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그룹 재건 계획이 삐걱거리고 있다.
금호산업의 금호고속 인수전 참여에 제동이 걸린데 이어 아들인 박세창 금호타이어 부사장의 공동 대표이사 취임도 채권단의 반대로 무산될 전망이다.
박 회장은 현재 매각이 진행중인 금호고속과 금호산업, 그리고 앞으로 매각이 진행될 예정인 금호타이어를 모두 되찾아 과거 금호그룹을 재건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지만 어느 하나 쉬운 게 없는 셈이다.
우선 금호타이어는 지난달말 이사회를 통해 박세창 금호타이어 부사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하지만 금호타이어 지분 42.1%를 보유하고 있는 산업은행과 우리은행 등 채권단은 박 부사장의 대표이사 선임이 주주들과 사전협의는 물론 동의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사회를 구성할 수 있는 권한은 주주들에게 있지만 금호 측이 이를 무시했다는 것이 채권단의 입장이다. 박 부사장 등은 채권단을 찾아 이해를 구했지만 채권단은 박 부사장의 퇴진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따라 박 부사장은 공동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날 것으로 보인다.
▲ 박세창 금호타이어 부사장 |
그동안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경영을 박삼구 회장에게 사실상 일임했던 채권단은 최근 금호고속 매각 과정에서도 박 회장과 마찰을 빚고 있다.
금호 측은 IBK-케이스톤 사모펀드가 보유중인 금호고속 지분 인수를 위해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 등을 참여시킨다는 방침을 세웠다. 하지만 채권단은 현재 매각작업이 진행중인 금호산업이 금호고속 인수에 참여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고 나섰다. 금호산업의 기업가치가 하락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박삼구 회장과 채권단 갈등의 배경에는 '돈' 문제가 자리잡고 있다는 평가다. 자체자금에 한계가 있는 박 회장은 금호고속 인수를 위해 계열사를 동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채권단은 금호산업 매각을 통해 최대한 투입자금을 회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박 부사장의 금호타이어 대표이사 취임을 둘러싼 갈등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는 해석이다. 채권단은 금호산업 이후 금호타이어 지분매각에도 나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해외 유명 타이어 회사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