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윤도진 기자] "중국에 대해서 리스크(위험성)를 무겁게 다루는 목소리가 많은데 꼭 그런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성장률이 자꾸 둔화되는 것이 문제라고 하지만 그건 성장률을 계산할 때 분모가 되는 과거의 베이스가 워낙 작았기 때문이지 성장 규모가 줄어든 건 절대 아니란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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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말 베이징(北京) 차오양(朝陽)구 소재 주중한국대사관에서 만난 정영록 경제공사는 중국 경제에 대한 서구 경제학적 관점에서의 부정적 접근이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성장률 둔화나 지방정부 부채 문제, 부동산 거품 등 중국의 걱정거리로 지적되는 것들이 실제로 들여다보면 대륙의 현실과 맞지 않는 점도 적지 않다는 얘기다.
중국의 성장률은 2011년 9.3%를 기록한 이후 2년 연속 7.7%로 낮아지면서 이것이 글로벌 경기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전 후진타오(胡錦濤) 정부에서는 연 8% 대 성장률은 지켜야 한다는 '바오바(保八)' 기조였지만 시진핑(習近平) 정부는 "성장률 둔화는 경제 구조조정을 위해 정부가 의도한 것"이라며 아예 7%대로 정부 목표를 내걸고 있다.
또 중국 지방정부는 대형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쌓인 부채가 적지 않은데, 이것이 과도하게 높아진 것으로 평가되는 중국 부동산의 가격 하락과 연결되면 거품 붕괴에 이은 금융시장 충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에 대해 정 공사는 "중국의 지방정부 부채가 문제가 되고 있지만 그 중 절반 이상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채로 청산을 한다고 해도 일정부분은 회수할 수 있는 자산성 부채"라며 "또 부동산 거품 가능성이 제기되지만 중국은 미국 등과 달리 모기지(주택담보대출)의 비중은 미미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중국은 기존 경제학에서 다루왔던 경제체와는 규모가 확연히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기존의 경제학 교과서가 다루는 방식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정 공사는 "중국은 이미 수 년전 일본을 앞지르고 세계경제 규모 2위로 올라섰지만 여전히 시장구조의 통합이나 사회간접자본 투자 등이 필요한 프론티어(미개척지)가 많이 남아있는 독특한 경제체"라며 "중소규모의 경제를 분석하는 이론으로 중국을 논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중국의 특수성에 맞춰 우리 기업들도 대륙 시장 현지화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이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시장'으로 변모한다고 해서 단순히 '물건을 팔 곳'으로만 인식해서는 제대로 시장에 안착할 수 없다는 조언이다.
기업들이 구매부터 제조, 유통까지 스스로 다 하려하거나 혹은 다 할 수 있다고 판단해선 안된다는 것. 사업의 일정 부분은 현지 파트너에게 맡기고 이익을 공유하는 시스템을 안착시켜야 성장하는 중국 속에서 지속성 있는 사업이 가능하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정 공사는 "매판자본(comprador capital, 외국 기업과 손잡은 현지 자본)이란 개념이 제국주의 시대에서 유래해 부정적 뉘앙스가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현지 파트너이자 에이전트와 같다"며 "중국 기업을 얕잡아보거나 이용하려 들지 말고, 함께 살 길을 모색하고 이익을 나눌 수 있도록 하는 현지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내 학계 대표적인 중국경제 전문가인 정 공사는 오는 27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리는 비즈니스워치 주최 '국제경제 세미나 - 시즌2 : 차이나워치'에 참석해 제2세션 '중국 내수시장 진출전략' 좌장 겸 사회자를 맡아 한중 전문가들의 패널 토론을 이끌 예정이다.
그는 조만간 3년여의 중국 생활을 마치고 학교로 돌아간다.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인 그는 2대(1993~1995) 주중 대사인 황병태 대사의 경제고문을 지내기도 했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으며 미국 남가주대(USC)에서 경제학 박사를 취득한 뒤 대만정치대학 국제관계대학원 중국 경제 특수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한중경제포럼 대표, 현대중국학회 회장 등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