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영업이익 1조원 이상을 달성한 기업은 대부분 4대 그룹 계열사였다. 재계 5위 롯데그룹 주력사인 롯데쇼핑 외에 포스코와 KT&G, 한국타이어 등을 제외하면 모두 4대 그룹 소속이다.
문제는 4대 그룹 주력계열사들도 고전하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 등의 영업이익이 전년에 비해 크게 줄었다. 롯데쇼핑 역시 마찬가지였다. 올해 전망 역시 불투명하다는 점에서 제조업 전체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는 모습이다.
◇ 삼성·현대차, 주력사업 고전
재계 1위인 삼성그룹에서 1조 클럽에 이름을 올린 제조분야 회사는 삼성전자가 유일하다. 지난해와 같은 결과다. 삼성물산의 실적이 회복되긴 했지만 1조 클럽과는 거리가 멀었고, 삼성중공업의 실적은 더 나빠졌다.
삼성전자 역시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역신장했다. 매출은 9.83%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31.97% 줄었다. 삼성전자 실적이 감소한 것은 3년만이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이 부진에 빠지자 삼성SDI와 삼성전기 등 전자계열사들의 실적 역시 뒷걸음질했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삼성전자 이익규모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 될 것이라는 전망들이 많다. 스마트폰 사업이 일정부분 회복된다고 해도, 지난 2013년과 같은 호황이 다시 오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삼성의 제조분야 계열사중 다시 1조 클럽에 가입할만한 후보도 아직 눈에 띄지 않는 상황이다.
4개사가 1조 클럽에 가입한 현대차그룹도 수익성에는 적신호가 켜졌다. 이익규모가 계속 줄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완성차를 만드는 현대차와 기아차 영업이익이 전년에 비해 각각 9.2%, 19% 가량 감소했다. 전년에도 각각 1.5%와 9.8%가 줄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익 감소폭이 커지고 있다. 수입자동차들의 내수시장 점유율이 늘어나고 있고, 해외에서의 경쟁이 치열해진 결과다.
그나마 현대모비스와 현대제철이 현대차그룹의 체면을 지켰다. 현대모비스는 전년에 비해 5% 증가한 3조705억원, 현대제철은 두배 가까이 늘어난 1조491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특히 현대제철은 지난 2011년이후 처음으로 영업이익 1조 클럽에 다시 진입했다.
◇ SK·LG, 석유화학이 고민
SK그룹은 SK하이닉스와 SK텔레콤 등 2개사가 1조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SK하이닉스는 메모리반도체 시장이 호조를 보이며 영업이익이 전년에 비해 51.2% 증가했다. 영업이익 5조원을 돌파하며 삼성전자, 현대차에 이어 세번째로 많은 영업이익을 기록한 회사가 됐다.
반면 SK텔레콤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조8251억원으로 전년보다 9.2% 줄었다. 성장이 정체되고 있는 상황에서 KT, LG유플러스 등과 점유율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어 수익성 유지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가장 큰 고민은 SK이노베이션이다. 석유화학 업황이 극심한 침체에 빠지며 전년 1조4064억원에 달했던 영업이익이 2241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CEO를 교체하며 위기극복에 나서고 있지만 올해 전망 역시 밝지 않다는 평가다.
LG그룹 역시 석유화학 사업이 주력인 LG화학의 실적이 좋지 않았다. 전년 1조7430억원에 달했던 영업이익은 24.8% 감소한 1조3107억원에 그쳤다. 주요 계열사들 가운데 유일하게 전년대비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SK이노베이션과 함께 LG화학의 고전도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들이 나온다.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는 전년에 비해 영업이익 규모가 늘었다. LG전자는 1조8285억원으로 46.4%, LG디스플레이는 1조3572억원으로 16.7% 증가했다. 다만 1조 클럽에 가입한 3개 계열사 모두 1조원대 영업이익에 머물러 전체 이익규모면에서는 4대그룹 중 가장 적었다.
LG전자의 경우 부진에 빠졌던 스마트폰 사업의 회복이 기여했지만 지난해 4분기 수익성이 좋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전체 전망을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2분기중 출시되는 차기 스마트폰 성과에 따라 연간실적이 좌우될 것이란 분석이다.
한편 4대 그룹 외에 1조 클럽에 가입한 롯데쇼핑의 영업이익 역시 전년에 비해 감소했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1조188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전년의 1조4852억원에 비해 20% 감소했다. 내수 부진 여파가 반영됐다는 해석이다. 반면 포스코는 3조2135억원의 영업이익으로 전년보다 7.3% 늘었다. 재무구조 개선 위주 경영의 결과라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