이터센터는 주택뿐 아니라 상업용 부동산 관련 지수도 발표하고 있다. 오피스텔 통계에 오피스 통계로 구성된 KB부동산 투자지수도 개발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AI 기술을 도입해 시세 산정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KB국민은행은 부동산 빅데이터와 AI 모델링 기법을 접목해 'KB 아파트 AVM'(Automated Valuation Model)을 구축했다.
KB 아파트 AVM은 약 1000만 가구 이상의 전국 아파트 동호별 특성을 반영하고, KB부동산의 장기 시계열 데이터와 시세 산출 노하우를 더해 KB AI시세를 산출한다. 아파트가 갖는 기본 속성 정보를 기반으로 부동산 관련 빅데이터를 AI 모델에 학습시켜 최적의 모델을 탐색한다는 게 KB국민은행 설명이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지역별 특성과 단지 규모 등을 반영해 모델을 구성하고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현재 수도권 아파트 AI시세 실거래가와 오차율은 4~5%대로 안정적인 수준"이라고 말했다.
KB국민은행은 AI시세 모델링을 고도화해 활용 범위를 넓혀나간다는 구상이다. 작년 10월부터 AI시세를 KB부동산 데이터허브에서 베타서비스 하고 있고 제휴 업체의 AI 추정가격과 실거래평균가, 매물평균가 등과 비교할 수 있도록 시각화했다. 기존 KB시세에 AI시세를 활용한 추가 검증 프로세스를 도입해 KB시세 정확도가 향상될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나홀로 아파트도 AI시세, 대출 받는다
KB시세 정보가 산출된다는 것은 해당 주택에 대한 담보 평가를 통해 대출이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금융당국이 온라인 대환대출 플랫폼을 통한 주담대 갈아타기 서비스를 출시할 때 아파트를 대상으로 하고 향후 비아파트(연립·다세대 등)로 서비스 범위를 넓히기로 한 것 역시 KB부동산 시세 등 정확한 시세 파악이 가능해야 대환대출이 가능하다는 점을 반영한 결과다.
이 같은 상황에서 KB국민은행은 최근 50가구 미만 아파트 담보평가 시 AI시세를 활용해 시세 적용 범위를 확대했다. 그 동안 50가구 미만 이른바 '나홀로 아파트'는 거래 빈도와 특성 등이 일반 아파트와 달라 KB시세 조사 대상이 아니었다.
이들 주택은 KB시세가 없어 약식 감정평가를 받아 대출을 받았다. 감정평가 과정에서 평균 3일 이상의 시간과 수수료가 발생했다. 이번 AI시세를 통한 시세 산출 범위에 포함되면서 평가 시간이 5~10분 이내로 줄고 비용 발생도 없앴다. 이를 통해 전국에 있는 약 9000개 나홀로 아파트 단지가 담보평가로 활용될 전망이다.
KB국민은행은 AI시세를 영업점 활용을 시작으로 스타뱅킹 비대면담보대출 등으로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상반기 중 KB부동산 플랫폼에서 50가구 미만 아파트 AI시세를 확인할 수 있도록 서비스할 계획이다.
이종아 국민은행 KB부동산 빅데이터센터장은 "AI시세 도입으로 부동산 거래 편의성이 높아지고 대출 소요시간 단축과 비용절감 효과가 기대된다"며 "공신력 있는 부동산 기준가격을 제공해 전세사기를 막고 합리적인 부동산 의사결정을 지원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