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환 금융위원장이 보험사들의 회계기준 변경을 두고 중장기적 건전성 유지를 위해 필요한 조치라고 밝혔다. 최근 보험사들이 역대급 실적에도 건전성 유지를 위한 자본확충 등을 이유로 배당을 하지 못하는데 따른 입장이다.
이는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기업가치 제고(밸류업)과 배치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소각 과정에서 삼성생명 지분 변동에 따른 지분 매각과 관련해 금산분리는 유지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삼성화재 밸류업을 위한 삼성생명의 삼성화재 자회사 편입에 대해선 금산분리와는 궤를 달리한다는 설명이다.

김병환 위원장은 24일 월례 기자간담회를 갖고 보험업계 현안에 대해 설명했다. 최근 국내 보험사들은 역대 최대 순이익을 기록하거나 전년대비 성장하는 등 호실적을 달성했다. 하지만 한화생명은 건전성 유지를 위해 배당을 하지 않기로 했고 현대해상도 배당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금융당국의 새 회계제도인 IFRS17 도입에 따른 결과라는 분석이다. 회계제도 변경으로 보험사들은 지급여력비율(K-ICS·킥스) 유지를 위해 자본확충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를 위해 다수의 보험사가 후순위채 등 자본성증권 발행과 배당 유보 등을 결정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보험업계에선 해약환급금 준비금 제도 개선 필요성 등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병환 위원장은 "밸류업을 위해 주주환원을 많이 하는 부분이 있겠지만 금융감독 차원에서 보면 보험사의 중장기적인 건전성을 유지하는 부분이 필요하고 회계기준 변경은 이에 따른 조치"라며 "관련해선 업계와 감독당국이 소통하고 상황을 점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등의 삼성전자 보유 지분 변동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최근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각각 2338억원, 409억원 규모의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했다. 삼성전자의 자사주 소각 과정에서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삼성전자 지분율 상승 가능성을 막기 위해서다. 금산분리법에 따라 삼성생명·화재 등 금융 계열사들의 삼성전자 보유 지분은 10%를 넘어설 수 없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밸류업을 위해 1년간 10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1차적으로 3조487억원 규모의 자사주(보통주+우선주)를 지난 20일 소각했다.
김병환 위원장은 "밸류업을 위해 자사주를 매입하는 부분이 많고 금산분리법이나 관련법의 지분 제한을 벗어나는 것들이 나오고 있다"면서도 "이번 자사주 매입을 통해서 이슈가 발견되는 사례는 상당히 예외적으로 밸류업과 투자 혹은 지분 제한이 전면적으로 상충된다는 판단은 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밸류업을 위해 금산분리를 바꿔야 할 필요성은 현재로서는 없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김병환 위원장은 "삼성전자가 자사주를 매입하면서 삼성생명이 금산분리법상 지분을 초과하는 부분이 있다"며 "(금산분리법은) 많은 논란을 거쳐 지금의 제도가 운영되고 정착된 상황이라 밸류업과 배치되는 사례도 거의 없을 것으로 판단돼 제도를 바꿔야될 필요성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삼성생명이 삼성화재 자회사 편입·승인을 신청한 것에 대해선 금산분리 원칙과는 다른 부분이라는 입장이다. 삼성생명은 삼성화재의 밸류업 방안 중 자사주 비중 5% 미만으로 향후 삼성생명의 삼성화재 지분이 15%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돼 삼성화재를 자회사로 편입하기로 결정했다.
보험업법에 따라 보험사는 타 회사 발행주식의 15% 이상을 보유할 수 없는데, 보유할 경우 자회사로 편입해야 한다. ▷관련기사: 삼성화재 품는 삼성생명, '자회사 편입' 선택 배경은(2월14일)
한편 김병환 위원장은 무·저해지보험 상품 관련 롯데손해보험이 실적을 산출하는 과정에서 예외모형을 적용한 것에 대해선 충분히 설명이 가능하고 납득할 수 있을지를 살펴야 한다는 생각이다. 지난해 금융감독당국은 무·저해지보험 계리적 가정 변경에서 보험업계에 원칙모형을 권고한 바 있다.
김병환 위원장은 "무·저해지보험 상품이 데이터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가정을 해야하는 부분이라 건전성을 감독하는 입장에선 원칙(원칙모형)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은행과 보험사마다 사정이 있을 수 있어 예외적인 부분을 허용하는데, 원칙을 따르지 않더라도 그 과정이 특별한 근거 등이 충분히 설명되고 납득돼야 한다는 점에서 사안을 봐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