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일 금융감독원 및 업계에 따르면 SK그룹 계열 SK디앤디는 지난해 매출이 1300억원(개별기준)에 그쳐 2012년(1600억원)에 비해 19% 가량 감소했다. 이에 따라 2010년 이후 매년 꾸준했던 매출 성장은 한 풀 꺾였다.
반면 수익성은 전년 못지않았다. 영업이익은 2012년과 비슷한 95억원을 기록했고, 특히 순이익은 78억원으로 60% 넘게 증가했다. 이 같은 순이익은 2011년(188억원)을 제외하고 2008년 이후 6년 동안 최대 규모다.
수익성 지표가 좋아졌을뿐만 아니라 사업구조도 질적으로 향상됐다. SK건설을 비롯한 그룹사 매출이 거의 없다시피할 정도로 계열 의존도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는 게 그것이다.
SK디앤디는 지난 2004년 4월 만들어진 SK건설의 부동산 개발 자회사(지분율 40.3%)다. 지배구조에서 볼 수 있듯이 이 회사는 SK건설의 신규 주택사업에 가구 납품을 비롯해 분양대행·광고, 모델하우스 건설 사업을 주로 담당해왔다.
SK디앤디는 그만큼 SK건설의 수주물량을 기반으로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수익을 내왔다. 2011년 전체 매출(932억원)에서 SK건설이 차지하는 비중이 50%(468억원)에 이를 정도다. 2012년에도 23%(360억원)로 낮아지기는 했으나 결코 적지 않았다.
SK디앤디는 최대주주 SK건설 외의 지분을 거의 대부분 최창원 SK케미칼 부회장이 소유하고 있다. 2대주주로서 34.8%나 갖고 있다. 지난달 14일부터 총수 일가 지분율이 20% 이상(상장사 30%)인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줄 경우(매출액의 12% 이상, 거래액 200억원 이상) 과징금 부과 대상이 되는 공정거래법이 시행되고 있는데, SK디앤디가 그 대상으로 예고됐던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러나 SK디앤디가 2011년부터 자체 분양사업을 본격화하고, 특히 영암F1 및 대구 태양광 발전 사업 등 신재생 에너지 사업을 활발히 벌이면서 양상은 확 달라졌다. 지난해 SK건설 매출 비중이 6.7%(87억원)까지 떨어진 것이다. 그룹사 전체적으로도 7%가 채 안된다. 규제 요건을 해소한 셈이다.
아울러 최 부회장은 증여세 부담에서도 벗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부터 계열사로부터 30%가 넘는 매출을 올릴 경우 해당 수혜 계열사의 지배주주 및 3%가 넘는 지분을 소유하는 친족에 대해 증여세를 부과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기준이 되는 내부거래비율을 15%로 더 강화했지만, SK디앤디의 내부거래 비중은 이를 훨씬 밑돌고 있다.
최창원 부회장은 SK그룹 오너인 최태원 회장과 그의 동생 최재원(51) 부회장이 실형선고를 받은데 이어 24일 계열사의 모든 등기이사직까지 내려놓으면서 장기간 오너 공백 사태를 맞게 된 SK그룹에서 가장 주목받는 오너 패밀리이기도 하다.
최 회장과는 막역한 사이인 것으로 알려진데다 자신이 경영하던 SK건설의 경영이 악화되자 사재출연과 함께 용퇴를 할 만큼 경영자로서의 자질도 후한 점수를 받고 있다. 여기에 김창근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SK케미칼 부회장으로 있을 때 호흡을 맞춰 왔다는 점에서 최 부회장이 그룹의 전면에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