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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 연봉공개 이것부터 바꾸자

  • 2014.04.02(수) 11:17

기업의 투명성을 높이자는 취지로 도입된 5억 원 이상 등기임원의 연봉공개 제도가 우려했던 문제점을 그대로 드러냈다.

 

우선 보수 산정기준이 제각각이어서 연봉이 정당한 경영활동의 대가인지 여부를 파악할 수 없는 한계를 안고 있다.

 

예컨대 A기업은 ‘근로소득’으로만 표시하고 B기업은 ‘급여, 상여’로만 C기업은 ‘급여와 기타 근로소득’으로만 돼 있어 소득의 전모를 파악하기 어렵다.

 

물론 회사마다 임금 책정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통일적으로 보여주기 어려운 점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최소한 급여(상여)와 성과급은 구분해서 표시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급여와 성과급은 연봉의 적정성 여부를 판단하는 기초자료이기 때문이다. 특히 성과급을 공개할 때는 경영 성과와 관련해 자세한 설명을 달아주는 게 투명성을 높이는 방법이다.

SK텔레콤 하성민 사장(총 12억6600만원)은 성과급으로 6억3100만원을 받았다. 이는 영업이익이 재작년 1조7300억 원에서 작년 2조110억 원(16.2%↑)으로 개선된 데 따른 보상 차원으로 볼 수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SKC&C에서 성과급으로 56억원(급여는 24억원)을 받았는데 이 회사의 영업이익은 재작년 2007억원에서 작년 2252억원으로 12.2% 늘었지만 SK텔레콤에는 못 미쳤다. 앞의 사례는 성과급과 경영 성적의 연관성이 크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일부 적자기업은 성과급을 대신하기 위해 급여를 과다하게 책정한 경우도 있었다. 이런 꼼수를 걸러내기 위한 방안도 마련돼야 한다.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은 성과급 없이 급여(24억1900만원)와 상여(18억2200만원)로만 42억4100만원을 챙겼다. 허창수 GS그룹 회장도 GS건설에서 급여(15억9500만원)와 상여(1억3200만원)로 17억2700만원을 받았다. (GS건설은 작년에 9373억원의 적자를 냈다)

 

박 회장의 급여와 상여는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총 67억7300만원)이 받은 급여(17억8800만원)와 상여(20억3400만원)보다 많은 수준이다. 지난해 427억원의 순손실을 낸 금호석유화학의 경영자가 36조7850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삼성전자 경영자보다 더 많은 급여를 받은 셈이다.

연봉공개 대상에서 미등기임원이 제외돼 있는 것도 문제로 꼽힌다. 올해는 삼성그룹(이건희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서현 삼성에버랜드 패션부문 사장)과 신세계그룹(이명희 회장, 정용진 부회장, 정유경 부사장)의 오너 일가가 미등기이사로 연봉공개 대상에서 제외됐다.

 

또 내년에는 등기이사에서 물러난 SK그룹(최태원 회장, 최재원 수석부회장)과 한화그룹(김승연 회장) 오너일가의 연봉도 알 수 없게 된다. 이런 식으로 하나 둘 빠져나가면 연봉공개 제도는 무의미해진다. 따라서 등기·미등기 구분 없이 일정 금액(5억원 이상)을 넘으면 모두 공개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연봉공개 제도의 목적은 투자자와 이해관계자들이 경영자의 연봉이 적정한지를 판단하도록 하는 데 있다. 이를 위해선 연봉 산정기준의 객관성과 연봉 공개대상의 형평성 문제부터 깔끔하게 해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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