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타이어는 그동안 한국과 금호가 양분했던 국내 타이어 시장의 구도를 깼다. 초기 시장 확보를 위해 가격 경쟁력을 앞세웠던 것이 주효했다. 스포츠 마케팅을 앞세운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도 성공했다. 이젠 명실상부한 국내 타이어 3강 구도의 한 축이다.
하지만 이런 성과에도 불구하고 넥센타이어는 요즘 깊은 고민에 빠져있다. 지금까지는 양적 성장을 이뤄왔다면 앞으로는 질적 성장을 모색해야 한다. 저만치 앞서있는 한국타이어와 전열을 재정비한 금호타이어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질적 성장이 필요한 시점이다.
◇ 부침 많았던 넥센
넥센타이어는 부침이 많은 회사였다. 지금까지 주인이 총 4번이나 바뀌었다. 넥센타이어의 시작은 194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42년 설립된 흥아고무공업이 전신이다. 자전거용 타이어와 튜브를 생산했다. 흥아고무공업은 1952년 원풍산업에 인수되면서 첫번째로 주인이 바뀐다.
이후 경영난으로 힘겨워 하다가 국제그룹, 우성그룹(우성타이어) 등의 손을 거쳐 지난 99년 흥아타이어공업이 인수했다. 지난 2000년 흥아타이어공업은 우성타이어의 사명을 넥센타이어로 변경했다. 넥센타이어는 이때부터 본격적인 타이어 전문 기업으로 성장한다.
우성타이어를 인수한 흥아타이어공업은 당초 재생용 타이어(RE)만을 판매하던 곳이다. 우성타이어를 인수한 것은 신차용 타이어(OE) 시장 진출을 위해서였다. 당시 자동차 수요 증가와 맞물리면서 넥센타이어는 성장을 거듭했다.
▲ 넥센타이어 성장의 근간이 된 창녕공장. 작년 1차 증설을 마치고 연산 1100만개 체제를 갖췄다. 현재 2차증설이 진행중이며 오는 2018년에는 연산 2100만개 체제를 갖추게 된다. |
사실 넥센타이어가 본격적으로 신차용 타이어 시장에 뛰어들기 전만해도 국내 타이어 시장은 한국타이어와 금호타이어가 양분하고 있었다. 넥센타이어는 후발주자로 초기 시장 진입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한국과 금호가 오랜기간 쌓아온 벽은 굳건했다.
시장 진입을 고민하던 넥센타이어는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빼들었다. 한국과 금호에 비해 저렴한 가격으로 시장 확대에 나섰다. 그리고 이런 전략은 성공했다. 2000년 당시 8%에 불과했던 넥센타이어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작년 25%까지 성장했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공격적인 마케팅과 R&D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로 가격대비 성능이 좋은 제품을 선보인 덕이다. 최근에는 경남 창녕공장 증설을 마치는 등 현재 국내외 연산 3500만개의 타이어를 생산하는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 거침없는 행보
넥센타이어의 고속 성장은 실적이 뒷받침됐기 때문에 가능했다. 비록 한국이나 금호에 비해 매출액과 영업이익 규모는 적지만 성장세 만큼은 국내 타이어 3사 중 가장 빠르다. 지난 2010년부터 작년까지 평균 영업이익률은 10.11%, 작년에는 11.8%를 기록했다.
이 같은 실적 성장세를 바탕으로 넥센타이어는 최근 해외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미 전세계 130개국에 250여 딜러를 보유하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글로벌 타이어 업체가 되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이 넥센타이어의 생각이다.
현재 넥센타이어는 체코 자테츠지역에 1조2000억원을 투자해 연산 1200만개 규모의 신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폭스바겐, 스코다, 세아트와 같은 유럽 자동차 기업에 타이어를 공급하기 위해서다. 중국 칭다오 공장 증설도 검토중이다. 장기적으로는 오는 2018년 국내외서 6000만개 생산이 목표다.
넥센타이어의 해외시장 공략은 2012년부터 시작됐다. 당시 일본 미쓰비시에 신차용 타이어를 공급하면서 부터다. 현재는 총 7개 메이커, 10개 차종에 넥센타이어를 공급하고 있다. 오는 2017년까지 총 40개 차종으로 글로벌 공급처를 확대할 계획이다.
넥센타이어의 성장사에서 주목할 부분은 스포츠 마케팅이다. 넥센타이어는 지난 2010년부터 프로야구단 히어로즈의 메인 스폰서로 참여하고 있다. 2010년 3억원을 투입했다. 그 효과는 컸다.
지난 2010년 한국야구위원회(KBO)의 마케팅 자회사 KBOP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넥센타이어는 지난 2010년 3억여 원을 투자해 25배인 75억여 원의 광고 효과를 봤다. 넥센타이어는 그 이후로 지금까지 히어로즈의 메인 스폰서다.
▲ 넥센타이어는 후발주자인 만큼 스포츠 마케팅에 적극 뛰어들었다. 국내에서는 프로야구단 히어로즈의 메인스폰서로 참여하면서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 성공했다. 해외에서도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를 비롯해 유럽 4대 축구 리그 구장에 광고를 실시하는 등 스포츠 마케팅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여기에 모터스포츠는 물론 미국 메이저리그 구단과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유럽 4대 축구 빅리그 구장에서도 넥센타이어 브랜드를 광고하고 있다. 브랜드 이미지 제고 효과를 노린 노림수다. 그리고 이 노림수는 통했다. 업계에서는 '신의 한 수'로 보고 있다.
◇ '저가' 이미지 벗어라
하지만 이처럼 승승장구하는 넥센타이어에게도 고민은 있다. 스포츠 마케팅 등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 개선과 저변 확대에는 일단 성공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여전히 '넥센=저가'라는 등식이 통한다. 그 연장선상으로 넥센은 아직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 받지 못하는 브랜드다.
넥센타이어의 글로벌 순위는 2014년 기준 24위다. 한국타이어(7위), 금호타이어(13위)에 한참 못미친다. 국내 시장에서는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단기간 내에 점유율 확대에 성공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브랜드 가치를 인정받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
넥센타이어의 가장 큰 과제는 '저가' 이미지를 벗는 것이다. 그동안 저가로 승부수를 띄웠다면 이제부터는 품질로 해외 시장을 뚫어야 한다. 총 1656억원을 들여 서울 마곡 산업단지에 최첨단·친환경 타이어 제작을 위한 중앙연구소를 짓는 것도 이 때문이다.
▲ 넥센타이어의 가장 큰 숙제는 '저가' 이미지에서 탈피하는 것이다. 그동안 중저가 위주의 제품군을 통해 성장했다면 앞으로는 고품질·고부가가치 제품을 중심으로 시장 확대에 나서겠다는 것이 넥센타이어의 전략이다. |
넥센타이어의 성장은 금호타이어의 부진과 맞물려 있다. 금호타이어가 모기업의 어려움 탓에 5년간 워크아웃에 들어간 틈새를 넥센타이어가 치고 들어갔다. 단기간에 성장이 가능했던 이유다. 하지만 이젠 금호타이어가 워크아웃을 졸업하고 재정비에 나섰다. 넥센타이어에겐 위기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