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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대우조선해양]①'주인'이 없다보니…

  • 2015.04.10(금) 10:14

대우그룹 해체·매각 불발 등 우여곡절
비리 등으로 홍역..최근엔 후임 CEO 논란

세계 2위 조선업체인 대우조선해양이 위기에 빠졌다. 10여년간 주인 없는 회사였음에도 지금껏 기술력 하나로 글로벌 조선업계를 호령했던 대우조선해양이다. 하지만 최근들어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수주는 급감하고 내부는 혼란에 휩싸였다. 수년간 지속됐던 각종 비리도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에게 닥친 위기의 원인과 현상을 살펴보고 해결책을 찾아본다. [편집자]
 

대우조선해양 앞에는 꼭 붙는 수식어가 있다. '주인없는 회사'다. 세계 2위의 조선업체임에도 주인이 없었던 기간이 벌써 10여년을 넘었다.
 
대우조선해양은 주인이 없는 동안 여러 차례 좌초 위기를 겪었지만 꿋꿋하게 버텨왔다. 그들만의 기술력이 버팀목이 됐다. 업계에서는 대우조선해양의 기술력에 대해서는 모두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나 이제는 한계에 부딪힌 것일까. 최근 불거진 대우조선해양의 차기 CEO 논란은 주인 없는 대우조선해양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 시련의 연속

대우조선해양의 전신은 대우조선공업이다. 1973년 대한조선공사가 정부의 중화학공업 육성책의 일환으로 옥포에 조선소를 짓기 시작했다. 하지만 오일쇼크로 공사는 더 이상 진척되지 못했다. 고심하던 정부는 당시 대우그룹에게 인수를 요청했다. 대우그룹은 이를 받아들여 1978년 옥포조선소를 인수, 대우조선공업을 설립했다.
 
대우조선공업은 1983년 제2도크를 준공하면서 서서히 성장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기술력을 바탕으로 성장한 대우조선공업은 마침내 92년 선박 수주 세계 1위에 올랐다. 대우조선공업은 방위산업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국내 최초로 전투 잠수함을 건조했다. 전투함과 구축함을 건조해 해외로 수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우조선공업은 큰 위기를 맞는다. 99년 모기업인 대우그룹이 구조조정에 들어가면서 대우조선공업도 워크아웃에 돌입했다. 첫번째 시련이었다. 당시 대우조선공업은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그리고 전 임직원이 회사 살리기에 나섰다. 그 결과 대우조선공업은 2001년 워크아웃을 졸업했다.

 

▲ 대한조선공사의 옥포조선소 기공식 모습. 대한조선공사는 옥포조선소 건설 도중 석유 파동으로 건설을 완료하지 못했다. 이를 대우그룹이 인수 대우조선공업을 출범시켰고 이것이 대우조선해양의 전신이 됐다.

워크아웃을 졸업한 이후 대우조선공업은 승승장구했다. 2002년 사명을 현재의 대우조선해양으로 바꿨다. 마침 조선업황이 호황기를 맞으며 대우조선해양은 크게 성장했다. 상선 부문 뿐만 아니라 해양 부문에서도 대우조선해양의 기술력은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

두번째 시련은 이렇게 승승장구한 지 불과 7년만인 지난 2008년에 닥쳤다. 대우조선해양의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 매각 계획을 발표했다. 대우조선해양은 국내 M&A 시장의 최대어였다. 대우조선해양 매각은 하이닉스, 현대건설 등 매각이 예정돼 있던 다른 기업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았다. 그레서 업계의 관심이 높았다.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에는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뛰어들었다. 대우조선해양이 워낙에 질 좋은 매물이었던 데다 마침 조선업이 호황기에 있었던 만큼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됐다. 시장에서는 대우조선해양의 가격을 경영권 프리미엄 100%를 포함 8조원 가량으로 봤다.

◇ 상처만 남은 인수전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에는 포스코, GS, 한화, 현대중공업 등이 뛰어들었다. 두산도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검토했지만 일찌감치 물러섰다. 모두들 '내가 인수해야 시너지가 난다'며 인수 논리를 폈다. 그 중 가장 앞섰던 것이 포스코였다. 당시만해도 포스코는 탄탄한 재무와 철과 조선의 만남이라는 명분이 있었다.

업계에서도 대우조선해양의 새 주인은 포스코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대부분이었다.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에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인수전 초반 매각 주간사가 바뀌는가 하면 현대중공업의 인수전 참여에 대한 노조의 반발 등 매각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 그만큼 대우조선해양은 인기 매물이었다.

▲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2008년 매각 작업에 들어갔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뛰어들었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대우조선해양 매각은 결국 불발로 끝났다. 모두에게 상처만 남은 인수전이었다.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의 하이라이트는 포스코와 GS의 컨소시엄 구성과 결렬이었다. 대우조선해양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앞두고 유력 후보였던 포스코와 GS가 컨소시엄 구성을 발표했다. 업계에서는 포스코-GS 컨소시엄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기정 사실화했다.

하지만 반전이 있었다. GS가 대우조선해양 매각 본입찰 마감일에 포스코와의 컨소시엄 결렬을 선언했다. 업계는 또 한 번 충격에 휩싸였다. 결국 포스코와 GS는 아무도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지 못했다. 산업은행은 결국 당시 인수전에서 최약체로 평가 받았던 한화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그러나 여기가 끝이 아니었다. 한화는 대우조선해양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이후 자금 납입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이로 인해 한화도 최종적으로 탈락하게 된다. 지난 2008년 산업계를 뜨겁게 달궜던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에서 승리한 곳은 아무도 없었다.

◇ '외풍·비리'에 흔들

대우조선해양에게 '주인 없는 회사'라는 꼬리표는 무척 크다. 주인이 없다보니 잇단 '외풍(外風)'에 쉽게 흔들린다. 여기에 임직원들의 '도덕적 해이'도 끊임 없이 터져나온다. 주인이 없어 발생하는 역효과들이 조금씩 가시화되고 있는 셈이다.

지난 2013년 대우조선해양은 홍역을 치렀다. 검찰 조사 과정에서 임직원 20여 명이 협력업체로부터 30억원 상당의 상납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이 상납금은 모두 사적인 용도로 사용됐다. 가족 해외여행비나 주택구입 자금 등으로 사용됐다. 하지만 업계는 놀라지 않았다. 대우조선해양의 도덕적 해이는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었기 때문이다.

비난 여론이 일자 대우조선해양의 임원 59명이 일괄 사표를 제출했다. 고강도 부패 방지 대책도 내놨다. 대외적으로 분위기를 쇄신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낸 셈이다. 하지만 지난 1월 또 다시 비리 사건이 터졌다. 내부 감사 과정에서 한 임원이 협력업체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이 임원은 권고사직 형태로 물러났다.

▲ 대우조선해양은 최근 몇년간 계속 잇단 비리 사실이 드러나면서 홍역을 치렀다. 업계에서는 대우조선해양의 각종 비리들은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었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아울러 최근 후임 CEO 선정 논란에서도 대우조선해양은 크게 흔들렸다.

지난 2013년 일괄 사표를 제출한 임원 59명도 대부분 자회사 대표나 임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사실상 징계를 받은 사람은 거의 없었다. 업계에서는 "대우조선해양이 주인이 없다보니 임직원들의 비리가 여타 업체들에 비해 유독 많았다"며 "세상에 알려진 사실 이외에 내부적으로 묻어둔 건도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최근 벌어진 후임 CEO 선정 논란도 주인 없는 대우조선해양의 상황을 그대로 보여준다. 큰 흠결이 없었던 고재호 사장의 낙마설이 돌면서 대우조선해양은 일대 혼란에 휩싸였다. 하지만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은 후임 CEO에 대해 함구했다. 그러자 갖가지 추측이 난무했다.

낙하산 인사설부터 시작해 내부적으로도 확인되지 않은 소문들이 돌았다. 수주와 실적에는 신경쓰는 사람이 없었다. 상황이 이렇자 수주에 비상등이 켜졌다. 결국 지난 3월 대우조선해양의 수주 실적은 '0원'을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은 주인이 있었다면 생기지 않았을 크고 작은 사건들이 많이 일어난다"면서 "뛰어난 기술력을 가졌음에도 이런 요인으로 흔들리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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