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이 20일 비대면 주택담보대출 상품 금리를 0.25%포인트 올렸다.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 원리금상환비율(DSR) 시행 전 미리 대출을 받으려는 수요가 급격히 불어나자 급히 제동을 건 것이다. 앞서 우리은행도 가계대출 상품 금리를 올렸는데 그럼에도 가계대출 수요는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이날 금융당국은 3단계 스트레스 DSR 세부 지침을 발표했다. 그러면서 "시행일인 7월 이전 대출 쏠림현상을 감안해 전 금융권에서 관리에 만전을 기대할라"고 당부했다. 타행들은 당분간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관련기사: 대출 한도 더 줄이는 3단계 스트레스 DSR, 지방은 연말까지 면제(2025.05.20), 이 속도라면 이달 가계대출 6조 폭증…'3단계 DSR' 앞두고 더 늘까(2025.05.19)

금리 올려도 대출 수요는 여전
이날 KB국민은행이 금리를 조정한 상품은 'KB스타 아파트담보대출'이다. 5년채 5년물이 기준금리인 주기형과 혼합형 대상이다. 금리 인상 조치로 해당 상품 대출금리는 3.69%로 올랐다.
대출금리 인상에도 '오픈런'은 계속되고 있다. KB스타 아파트담보대출 신청은 이날 오전 8시 이전에 신청 마감됐다. KB국민은행은 비대면 주택담보대출 수요가 몰리자 지난 14일부터 일일 접수 건수를 하루 150건으로 제한했다가 이번 주 들어 소폭 늘렸다. 그런데도 이른 아침이면 신청 마감되는 상황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대출금리를 손보긴 했지만 가계대출 쏠림현상 완화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가계대출의 또 다른 축인 신용대출에 수요가 몰렸던 우리은행은 지난 16일부터 일부 비대면 신용대출 상품에 대해 최대 0.6%포인트인 우대금리를 적용하지 않고 있지만 아직 눈에 띄는 변화는 없는 상태다.
3000만원 줄어드는데…대출수요 폭증, 불보듯 뻔해
오는 7월 1일 3단계 스트레스 DSR이 시행되면 주택담보대출 한도는 지금보다 최대 3300만원, 신용대출은 최대 400만원 줄어든다. 대출 계획이 있는 수요자 입장에서는 한도를 더 받을 수 있는 6월까지 대출을 마쳐야 하는 셈이다. ▷관련기사: 7월부터 연봉 1억도 주담대 '혼합형' 받으면 한도 3300만원 '뚝'(2025.05.20)
시중은행 관계자는 "7월부터 대출 문이 좁아진다는 건 지난해부터 예고됐던 일"이라면서 "관리를 하겠지만 그렇다고 대출 수요가 줄어들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트레스 DSR은 지금은 금리가 낮지만 나중에 금리가 올라 원리금이 늘어날 수 있으니 이를 미리 고려해 대출 한도를 줄이는 정책이다.
예를 들어 소득 1억원인 차주가 수도권에 30년 만기(원리금균등상환)로 변동형 대출을 받는다고 하면 대출금리 4.2% 적용 시 현행 최대 5억9000만원에서 5억7000만원으로 1900만원(약 3%) 정도 한도가 줄어든다.
같은 대출 조건에서 소득 5000만원인 차주는 3억원에서 2억9000만원으로 1000만원(약 3%) 축소된다.
여유 있는 신한·하나은행, 우대금리 추가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을 제외한 3개 시중은행은 아직 가계대출 금리를 조정하려는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신한은행은 지난 16일 비대면 주택담보대출 및 전세대출에 우대금리 0.1%포인트를 추가했다. 농협은행은 오는 22일부터 대면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우대금리를 0.45%포인트 확대하기로 했다. 신한은행과 농협은행은 아직 가계대출을 늘릴 여력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하나은행은 대출 속도에 따라 향후 금리 조절 여부를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6월까지 신용대출 수요 급증이 예상되는 만큼 시중은행들과 금융당국은 모니터링을 강화할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이달 가계대출 증가세가 확대할 우려가 있다"면서 "월별․분기별 관리 목표 준수 여부 등을 철저하게 체크해 필요시 즉각적인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