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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중 회고록]①"대우, 기획해체 당했다"

  • 2014.08.22(금) 16:20

김우중 회장 대화형식 회고록 발간
"경제관료 갈등이 그룹 해체 불러" 주장

한때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이 해체된 지 15년이 지났다. 수십조원의 분식회계로 인해 건국이래 최대 부실기업이라는 낙인이 찍혔던 대우. 대우를 이끌었던 김우중 회장이 대화형식 빌어 회고록을 내놨다. 김 회장에 대한 평가는 여전히 극명하게 엇갈린다. 세계 경영을 주창하며 각광을 받기도 했고, 거대 부실기업의 수장이라는 평가도 여전하다. 그의 주장을 들어본다. [편집자]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정부의 기획해체설을 주장하고 나섰다. 김대중 정부 출범 초기 경제관료들과의 충돌이 결국 그룹 해체까지 이어졌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김 전 회장은 신장섭 싱가포르대 경제학과 교수와의 대화형식을 빌어 발간된 '김우중과의 대화, 아직도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에서 대우그룹 해체와 관련된 생각을 밝혔다. 김 전 회장이 대우그룹 해체에 대해 직접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제관료, 나를 제거"

 

김 전 회장은 대우그룹 해체가 경영부실보다 금융시스템의 붕괴, 그리고 경제관료의 의도가 반영된 결과라고 강조했다. 경제관료들이 자금줄을 묶고 부정적인 시장 분위기를 만들어 대우를 부실기업으로 몰고 갔다는 '기획해체론'을 주장했다.

 

김 전 회장은 책에서 "정부에서 갑자기 수출이 나쁜 것처럼 얘기하고, 수출금융이 막혀 벌어진 일을 우리가 잘못한 걸로 몰아붙이는 건 도대체 말이 되지 않지요. 의도가 있었다고 밖에는 생각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밀어내기식 수출에 대해서도 "그러면 거기(현지법인)에 과잉재고가 있어야 할 것 아니예요? 워크아웃하고 삼일회계법인 실사 나왔을때 그런 것 잡아냈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지금까지도 그런 재고에 대해서 아무 얘기도 없잖아요?"라고 지적했다.

 

김 전 회장은 책에서 "경제관료들이 나를 제거하려는 '프로그램'을 갖고 있었다고 믿고 있어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삼성과의 자동차 빅딜 무산, 사재출연과 워크아웃 과정에서도 그는 경제팀의 의도가 작용했다고 봤다. 김대중 대통령이 빅딜을 적극 지지했지만 경제관료들이 깨질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는 주장이다.

 

김 전 회장이 사재 1조3000억원을 포함해 총 13조원의 자산을 채권단에 내놓고 마지막 회생작업을 할 때도 정부가 10조원의 자금지원을 약속하고, 4조원 밖에 주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또 경제정책 최고 책임자들이 부정적인 발언을 쏟아내며 대우를 워크아웃으로 내몰았다는 주장이다.

 

김 전 회장은 당시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직을 수행하고 있었고, 김대중 대통령과의 친분으로 인해 정부 회의에 배석하기도 했다.

 

그는 공개석상에서 "관리들이 열심히 안한다. 자기 할 일을 안하고 핑계만 댄다. 그러면 얼마든지 좋은 사람들이 할 수 있는데, 안 비켜줘서 할 일도 못하게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련의 과정속에서 경제관료들과의 충돌이 불가피했을 것이란 관측이다.

 

◇"대우차, 잘못된 처리로 30조 손실"

 

김 전 회장은 대우자동차 처리와 관련, 잘못된 처리로 한국경제가 약 30조원의 손실을 봤다고 주장했다. 특히 헐값에 대우차를 인수한 제너럴모터스(GM)은 대우차 모델을 기반으로 중국시장에서 성공을 거뒀다는 설명이다.

 

김 회장은 "(한국 정부가) 대우자동차를 실패한 투자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대우 해체에 따르는 비용은 한국경제가 고스란히 부담했고 투자성과는 GM이 다 가져갔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우 해체는 실패한 정책이 되고, GM의 성공은 숨기고 싶은 진실이 된다"고 말했다.

 

대우의 유동성 위기에 대해서도 김 회장은 "당시 수출금융이 막혀 16조원이 갑자기 필요해졌고, 금융권이 BIS 비율 맞추기 등 자신들의 구조조정을 하면서 3조원을 대출을 회수해 갔다"며 "대우의 잘못 여부와 관계없이 외부여건 때문에 할 수 없이 19조원을 조달해야 했는데 이것이 왜 기업부실의 증거냐"라고 반박했다.

 

이어 "우리가 수출금융을 풀어달라고 요청하던 것에 대해 정부나 언론은 큰 특혜를 요구하듯 얘기했는데 그게 절대 아니다. 통상적인 금융을 정상화해달라는 것이었을 뿐이었다.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 것이 왜 기업의 잘못이냐"고 지적했다.

 

하지만 김 전 회장의 주장에 대해 당시 경제수석이었던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장관은 반박한다. 그는 김 전 회장이 상황을 안일하게 대처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금융감독위원장을 맡고 있었던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도 회고록 '위기를 쏘다'에서 "대우는 시장의 신뢰를 잃어 붕괴했다"고 언급했다. 위기가 닥쳤지만 자산매각이나 외자유치 같은 적극적인 자구노력이 없었고, 결국 그룹 해체까지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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