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투자 위축과 급격한 시장·제도 변화 속에서 비상장 바이오 벤처가 살아남기 위해선 단순한 연구 성과를 넘어 초기 단계부터 명확한 사업화 및 엑시트(투자 회수) 전략을 갖춰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실효성 있는 정부의 정책 지원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지난 27일 서울 송파구 한스바이오메드 회의실에서 '제7회 문정바이오CEO포럼'이 열렸다. 이날 포럼에는 '건전한 바이오 생태계 유지를 위한 비상장 바이오기업의 생존 경쟁력 확보·성장 전략 및 시스템 개선 방향'을 주제로 비상장 혁신신약 기업들의 현실적인 생존 해법이 모색됐다.
문정바이오CEO포럼은 서울 송파구 문정동 일대 바이오텍 대표들이 정기적으로 모여 정보 교류 및 협업 기회를 모색하기 위해 발족한 모임이다. 지난 2023년 첫 포럼을 시작했다. 문정동은 바이오 클러스터로 부상하고 있는 지역이다.
VC 자금 후기 쏠림…"연구 성과 넘어선 설득력 필요"
이날 포럼에서 투자 및 신약개발 전문가들은 현재의 시장 상황을 단순한 '침체'가 아닌 '옥석 가리기' 국면으로 정의하며, 기업들의 철저한 전략 변화를 주문했다.
이태규 스케일업파트너스 대표는 "자금이 초기 기업보다는 임상 2·3상 등 후기 자산과 우량 딜에 몰리고 있다"며 "초기 바이오벤처는 단순한 연구 성과가 아니라 플랫폼 차별성, 원천특허, 화학·제조·품질관리(CMC) 및 목표제품특성(TPP), 글로벌 사업개발(BD) 전략까지 갖춘 사업화 중심 구조로 투자자를 설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창업 초기부터 임상과 라이선싱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으면 대형화된 벤처캐피탈(VC) 시장에서 자금을 유치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박영민 국가신약개발사업단(KDDF) 단장 역시 막연한 낙관론을 경계하며 냉정한 자기 진단을 촉구했다. 박 단장은 "글로벌 학회 현장에서는 중국 등 경쟁국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는데, 국내에서는 여전히 '우리가 잘하고 있다'는 식의 평가에 머무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투자는 회복 조짐이 있지만 선택과 집중 흐름이 뚜렷해 가능성이 높은 기업에만 자금이 몰리고 있다"며 "논문과 기술 설명을 넘어 신약개발 계획, 임상 전략, 가치평가, M&A 및 라이선스 아웃 등 엑시트 전략까지 갖춘 기업이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개발 긴 호흡…맞춤형 지원과 연대 절실
기업의 노력과 함께 정책 및 규제 환경의 개선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특히 신약개발의 긴 호흡과 벤처 투자의 짧은 회수 기간 사이의 불일치를 해소할 방안이 도마 위에 올랐다.
최학배 하플사이언스 대표는 "비상장 혁신신약 기업의 위기는 신약개발 기간과 투자 회수 기간의 불일치에서 비롯된다"며 "연구 성과가 곧바로 투자 가능한 개발 자산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며, 임상 개념증명(PoC)과 글로벌 라이선스 아웃으로 이어질 수 있는 가치 상승 경로를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불확실성이 큰 퍼스트인클래스(First-in-class) 혁신신약에 대해서는 별도의 평가 트랙과 전문위원회가 필요하며, 정부 정책 자금이 민간 투자를 유도하는 촉매 역할을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영옥 K바이오전략연구원장은 규제 기관과의 소통을 핵심 과제로 꼽았다. 김 원장은 "정부 정책과 제도가 때로는 기업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 될 수 있는 만큼 수요자인 기업 입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며 "특히 식약처 허가·심사와 관련해 기업들이 연구개발 초기부터 규정을 이해하고, 규제 기관과 지속적으로 소통해야 시행착오와 시간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정부가 바이오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현장에서 체감할 정책은 아직 부족하다"며 "비상장 바이오벤처의 투자 공백을 메울 스타트업 펀드와 PoC 단계 섹터 펀드 등 실질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용준 문정바이오CEO포럼 회장은 "바이오 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산업 구성원들이 경험과 자원을 연결해 현실적인 해법과 선순환 생태계를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포럼은 보건산업진흥원, 삼일회계법인, 춘천기업혁신도시 시행사인 바이오테크이노밸리, Collaborative Drug Discovery(CDD)의 후원으로 진행됐다. 이날 행사에서는 바이오산업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이병건 플래그십 파이오니어링 특별고문과 윤선주 에이피트바이오 대표에게 감사패가 수여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