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이나 배임 등 각종 비리로 수감 중이거나 재판을 받고 있는 재벌 오너들이 거액의 연봉을 챙겨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해 300억원 이상을 받아 국내 연봉공개 대상 등기임원 가운데 수령액 1위를 차지했다. 김승연 회장도 100억원대의 연봉을 받았다.
◇ 최태원 회장 300억 수령..국내 최고
최 회장은 지난해 SK이노베이션에서 112억원, ㈜SK에서 87억원, SK C&C에서 80억원, SK하이닉스에서 22억원 등 총 301억원을 받았다. 여기에는 2012년 경영성과에 따라 지급받은 돈(성과급) 207억원이 포함돼 있다.
SK그룹 관계자는 "이번에 공개된 연봉은 재작년(2012년) 성과를 바탕으로 지급한 성과급이 포함된 것"이라며 "지난해 최 회장은 경영활동에 일부 지장이 있었지만 주어진 여건 하에서 대표이사로서 책임경영을 모두 수행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회삿돈 수백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지난해 1월 법정구속돼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할 수 없었다. 올해 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4년의 실형이 확정되자 모든 등기이사직에서 사퇴했다. 다만 미등기임원직은 유지하되 연봉은 받지 않는다.
◇ 1위할 뻔한 김승연 회장..200억 반납
지난달 집행유예로 풀려난 한화그룹 김 회장은 한화건설(52억5200만원), 한화케미칼(26억1200만원), 한화(22억5200만원) 등에서 총 131억2000만원을 받았다.
당초 331억2700만원을 수령했으나 지난해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못한 것에 따른 책임을 지고 200억여원을 반납했다. 연봉 반납이 없었다면 김 회장은 국내 등기임원 연봉 1위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뻔 했다.
올해 초 횡령과 배임, 조세포탈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지난해 계열사로부터 47억5400만원을 받았다. 올해 1월 불구속 기소된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과 조현준 사장도 각각 39억500만원, 9억3600만원을 수령했다.
수감 중이거나 재판을 받고 있는 재벌 총수들이 거액의 연봉을 챙기면서 비난여론도 일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연합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최 회장은 지난해 1월부터 법정구속되면서 기업경영을 하기에 물리적 어려움이 있었고, 김 회장도 몸상태가 정상적이지 않았다"며 "그럼에도 고액 연봉을 챙겨 재벌기업의 보수체계가 합리적이고 정상적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