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나와있는 정답은 없다. 하지만 시간의 문제, 선택의 문제 아니겠느냐" 삼성그룹 관계자의 말이다.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도 없지만 그렇다고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 역시 아니라는 얘기다.
삼성 안팎에서는 후계구도를 둘러싸고 현재 제시되고 있는 큰 그림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비슷한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구체적인 방향이나 방법에 대해서는 '조금 두고 봐야 하지 않느냐'는 분위기가 강하다.
이미 구상이 끝난 퍼즐을 완성하기 위해 어떤 부분을 먼저 맞출 것인지 아직 불투명한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건설분야가 대표적이다. 올 연말 사장단 인사에서 삼성그룹 3세들의 역할은 물론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들이 어떻게 배치될 것인지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이유이기도 하다.
◇ 큰 그림은 그려졌다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큰 줄기는 '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다.
이건희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들이 에버랜드 지분의 46.0%를 보유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5.1%로 최대주주고,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부사장의 지분을 합하면 41.9%에 달한다.
에버랜드는 삼성생명 지분 19.3%을 가지고 있다. 이건희 회장 역시 20.8%의 삼성생명 지분을 들고 있다.
이건희 회장과 에버랜드가 40% 가량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7.2%를 보유중이다. 삼성그룹은 이 줄기를 통해 다른 계열사들과 다양한 지분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때문에 이재용 부회장이 에버랜드를 발판으로 핵심계열사인 전자와 금융을 맡을 것이라는 점에 별다른 이견이 없다.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을 지배할 경우 다른 전자 계열사와 금융계열사들은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구조다.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부사장의 영역도 크게 겹치지 않는다. 이부진 사장은 호텔과 리조트 등 서비스부문을, 이서현 부사장은 광고·패션부문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 건설분야 조정이 최대 관심
하지만 그룹내 건설부문의 경우 어떻게 정리할 것인지는 아직 구체적인 그림이 그려지지 않은 상태다. 앞으로의 관전포인트중 하나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삼성물산이 있다.
현재 삼성그룹내에서는 삼성중공업, 삼성물산, 삼성엔지니어링 등이 건설사업을 하고 있다. 에버랜드 역시 마찬가지다. 그동안 그룹내 건설과 석유화학부문은 이부진 사장의 몫으로 거론돼 왔다.
삼성석유화학 지분 33.2%를 보유하고 있는 이부진 사장은 삼성물산의 고문도 맡으며 건설분야에 간접적으로 관여해왔다. 건설분야를 교통정리할 경우 삼성물산을 중심으로 변화가 일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 배경이다.
하지만 건설분야의 경우 얽혀있는 지분관계로 인해 앞으로의 변화를 예상하기는 쉽지 않은 구조다. 이부진 사장이 삼성물산 지분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도 예측을 어렵게 한다.
[인포그래픽 바로가기] |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지분 4.1%를 보유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삼성SDI의 지분 19.7%를 가지고 있고, 삼성SDI는 다시 삼성물산 지분 7.2%를 보유중이다. 삼성물산에서 삼성전자, 삼성SDI, 다시 삼성물산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가 형성돼 있다.
삼성물산은 석유화학 계열사 지분도 고루 보유하고 있다. 삼성석유화학 27.3%, 삼성종합화학 38.7%, 삼성정밀화학 5.6% 등이다.
하지만 당장 언급되는 건설관련 계열사들과의 지분관계는 없었다. 올들어 삼성물산이 삼성엔지니어링의 지분율을 1.82%까지 높이자 세간의 관심이 높아진 것도 이 때문이다. 양사간 합병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패션을 떼어낸 제일모직과 이부진 사장이 개인 최대주주인 삼성석유화학의 합병 가능성이 거론되는 것도 역시 건설사업 조정에서 출발한다. 제일모직은 삼성엔지니어링 지분 13.1%를 보유하고 있다.
만일 삼성석유화학과 제일모직 합병이 이뤄지면 이부진 사장은 합병회사를 통해 건설계열사인 삼성엔지니어링에 대한 지분을 갖게 된다. 건설분야에 대한 지배력을 높일 수 있는 거래인 셈이다.
재계 관계자는 "앞으로 건설분야의 사업조정이 어떻게 이뤄질지가 제일 큰 관심"이라며 "지금으로선 어떤 방향으로 조정이 이뤄질지 예상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