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독한 업무에 견딜 수 있다는 걸 보여라."
"실무에 바로 투입될 수 있도록 전문성을 갖춰라."
매서운 취업 한파를 뚫은 신입직원들이 공통적으로 꼽은 비결이다. 지난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에 취직한 4명의 신입사원으로부터 '취업 비결'을 들어봤다.
이들은 기본 스펙은 일정 수준만 넘으면 되지만 직무 성격에 따른 맞춤 전략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들의 취업 성공전략을 소개한다.(신입사원들의 이름은 본인의 요청에 따라 익명으로 처리했다.)
◆ "전문자격증 따라"
박 모(26,여) 씨는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지난해 A대기업 재무팀에 합격해 통상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그는 재경분야에 지원하고 싶으면 금융관련 전문 자격증을 따라고 주문한다. 박 씨는 "동기들 대부분이 CFA 자격증을 가지고 있어서 놀랐다"며 "면접관들이 이 자격증을 눈여겨 보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박 씨는 주제를 바꿔 가며 자소서 쓰는 연습을 해 보라고 조언했다. '주인의식' '도전정신' 등 기업에서 원하는 키워드를 정하고, 여기에 맞춰 대학생활이나 대외활동에서 얻은 경험을 써 보라는 것이다. 그는 "같은 경험을 다르게 풀어 쓰는 연습을 해보면 자소서 쓰는 속도도 빨라지고 면접관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말을 쉽게 뽑아낼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씨는 또 "기업들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하는 상황에서 신입직원들의 '패기'를 높이 사는 것 같다"며 "'한 번 해보겠다'는 패기, 이게 진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토익 스피킹 점수가 일정 수준(레벨 6)만 넘으면 문제 없다고 말한다. 박 씨는 "사람들이 레벨 7은 넘어야 한다고 해서 취업 준비할 때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데, 막상 입사 지원할 때 서류 통과에 아무 지장이 없었다"고 말했다.
팀 내 남여 비율이 8 대 2 정도로 여직원이 적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그는 "야근이나 회식 술자리가 잦아서 그런지 회사에서 남자들을 더 선호한다"며 "상사들이 시키는 일에 토 달지 않고, 많이 굴려도 아무렇지 않게 일하는 남자들을 더 편하게 여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 "현장경험 어필하라"
B 유통 대기업 영업팀 신입사원 강 모(28) 씨는 '현장'에 방점을 찍었다. 그는 숭실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한 후 한동안 고시 공부를 하느라 입사 지원이 늦어졌다. 강 씨는 "법학과가 영업직과는 거리가 멀다보니 서류전형에서 미끄러지기 일쑤였다"며 "이미 졸업한 상태여서 경영학 복수전공을 할 수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동네 대형마트에서 고객들에게 화장품을 추천하는 아르바이트를 했다"며 "이 때 얻은 나름의 영업 노하우를 경영학 원리에 녹여 자소서에 썼다"고 말했다. 그는 여차하면 트럭이라도 운전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자동차 운전면허도 일부러 1종을 땄다고 한다.
그는 영업직 직원들의 성향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동기 대부분은 성격이 쾌활하고 친화력이 있다"며 "조근조근 말하는 스타일이라도 사람들을 스스럼없이 잘 만날 수 있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다른 회사에서 일하다가 신입으로 들어온 사람도 20% 가량 된다고 설명했다. 강 씨는 "다른 회사 영업직에서 몇 년 정도 일했던 경력을 면접관에게 어필해서 들어 온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 "근성 보여줘라"
제조업 부문 C대기업 기술영업팀의 김 모(30,남) 씨는 첫 인상부터 남달라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얼굴을 딱 봤을 때 막 부려먹어도 좋을듯한 사람이 뽑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회사의 격무에 견딜만한 근성을 갖춰야 합격점을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업무 시간이 아침 7시부터 저녁 7시까지"라며 "일이 많은 만큼 체력이 뒷받침 돼야 오래 일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씨는 "동료 중에 성격이 모나거나 튀는 사람이 없다"며 "회사에서 소탈하고 서글서글한 사람을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영학과를 졸업한 김 씨는 기술영업직의 경우 전공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문과와 이과를 반반씩 섞어 채용하는 분위기"라며 "이과 졸업생은 제품 설계도를 봤을 때 어떤 특징을 가졌는지 잘 이해한다는 게 강점이고 문과 졸업생은 사람을 더 잘 대하는 게 장점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제조업은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거의 남자들이고 거래처 담당자도 대부분 남자들이다보니 회사 전반적으로 남자를 선호하는 분위기"라며 "기술영업직에 도전하는 여자 지원자들은 이런 난관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를 면접관에게 어필해야 합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 "경력을 쌓아라"
지난해 한 중소기업 해외영업팀의 인턴직에 지원한 최 모(31,남) 씨는 최근 정규직 전환 통보를 받았다.
그는 한양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1년 동안 대기업 공채에 지원하다가 취업이 늦어지자 중소기업으로 발길을 돌렸다. 최 씨는 "작은 회사에서 경력을 쌓아 대기업으로 옮긴 선배를 보고 일단 경력을 쌓아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실무에서 곧바로 쓸 수 있는 영어 능력을 강조했다. 그는 선배로부터 해외시장조사·무역계약·대금결제 등 실무에 쓰이는 영어가 도움이 될 것이라는 조언을 듣고 토익 점수를 높이는 대신 무역영어 자격증을 땄다고 한다.
중소기업에서 일하며 얻을 수 있는 이점도 설명했다. 최 씨는 "대기업처럼 업무가 나눠져 있지 않기 때문에 수출영업 전반을 파악할 수 있다"며 "연차가 낮아도 외국인 바이어들과 직접 접촉해 일을 처리할 기회가 대기업보다 많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취업 후 매일 아침 8시에 출근해 저녁 10시에 퇴근하는 강행군을 하고 있다. 그는 "연봉이나 복지에 대해서는 기대를 낮췄다"며 "현장 경험을 철저히 다져서 대기업에서 탐내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