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나올 장기요양실손보험(이하 요양 실손보험)은 공보험 혜택이 적용되는 급여 부분이 보장되지 않는다. 병원이 자체적으로 금액을 정하는 비급여 부분엔 월 30만원 수준의 보험금 지급한도가 생기고, 환자 본인부담금 비율은 50%로 확 높였다.
의료 과소비와 과잉진료를 제한하는 구조 개편이 이뤄지지 않으면 요양 실손보험도 실손보험처럼 병·의원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하지만 벌써부터 보험 가입자의 보건환경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정부서울청사에서 '3차 보험개혁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논의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자동차보험 비교·추천 서비스 개선 △전통시장 등 화재보험 공동인수 확대 △단체보험 무사고 보험료 환급 허용 명확화 등 보험산업 현안 및 국민 체감형 과제가 중점적으로 다뤄졌다.
특히 금융당국은 인구 고령화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요양 실손보험 보상범위와 한도를 정립했다. 요양 실손보험은 요양등급(1~5등급)을 받은 사람의 요양원·방문요양 서비스 비용 중 일부를 실손보장하는 상품이다. 지난해 7월 DB손해보험이 처음 선보였다.
전례 없던 상품 등장으로 출시와 동시에 불티나게 팔렸지만, 초고령 사회 진입을 앞두고 요양 실손보험이 실손보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나친 보험 혜택이 과잉 진료를 부추겨 의료·요양기관의 '보험금 빼먹기'가 횡행하고, 결국 공보험 재정 악화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다.▷관련기사 : "요양원·재가요양 실비 보장"…도덕적 해이 부를까(2023년 7월21일)
금융위 관계자는 "다수 보험사의 경쟁적 상품개발로 인한 보장한도 확대 등 불건전경쟁 우려가 없도록 상품 개선 필요성이 제기됐다"고 했다. 당국은 보험사가 같은 상품을 팔도록 표준약관을 도입키로 하고 요양 실손보험 판매를 중지시킨 상태다.
요양 실손보험이 보장하는 항목은 장기요양보험 내 급여 자기부담금 일부와 비급여 항목인 식사재료비, 상급침실이용비 두 가지다. 보건당국과 협의 결과 급여 자기부담금 부분은 보장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비급여의 경우 30만원의 월 지급한도를 산정했다. 비급여 항목에 대한 자기부담률도 50%로 높게 설정했다.
애초에 비교적 비싼 급여 부분을 보장해주지 않는 데다, 높은 자기부담률로 가입자 스스로 싼 비급여를 찾는 일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결과적으로 가입자의 보건환경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출시도 안 된 요양 실손보험이 천덕꾸러기 신세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요양 실손보험 취급 관련 생·손보 업권 간 경계가 허물어질 지 여부도 아직 나오지 않았다. 요양사업 다각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생보업계는 요양 실손이 생·손보 모두 취급 가능한 제3보험(상해·질병·간병) 영역 중 간병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금융당국의 법령해석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