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형 손해보험사들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손익분기점인 80%대를 훌쩍 넘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이런 가운데 보험업계와 정비업계가 수리비 산정 투명화를 위한 상생협약을 맺었다.
보험업계에선 이번 협약으로 과잉청구나 허위청구 등 일부 문제는 줄겠지만, 손해율 개선에는 큰 영향을 주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평가가 나온다. 협약의 취지는 긍정적이지만, 강제성이 약한 만큼 현장 적용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상생협약으로 수리비 관련 분쟁 차단…실효성은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보험사와 정비업계 간 수리비 분쟁 예방을 위한 상생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상생협약의 핵심은 수리 절차의 투명화다. 그동안은 일부 정비업체가 수리를 완료한 후 보험사에 청구 금액을 통보하거나, 계약된 공임 기준을 넘어서는 금액을 청구해 불필요한 분쟁이 반복돼 왔다.
실제 금융감독원의 '자동차 수리비 허위·중복청구 등 보험사기 사례 및 대응요령' 자료를 보면 정비업체가 소비자에게 실제 파손부분이 아닌 곳의 수리를 권유하고, 보험금 청구를 위해 허위 보증서를 발급해주는 사례도 있었다.
이번 협약에는 차량 입고 시 정비업체가 수리 범위, 방법, 예상 수리비가 담긴 견적서를 먼저 보험사에 제출하고, 보험사는 이를 검토한 후 24시간 이내에 정비업체와 소비자에게 검토 결과를 회신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번 협약으로 정비업체는 가장 큰 문제였던 수리비 지급 불확실성과 대금 지급 지연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수리 전 과잉 정비 여부를 사전 통제할 수 있는 여지를 확보해 보험금 누수를 차단할 수 있다. 정비업체가 차량 입고 즉시 수리 범위, 방법, 예상 수리비가 담긴 견적서를 제출해야 해 수리가 진행된 뒤 과잉 수리 여부를 따지는 것보다 사전 통제가 용이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수리비 분쟁이 줄면 분쟁 조정에 들어가는 행정 비용이나 시간, 인력 낭비를 줄일 수 있어 사업비 감소 효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다만 이번 협약이 법적 강제성은 없어 모든 정비업체가 동일하게 절차를 준수할지는 미지수다. 업계 일각에서는 "분쟁 감소 효과는 있겠지만, 자율협약인 만큼 여전히 협약을 준수하지 않는 정비업체가 나올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과잉청구 줄어도…손해율 개선은 '제한적'
일부에서는 이번 협약으로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개선될 가능성을 제기한다. 그러나 보험업계에서는 근본적인 악화 요인을 해결하지 못한 만큼 실효성이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과잉청구나 허위청구 등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나, 전체 정비업체 중 일부에 해당해 손해율 개선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올해 9월 말 기준 4개 주요 손보사(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의 자동차보험 누적 손해율(단순 평균)은 85.4%로 전년 동기 대비 4.3%포인트 상승했다. 9월 한 달 평균 손해율은 94.1%로 전년 동기보다 7.8%포인트 악화했다.
통상 손보업계는 자동차보험 손해율 80%(대형사 82%)를 손익분기점으로 인식한다. 이를 넘어서면 적자를 의미한다.
현재 손해율이 급등한 가장 큰 이유는 보험료 인하가 계속된 가운데 보험금 지급은 늘어났기 때문이다. 차량 부품 가격, 정비 공임, 경상 환자 진료비 등 수리 및 사고 처리 관련 원가 자체가 꾸준히 오른 탓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번 협약으로 과잉 청구나 허위 정비 사례 같은 문제는 줄어들 것"이라면서도 "다만 과잉 청구 등 사례는 전체 정비업체 중 일부에 해당하기 때문에 손해율 하락에 크게 기여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