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기자수첩]오스코텍, 신뢰의 시험대에 서다

  • 2025.11.28(금) 10:00

주식 수 확대·이사 선임 두고 갈등 재점화
'공정·투명' 내세운 경영진 노력 통할까

이달 중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한 코스닥 상장사의 임시주주총회 소집 공시가 올라왔다. 폐암 블록버스터 표적항암제 '렉라자(레이저티닙)'를 자회사 제노스코와 함께 발굴한 오스코텍이 발행 주식 수를 늘리고 사내·사외이사를 신규 선임한다는 내용이다. 

제노스코 상장 등 렉라자의 '과실'을 어떻게 분배할지를 놓고 회사와 주주 간 갈등이 이어져 왔는데, 이번 임시주총 건으로 다시 부각되는 모양새라 관심이 모아질 수 밖에 없었다. 

임시주총 안건 중에 발행 예정주식 총수를 확대하는 정관일부 변경건이 있는데 이는 당연한 수순으로 보여졌다. 주주들이 요구하는 제노스코 완전 자회사 전환을 위해 자금 조달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안건인 신규 사내이사 및 사외이사 선임도 큰 이슈가 아니라고 봤다. 회사가 현재 경영권 분쟁 상황이 아니어서다. 하지만 이는 회사와 소액주주간의 오랜 대립의 맥락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었다.

실제로 소액주주들의 반발이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이번 임시주총 개최 및 안건에 대해서도 오스코텍 소액주주 연대를 중심으로 강한 반대 의견이 제기됐다. 

소액주주연대는 발행 예정 주식 수 확대를 두고 "제노스코 주요 주주의 지분 엑시트를 위한 사전 단계"라고 의심한다. 3자 배정 유상증자에 대해선 최대주주 우호세력 확보 수단, 사내·사외이사 선임과 관련해선 '알박기'라고 딱 못을 박았다. 회사는 '신뢰 회복'을 이야기하지만, 주주연대의 눈에는 '지배력 회복 시도'로 비친다. 같은 안건을 두고 완전히 다른 그림을 보고 있는 셈이다.

지난 26일 여의도에서 열린 오스코텍 주주 소통 간담회에 참석해 보니 그 간극을 조금은 체감할 수 있었다. 올해 초 중복 상장 논란이 이어져 창업주 해임까지 겪은 회사라는 것을. 수년간 쌓여온 갈등의 결과 불신의 뿌리가 생각보다 깊다는 것을 다시 확인하는 자리였다.

지배구조의 큰 틀은 그대로인 채 몇 가지 제도와 사람만 바꾸는 상황에서, 주주들이 여전히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는 것도 이해 못할 일은 아니었다.

다만 임시주총 안건을 하나씩 들여다보면, 내용 자체는 흔히 보던 방식과는 조금 결이 다르다.

우선 주식 수 확대. 회사는 이 물량을 향후 1~2년 내 제노스코 지분 인수 목적에 한정해 사용하겠다고 못 박았다. 주주가치 희석을 불러올 수 있는 일반적 자금조달, 이를테면 주주배정 유상증자에는 쓰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바이오기업으로선 가장 손쉬운 조달 수단인 '주주배정 유증' 카드부터 스스로 봉인한 셈이다.  

사외이사 후보로 내세운 김규식 변호사는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에서 소액주주 권리를 주장해온 인물이다. 이미 소액주주연대가 추천한 감사가 선임돼 활동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사회 안에 또 다른 '견제 축'을 들여오는 모양새다. 

상법 개정으로 인해 이사는 이제 회사뿐 아니라 주주를 대상으로도 충실의무를 진다. 제노스코 지분을 비싸게, 혹은 헐값에 사들일 경우 이사들이 '주주충실의무' 위반으로 직접 책임을 질 수 있는 구조가 됐다는 것이다. 그래서 법적으로도 '공정한 가격'에 거래했다는 점을 절차와 근거로 입증해야 한다.

이를 위해 오스코텍은 사외이사들로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독립적인 외부기관 두 곳에 가치평가·법률자문을 의뢰한 뒤 거래를 진행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내달 5일 열릴 임시주주총회는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만약 안건이 부결된다면, 코스닥 상장을 포기한 제노스코의 완전 자회사 편입은 당분간 물 건너갈 가능성이 크다. 회사와 주주가 말하는 '비효율 구조 해소'도,  지금까지의 준비와 설명도 모두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다. 회사뿐 아니라 주주에게도 손해가 될 수 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이번에 제시된 지배구조 장치가 실제로 어떻게 작동할지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다만 어렵게 만든 이 장치를 '시험대'에 올려볼 필요는 있어 보인다.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들이 임시 주총 안건에 대해 찬성을 권고한 점도 국제 기준에서 보더라도 최소한 '노골적인 주주가치 훼손 안건은 아니다'라는 평가다.

이번 임시주총은 오스코텍이 갈등을 종식하고 재도약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 답을 내리는 몫은 이제 주주들에게 넘어갔다. 이번 선택이 갈등의 연장선일지, 늦었지만 신뢰 복원의 출발점이 될지는 주주들의 표에 달려 있다.

이번 사태가 바이오산업 전체에 시사하는 바도 크다. 다수 바이오 회사들이 주주와의 소통에 미흡했고, IR에 무심한 태도를 보여 왔다. 일부 기업의 약속을 저버린 반복된 자금조달은 한국 바이오 시장 전반의 신뢰를 갉아먹어 왔다. 한 번 무너진 신뢰를 되돌리는 데 얼마나 큰 비용과 시간이 드는지 이번 사례가 극명하게 보여준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
  • 오늘의 운세
  • 오늘의 투자운
  • 정통 사주
  • 고민 구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