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끊임없는 도전에도 암은 여전히 완치를 쉽게 허락하지 않는 질병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신약 개발은 꾸준히 진화해 왔다. 1세대 화학항암제, 2세대 표적항암제, 3세대 면역항암제를 거쳐 최근에는 환자의 면역세포를 이용해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공격하는 키메라 항원수용체 T세포(CAR-T) 치료제가 차세대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 4월 국내에서도 첫 CAR-T 치료제가 탄생했다. 바이오벤처 큐로셀이 자체 기술력으로 개발한 '림카토'다. 림카토는 국산 신약 42호로 허가받으며 대한민국 세포·유전자 치료제 개발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지난 2일 서울역 인근에서 김건수 큐로셀 대표를 만나 국산 첫 CAR-T 치료제를 탄생시킨 기술력과 사업화 전략, 그리고 글로벌 시장을 향한 다음 도전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자체 플랫폼 '오비스' 통해 한계 극복
일반 항암제가 몸속에 약물을 투여해 암세포를 공격한다면, CAR-T 치료제는 환자의 몸에서 면역세포(T세포)를 꺼내 암세포만 찾아 공격하도록 유전자를 재설계한 뒤 다시 몸속에 넣어주는 '맞춤형 면역항암제'다.
쉽게 말해 면역세포를 '암 잡는 특수부대'로 훈련시켜 다시 투입하는 치료법이다. 한 번의 투여만으로도 장기 관해는 물론 일부 환자에서는 완치까지 기대할 수 있어 차세대 항암 치료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기존 CAR-T에도 한계는 있다. 초기에는 암세포를 강하게 공격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면역세포의 기능이 떨어져 공격력이 약해지는 이른바 'T세포 탈진(T-cell exhaustion)' 현상이 나타나 치료 효과를 오래 유지하기 어려웠다.
김건수 대표는 "권투선수가 경기 초반에는 활발하게 움직이다가 라운드가 거듭될수록 체력이 떨어지는 것처럼 CAR-T 세포도 시간이 지나면 점차 지친다"며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큐로셀은 독자 플랫폼 기술인 '오비스(OVIS)'를 개발해 림카토에 적용했다"고 말했다.
오비스는 면역세포를 지치게 만드는 두 가지 요인을 제거해 CAR-T 세포가 암세포를 더 오래, 더 강하게 공격하도록 돕는 기술이다. 김 대표는 "기존 CAR-T의 약효 지속성은 높이고 부작용은 낮춘 것이 림카토의 가장 큰 경쟁력"이라며 "이 같은 차별성을 인정받아 세계 최초의 차세대 CAR-T 치료제로 허가를 받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림카토는 혈액암 세포 표면에 있는 'CD19(B세포의 표면에서 발현되는 단백질)'라는 단백질을 표적으로 인식해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공격한다. 기존 항암치료에 반응하지 않거나 재발한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DLBCL) 환자 등이 주요 대상이다.
김 대표는 "재발하거나 기존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혈액암 환자들에게 CAR-T는 사실상 마지막 치료 옵션이 될 수 있다"며 "림카토가 기존 치료제의 한계를 개선한 만큼 더 많은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임상으로 입증한 경쟁력…마지막 관문 '급여'
림카토의 경쟁력은 임상 결과에서도 확인됐다. 김 대표에 따르면 지난 2021년 국내에서 CAR-T 치료제로 첫 허가를 받은 노바티스의 '킴리아'는 완전관해율(암이 완전히 사라지는 비율)이 약 39%인 반면, 림카토는 67%를 기록했다. 부작용 발생률도 기존 치료제보다 낮게 나타났다. 해당 임상 결과는 최근 세계 최고 권위의 혈액학 학술지인 '블러드(Blood)'에도 게재됐다.
김 대표는 "세계적인 학술지에 논문이 실렸다는 것은 임상 데이터의 신뢰성과 기술 혁신성을 인정받았다는 의미"라며 "객관적인 데이터와 기술력 측면에서 림카토는 충분한 경쟁력을 갖췄다고 자신한다"고 강조했다.
품목허가를 받는데는 성공했지만 림카토의 상용화를 위한 마지막 과제가 남아있다. CAR-T는 환자 맞춤형으로 제작되는 치료제인 만큼 가격이 수억 원에 달하는 초고가 의약품이다. 환자들이 실제 치료를 받기 위해서는 건강보험 급여 적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현재 킴리아의 1회 약값은 비급여 기준으로는 약 3억6000만원에 달하지만, 건강보험이 적용되면 환자가 부담하는 비용은 약 600만원 수준에 그친다.
림카토는 지난 5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암질환심의위원회 심사에서 급여 기준을 인정받지 못해 재심사 대상으로 분류됐다. 당시 해외 권위 학술지에 임상 결과가 게재되지 않았다는 점이 보완 사항으로 제시됐지만, 최근 세계적 혈액학 학술지인 '블러드(Blood)'에 임상 결과가 게재되면서 이를 충족했다.
김 대표는 "오는 8일 재심사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는데, 당시 지적됐던 보완 사항을 모두 해소한 만큼 이번에는 건강보험 급여 기준을 통과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급여가 확정되면 연내 30곳 이상의 병원에 림카토를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병원 계약과 전산 시스템 구축 등 상용화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음 목표는 고형암…글로벌 기업 도약"
림카토는 시작에 불과하다. 큐로셀은 혈액암 치료제 상용화를 발판으로 차세대 CAR-T 파이프라인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급성림프구성백혈병(ALL)과 자가면역질환인 루푸스를 대상으로 적응증 확대 임상을 진행 중이며, 환자의 면역세포를 몸 밖에서 조작하는 기존 방식에서 나아가 체내에서 직접 CAR-T를 생성하는 '인비보(In vivo) CAR-T'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중동 생산 거점 구축과 일본 시장 진출도 추진하며 글로벌 시장 공략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궁극적인 목표는 고형암 시장이다. 큐로셀은 현재 간암과 폐암 등 고형암을 겨냥한 다수 CAR-T 파이프라인을 연구개발 중이다. 고형암은 종양 주변의 면역억제 환경이 강해 CAR-T 치료 효과를 내기 어려운 분야로 꼽히지만, 이를 극복하는 기업이 차세대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김 대표는 "우선 림카토의 성공적인 상용화를 통해 국내 시장에서 사업성을 증명하고 그 성과를 다시 연구개발에 투자해 차세대 CAR-T와 인비보 CAR-T, 고형암 치료제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것"이라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세포·유전자 치료제 기업을 넘어 글로벌 혁신 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