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현대重, 저가수주 덫에 걸렸다

  • 2013.07.18(목) 16:46

저가 수주 물량, 실적에 본격 반영..후폭풍 거셀듯

한때 세계 조선업계를 호령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 아성은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것처럼 보였다. 글로벌 조선업계에서 현대중공업의 위상은 그만큼 굳건했다.

하지만 영원한 1인자는 없었다. 지난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에 최근까지 지속되고 있는 글로벌 경기침체가 겹치며 현대중공업은 세계 1위 자리에서 물러났다.

◇ 고육책으로 선택한 '저가 수주'

세계 1위 자리에서 물러난 현대중공업 앞에 당장 닥친 것은 일감 부족이었다. 수주잔량은 점점 줄어들었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선주사들이 선박을 발주하지 않으니 당연히 일감이 감소할 수밖에 없었다.

현대중공업은 이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결국 '저가 수주' 전략을 택했다. 종전보다 싼 값에 배를 수주해 비어가는 도크를 채우겠다는 계산이었다. 비록 수익은 줄지만 안정적인 일감 확보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

 


이는 비단 현대중공업 뿐만이 아니다. 지난 2010년과 2011년 당시 국내 조선업체들은 대부분 저가 수주를 해야만 했다. 살아남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다만, 업체별로 저가 수주 물량이 많고 적고의 차이만 있을 뿐이었다.

게다가 현대중공업은 다른 업체와 달리 해양플랜트보다 상선 비중이 높다.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등은 지난 2010년 이후 '출구 전략'의 일환으로 해양쪽을 강화했지만 현대중공업은 그럴 수 없었다.

현대중공업의 '저가 수주' 정책은 일단 성공을 거뒀다. 조선사업부의 수주금액이 급격하게 증가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지난 2009년 4억달러에 불과하던 것이 2010년 41억달러, 2011년 109억달러로 급증했다.

◇ 첫 단추 잘못 뀄다

하지만 현대중공업의 '저가 수주'는 점점 독(毒)이 되기 시작했다. 일감 확보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저가 수주를 했지만 이는 곧 작년과 올해 실적 저하로 고스란히 이어졌다.

작년 4분기 현대중공업은 '어닝쇼크'를 맞았다. 현대중공업의 작년 4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전년동기대비 93.8% 감소한 543억원이었다. 정유부문의 정제마진 하락이 가장 큰 이유였지만 조선부문의 저가 수주도 '어닝 쇼크'의 주된 이유로 꼽힌다.

더욱 심각한 것은 작년 4분기가 작년 한해를 통틀어 분기기준으로 매출액이 가장 많았던 때였다는 점이다. 하지만 조선부문에서 1700억원대 영업손실을 입으며 현대중공업의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급감했다. 최고 매출에 최저 영업익, 즉 최악의 장사를 한 셈이다.



조선업체들은 그동안 선박 건조 비용을 4~5회에 걸쳐 나눠서 받아왔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는 '헤비테일(Heavy Tail)'방식의 대금 지급이 일반화돼있다.

'헤비테일' 방식은 선주가 과거처럼 선박이 건조되는 중간에 4~5회 균등하게 대금을 나눠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선박을 인도받을 때 대부분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협상력이 약해진 조선업체들이 고육지책으로 선택한 방법이다.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의 경우 지난 2009년 이후 저가 수주한 선박 건조 대금이 작년 말부터 본격적으로 실적에 반영되면서 실적이 급감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지난 1분기 3777억원으로 올라섰지만 전년동기에 비해서는 형편없는 수준이다.

◇ '저가 수주' 상당기간 실적에 큰 부담

시장에서는 현대중공업의 과거 저가수주 물량이 실적에 반영되는 시기가 오는 3분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들어 전세계 선박 발주량이 증가하고 있고 상선 건조가격도 상승세를 타고 있지만 현대중공업은 과거 수주한 저가 물량때문에 한동안 실적 부진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현대중공업의 저가 수주 전략은 최근까지도 이어지고 있어 향후 전망도 밝지 않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현대중공업의 올해 상반기 수주물량의 경우 수익성보다는 사업장 가동률을 높인다는 점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이에 따라 올해 수익성 하락 추세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009년 이후 비어가는 도크를 메우기 위해 '저가 수주'정책을 펼쳤다. 하지만 현대중공업의 이런 정책은 작년 말부터 실적에 반영되기 시작하면서 실적 악화라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기 시작했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