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중국에서 팔린 스마트폰 다섯대 중 한대는 삼성전자 갤럭시 시리즈였다. ZTE(中興)와 화웨이(華爲), 쿨패드(酷派), 레노버(聯想) 등 현지 업체들이 싼 가격을 무기로 점유율을 늘리고 있지만 삼성이 여전히 1위다. 삼성은 중국의 55인치 이상 프리미엄 TV, 복합기 시장에서도 수위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 수도 베이징(北京) 택시의 3분의 2는 현대차 합작법인 베이징현대가 생산하는 아반떼(현지명 엘란트라)다. 베이징현대는 지난 해 중국진출 11년만에 누적 판매 500만대, 연간 판매 100만대를 돌파했다. 올해는 기아차 현지법인 둥펑위에다(東風悅達)기아와 함께 171만대를 판다는 목표다.
한·중 수교 이듬해인 지난 1993년부터 우리 기업들은 중국에 진출해 20여년의 시간을 보냈다. 삼성 현대차처럼 성공 역사를 쓰고 있는 곳도 있는 반면 실패를 거듭해 사업을 접는 기업들도 적지 않다.
◇ 대륙서도 잘나가는 삼성·현대차
▲ 작년 9월 베이징 스마오톈제에서 열린 갤럭시 노트3 월드 투어에 몰린 중국인들.(사진: 중국경제신문주간) |
삼성은 중국에서 가장 성공한 한국 기업으로 꼽힌다. 2012년에 휴대전화 TV 등 연간 매출액 600억달러를 돌파했다. 23개 계열사가 주요 도시에 163개의 현지 법인을 두고 있으며 종업원은 11만명이나 된다.
국내 기업 중 중국 투자가 가장 많은 곳 역시 삼성이다. 현재 서부 내륙 시안(西安)에 70억달러를 투자해 10나노급 낸드플래시 생산라인을 짓고 시운전에 들어갔다. 오는 4월이면 양산체제를 갖추고 급증하는 현지 수요를 소화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은 올해도 중국 이동통신 시장의 4G(4세대) 시대를 맞아 스마트폰 매출이 호조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다. 또 중국 매출 '1000억달러' 시대를 기대하며 향후 금융과 건설, 의료, 정보기술(IT), 호텔 등 전자 이외의 업종에 투자를 늘려 사업 포트폴리오에도 변화를 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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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는 중국에서 폭스바겐·GM과 함께 '빅3' 구도에 들어섰다. 작년 중국자동차공업협회 집계 기준 164만대를 팔았다. 일본의 도요타, 혼다, 닛산을 앞선다.
특히 현대차 합자사인 베이징현대는 작년에 연간 판매량이 103만대를 기록, 상하이(上海)폭스바겐, 상하이GM, 이치(一汽)폭스바겐에 이어 네 번째로 '100만대 판매 클럽'에 가입에 성공했다.
현대기아차는 베이징의 현대차 제3공장을 증설(연 생산능력 30만대→45만대)하고 장쑤(江蘇)성 옌청(鹽城)에 연산 30만대 규모의 기아차 제3공장을 준공해 연 179만대의 생산능력을 갖출 계획이다. 서부 내륙에도 현대차 제4공장을 지을 계획인데 이를 유치하려고 충칭(重慶), 시안, 청두(成都) 등이 구애공세를 펴고 있다.
◇ LG·SK 부진 속 '살 길 모색'
LG는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화학 등 6개 계열사에서 중국에 34개의 생산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직원수는 6만5000여명이다. 투자액은 총 7억5000만달러 규모다.
1993년 10월 LG전자가 후이저우에 생산법인을 처음 설립하면서 중국 현지에 첫발을 내디딘 뒤 2002년부터 난징(南京) 경제기술개발구에 LG전자(TV), LG디스플레이(LCD패널), LG화학(편광판) 등 디스플레이 사업역량을 결집한 LG산업원을 조성했다. 광저우(廣州)에서는 LG디스플레이가 올 하반기 양산가동을 목표로 8세대 LCD 패널공장을 건설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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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최근에는 휴대전화 등 전자제품 판매가 부진해 고전하고 있다. LG전자의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한 때 3~4%까지 올랐지만 근래엔 0.3% 수준까지 낮아졌다. 지난해엔 중국 내 휴대폰 사업 부문을 대폭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은 최종현 선대 회장 때부터 중국에 관심이 깊었다. 최태원 회장에 이르기까지 2대에 걸쳐 국내에서의 주력사업인 통신·정유 부문을 공략했다. 하지만 20년 동안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고도 성과는 별로 없다는 평가다.
SK텔레콤은 2006년 중국의 이동통신 사업에 진출한다며 1조여원을 투입해 현지 2위 이동통신 사업자 차이나 유니콤 지분을 인수했다. 하지만 정부 정책 탓에 3년만에 지분을 처분했다. SK는 1990년대 초 광둥(廣東)성에 정유단지 건설을 추진했지만 에너지 관련 사업에 민감한 중국 정부가 비준을 내주지 않았다.
다만 하이닉스가 편입되면서 부진 속에서도 2012년 637억위안을 시작으로 매출이 회복세다. 작년에는 SK 차이나 임원진을 대거 물갈이 하고 중국인 순즈창(孫子强) 수석부총재에게 CEO를 맡겼다.
◇ 롯데·신세계 사업정리 수순..CJ는 중산층 겨냥
유통을 사업의 축으로 삼는 롯데와 신세계도 난항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오랜 투자와 노력에도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롯데백화점은 2008년 중국 유통업체 인타이(銀泰)와 50 대 50으로 합작해 베이징에 설립했던 중국 1호점 '롯데인타이백화점'을 설립했다. 하지만 이 백화점은 작년 상반기 1000억원이 넘는 누적적자를 기록했고 롯데는 지분 전체를 파트너 사에 넘겼다. 롯데마트도 출점이 정체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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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 이마트 중국법인도 작년까지 매분기 100억원 안팎의 손실을 냈다. 지금은 추가 투자를 중단하고 적자를 줄이기 위해 구조조정 중이다. 이미 2011년 중국 내 27개 점포 중 11개를 매각했고 나머지 16개 점포를 개선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편 중국 33개 도시에 82개 법인, 20개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CJ는 식품 바이오 사업을 기반으로 생활문화 산업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16개 도시에서 27개 영화관을 운영하는 CGV는 올해 연말까지 46개로 영화관을 늘릴 계획이다.
또 맘마미아, 캣츠 등 뮤지컬을 중국 대륙에 소개하고 뚜레쥬르, 빕스 등을 출점하는 등 중산층 소비수요 확대에 대응하고 있다.
이밖에 포스코는 광둥성 강판공장, 장쑤성 장자강 스테인리스 공장 등 중국 내 49개 법인을 갖추고 중국 자동차산업 성장에 보조를 맞출 채비를 하고 있다. 한화는 9개 중국 현지법인과 10개 지사에 임직원 1만5000여명을 두고 2조원 상당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안내> 비즈니스워치 창립기념 국제경제 세미나-시즌2 개최
비즈니스워치는 오는 27일 오후 2~6시 서울 여의도 63빌딩 컨벤션에서 국내외 중국 전문가들을 모시고 세미나를 개최한다.
기획재정부와 코트라, 금융투자협회가 후원하는 이번 세미나는 "시진핑 정부 2년차, 중국의 변화와 한국의 대응"이라는 주제로 올해 예상되는 중국의 경제정책 변화와 이에 따른 대응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세미나는 2개 세션으로 이뤄지며 1부에서는 '중국 경제전망과 대중국 투자전략'을, 2부에서는 '중국 내수시장 진출전략'을 각각 살펴본다.
주제발표 및 패널 토론은 ▲ 유재훈 중국자본시장연구회장(예탁결제원 사장) ▲ 쉬밍치(徐明棋) 상하이사회과학원 부소장 ▲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경희대 객원교수) ▲ 유광열 기획재정부 국제금융협력국장(전 주중한국대사관 재경관) ▲ 이문형 산업연구원 베이징지원장 ▲ 홍창표 코트라 중국사업단장 ▲ 위안탕쥔(袁堂軍) 푸단대학 아주경제연구센터 주임 ▲ 정영록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전 주중한국대사관 경제공사) 등 각 분야의 중국 전문가들이 맡는다.
참가비는 없으며 비즈니스워치 홈페이지(www.bizwatch.co.kr)에서 사전등록을 통해 신청하면 누구나 방청할 수 있다. 문의 : 비즈니스워치 국제경제 세미나 사무국 (02) 783-3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