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포스코, 계열사 '청산'은 다목적 카드

  • 2015.04.22(수) 17:30

고강도 구조조정 시그널
채권단, 꼬리자르기 '반발'

포스코가 창사 이래 처음으로 계열사 '청산'이라는 초강수를 둘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는 현재 구조조정 작업이 한창이다. 하지만 대부분 매각이나 사업·인력 구조조정이었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포스코가 '청산' 카드를 빼든 것에 대해 무척 놀라는 분위기다.

검찰은 현재 포스코에 대해 전방위적인 비리 수사를 벌이고 있다. 포스코의 부실 기업 인수와 방만한 경영이 검찰의 주 타깃이다. 포스코의 계열사 '청산' 카드는 이런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 많다. 대외적으로는 강력한 구조조정 의지를 밝히고 포스코플랜텍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분석이다.

 

◇ 포스코, 청산으로 '가닥'

 

포스코는 포스하이알에 대해 청산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하지만 대외적으로는 신중한 입장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청산은 여러가지 다양한 시나리오 중 하나일 뿐,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내부 분위기는 이미 '청산'쪽으로 기울었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포스코 고위 관계자는 "청산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포스코가 포스하이알을 청산하려는 것은 더 이상 회생의 가능성이 없다는 판단때문이다. 실제로 포스하이알은 지난 2012년 설립이후 2013년까지 매출액이 전혀 없다. 하지만 적자는 확대돼 지난 2012년에는 12억원, 2013년에는 25억원의 영업손실을 입었다. 작년에는 매출액 14억원에 영업손실 57억원을 기록했다.

 
포스하이알은 포스코의 자회사인 포스코엠텍이 5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포스코엠텍은 지난 2012년 종합화학 업체인 KC(지분율 44%), 삼성물산(지분율 5%)과 합작해 포스하이알을 설립했다. 포스하이알은 초고순도알루미나를 생산한다. 초고순도알루미나는 발광다이오드(LED) 핵심소재다. 대부분 수입에 의존해왔다. 포스코는 이를 통해 LED 사업 진출과 동시에 초고순도알루미나 수입대체를 모색했다. 마침 LED 산업은 이른바 '뜨는 사업'이었다.
 

포스하이알은 지난 2013년 전라남도 영암군에 연산 2000톤 규모의 초고순도 알루미나 생산 공장을 완공하면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오는 2020년까지 연산 5000톤, 매출 15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비전도 내놨다. 하지만 LED시장이 공급과잉과 수요 부진으로 극심한 침체를 겪으면서 포스하이알은 위기를 맞았다.
 
포스하이알의 경영권을 가지고 있는 포스코엠텍의 고민은 깊어졌다. 포스코엠텍도 도시광산 사업 등 부실 사업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있다. 몰리브덴 등 철강 원료 사업도 신통치 않다. 적자는 계속 불어나 작년에는 전년대비 381% 증가한 246억원의 영업손실을 입었다. 제 몸 추스리기도 버거운 상황이다. 결국 포스코는 포스하이알에 대한 구조조정에 나서기로 했다. 당초 첫 계획은 매각이었다. 하지만 여의치 않았다. LED시장 침체로 매수자가 없었다.
 
이에 따라 포스코는 최근 포스하이알의 청산을 논의했다. 더 이상 들고 갈 수 없다는 것이 포스코의 생각이다. 포스코의 화두는 부실 사업 정리를 통한 재무구조 개선이다. 따라서 매각이 안된다면 차라리 없애는 것이 더 이득이라는 것이 포스코 최고 경영진의 생각이다. 갈 길 바쁜 포스코에게 포스하이알은 장애물일 뿐이었다.
 
◇ 포스하이알 청산에 숨은 노림수
 
업계에서는 포스코의 포스하이알 청산 검토 배경에 대해 여러가지 해석을 내놓고 있다. 최근 진행되고 있는 검찰의 포스코 비리 수사와 연결 짓는 시각이 많다. 또 포스코 내부적으로도 이미 포스코플랜텍에 대한 대규모 지원으로 논란이 많았던 만큼 포스코플랜텍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는 것이 아니겠느냐는 분석이다.
 
포스코는 작년까지 총 11건의 구조조정을 실행했다. 하지만 업계와 시장 등에서는 포스코의 구조조정 속도가 너무 더디고 강도도 기대에 못미친다는 비판이 많았다. 권오준 회장과 포스코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다. 포스코는 향후 지속적으로 고강도 구조조정을 실시하겠다고 밝힌 상태지만 효과는 여전히 미지수다.
 
▲ 포스코는 지난 2012년 포스하이알을 설립하고 LED의 핵심원료인 초고순도 알루미나 사업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이후 LED시장은 수요 부족과 공급 과잉에 시달리면서 극심한 침체기에 빠졌고 포스하이알은 포스코에게 부실만 안겨주는 천덕꾸러기로 전락했다.

따라서 대외적으로 포스코가 '고강도'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는 시그널을 줄 필요가 있었던 것이 아니겠냐는 것이 업계의 생각이다. 그 대상이 규모도 작고 실적도 부진한 포스하이알이라는 설명이다. 청산해도 포스코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고 대외적으로도 창사이래 첫 '청산'을 단행할만큼 구조조정 의지가 강하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다.
 
또 자칫 자금 지원에 나섰다가 포스코플랜텍과 같이 대내외적으로 원성을 살 수 있다는 점도 포스하이알의 청산을 검토하고 있는 배경으로 보인다. 포스코는 지난 2010년 이후 지금까지 포스코플랜텍에 대해 총 네차례에 걸쳐 2900억원을 투입했다. 하지만 포스코플랜텍의 부실은 더욱 커졌고 급기야 무분별한 투자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따라 포스코 입장에서는 선뜻 적자폭이 확대되고 있는 포스하이알에 자금을 투입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의견이다. 여기에 검찰이 포스코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는 데다 자금 사정도 여유로운 편이 아닌만큼 포스코의 포스하이알에 대한 지원은 사실상 불가능했을 것으로 보인다.
 
◇ 포스하이알 청산 가능할까
 
하지만 포스코가 포스하이알 청산을 최종 결정한다고 해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특히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자칫 이번 일을 계기로 금융권과 포스코의 관계가 틀어질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포스코의 현재 재무구조상 금융권과의 돈독한 관계는 필수적이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포스코의 청산 검토에 대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사실 포스하이알 청산은 포스하이알이 금융권으로부터 조달한 자금을 포스코가 상환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부터 불거졌다. 포스코의 손자회사로 포스코의 신용도를 믿고 대출을 실행한 금융권의 입장에서는 자금 회수에 비상이 걸린 셈이다.
 
▲ 업계에서는 포스코가 포스하이알의 청산이라는 초강수를 둔 것은 대외적으로 포스코의 구조조정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잠재우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많다. 또 포스코 내부적으로도 포스코플랜텍의 전철을 밟지 말아야한다는 생각이 강했던 만큼 포스하이알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기에는 역부족이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포스코가 이미 산업은행에 포스하이알 청산을 통보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업계 등에 따르면 포스코는 지난주 산업은행에 이런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하이알은 산업은행 등으로부터 총 509억원 가량의 자금을 조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은행들이 담보로 잡고 있는 포스하이알 자산은 총 418억원 규모다. 만일 포스코가 포스하이알을 실제로 청산할 경우 은행들은 손실이 불가피하다.
 
산업은행 등은 본격적인 영업활동을 시작한 지 1년도 안됐음에도 불구 부실규모가 커졌다는 이유만으로 일방적으로 청산을 통보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는 입장이다. 채권은행의 한 관계자는 "전형적인 꼬리자르기"라면서 "포스코의 이번 청산 통보는 그동안 쌓아왔던 신뢰까지 한꺼번에 무너뜨리는 일"이라고 말했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