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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제철 3.0]③포스코 대항마로 뜬다

  • 2015.07.10(금) 16:20

인수합병으로 외형 및 내실 키워
작년 영업이익률 포스코 추월

현대제철이 하이스코를 합병하며 본격적인 성장을 위한 준비를 마쳤다.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가 꿈꿔왔던 철강업을 아들인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완성했다. 현대제철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철강에서 자동차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를 완성했다. 아울러 이제 국내 철강업계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누려왔던 포스코를 견제할 대항마로 성장했다. 글로벌 철강업체로 발돋움하고 있는 현대제철의 성장 과정과 향후 과제 등을 짚어본다.[편집자]
 

현대제철이 고속 성장하면서 포스코의 대항마로 부상하고 있다. 아직까지 포스코와의 격차는 크지만 그 차이를 좁혀가는 속도가 빠르다.

 

연산 1200만톤 규모의 안정적인 쇳물 생산 시스템은 현대제철의 성장을 이끄는 견인차다. 여기에 현대차그룹이라는 든든한 매출처를 가지고 있다. 최근에는 현대하이스코를 합병했다. 외형이나 내용면에서나 '퀀텀점프'를 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춘 셈이다.

 

◇ 포스코 맹추격

 

현대제철은 작년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연결기준 매출액은 전년대비 25.1% 증가한 16조329억원, 영업이익은 100.9% 늘어난 1조4400억원을 나타냈다. 영업이익률은 지난 2013년 5.6%에서 작년 9.0%로 크게 증가했다. 업계와 시장에서는 현대제철이 본격적인 성장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평가했다.

 

같은 기간 포스코를 비롯한 국내 철강업체들의 실적은 지지부진했다. 장기화되고 있는 철강 시황 부진 탓이다. 포스코의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7.3% 증가에 그쳤다. 동국제강과 동부제철은 전년대비 적자전환했다.

 

 
하지만 현대제철은 달랐다.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량을 늘리면서 수익을 냈다. 작년 현대제철의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량은 전년대비 29.7% 증가한 822만톤이었다. 전체 판매량의 42.3%가 고부가가치 제품이다. 업황 부진이라는 악재를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고수익 제품으로 뚫었다.
 
현대제철이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를 늘렸다는 것은 기술력을 인정 받고 있다는 의미다. 예전만 해도 고부가가치 제품 시장은 포스코가 독점하다시피 했지만 현대제철이 그룹을 배경으로 기술 격차를 빠르게 좁혀 온 것이다.
 
 
실제로 연도별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개별기준 매출액을 살펴보면 현대제철이 고로에서 본격적으로 쇳물을 생산하기 시작한 지난 2011년 이후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매출액 차이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포스코의 매출액은 2011년을 기점으로 점점 줄어들고 있는 반면 현대제철의 경우 매출액 감소폭이 포스코에 비해 현저하게 작았다. 작년에는 그 격차를 더욱 줄였다.
 
외형만 커진 것이 아니다. 내용도 주목할만하다. 연도별 개별기준 영업이익률 추이를 보면 이런 추세는 뚜렷해진다. 심지어 작년에는 포스코의 개별기준 영업이익률을 추월했다.
 
◇ 구색 갖춘 포트폴리오
 
지난 2013년 현대제철은 현대하이스코 냉연부문을 합병했다.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의 합병설은 오래 전부터 돌았다. 다만, 시기가 언제냐가 문제였다. 현대차그룹은 고로를 통한 쇳물 생산이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기를 기다렸다. 철강업에서 쇳물은 가장 중요한 요소다. 쇳물의 품질이 보장되지 않으면 제품의 품질도 담보할 수 없다. 특히 정몽구 회장에게 품질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최고의 가치다.
 
2013년 현대제철 3고로가 준공되고 안정적인 쇳물 생산이 가능해지자 현대차그룹은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의 냉연부문 합병을 발표했다. 현대하이스코의 냉연부문은 현대·기아차의 자동차 강판을 제조하는 곳이다. 쇳물부터 자동차까지 오랜기간 진행해왔던 수직계열화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내실을 다진 현대차그룹은 현대제철을 경쟁력있는 종합 제철기업으로 키우기 시작했다. 시선을 밖으로 돌렸다. 시장에 매물로 나온 동부특수강을 노렸다. 동부특수강은 국내 특수강 시장에서 세아에 이어 점유율 20%를 차지하는 업체다. 동부특수강을 인수하게되면 소재부터 가공까지 수직계열화가 가능해진다. 현대차그룹의 주력인 자동차에도 큰 도움이 된다.
 

 

▲ 현대제철은 작년 동부특수강을 인수한데 이어 올해 초에는 SPP율촌에너지를 인수했다. 여기에 최근 현대하이스코를 최종 합병하면서 제품 포트폴리오 다양화와 함께 경쟁력을 확보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제철을 앞세워 인수에 나섰다. 세아는 동부특수강을 현대제철에게 빼앗길 경우 지금껏 누려왔던 특수강 시장에서의 우월적 지위를 빼앗길 것을 우려했다. 마침 세아는 포스코특수강을 인수하기로 한 상태였다. 포스코가 떠난 특수강 시장에서 현대제철을 홀로 상대하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이 때문에 세아도 동부특수강 인수전에 뛰어들었지만 최종 승자는 현대제철이었다.
 
현대제철은 올해 초 SPP율촌에너지도 인수했다. SPP율촌에너지는 발전설비 부품, 선박용 엔진, 석유화학 및 산업설비에 들어가는 단조(두들겨서 원하는 모양을 만들어내는 방법) 부품 등을 생산하는 기업이다. 현대제철은 SPP율촌에너지 인수로 단조 부문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현대제철 인천공장에서 생산하는 단조용 강괴(잉곳)을 활용해 조선용 단조부품 제작에서 시너지를 내겠다는 복안이다.
 
이로써 현대제철은 쇳물에서 시작해 자동차용 강판은 물론 각종 철강제품까지 폭넓은 포트폴리오를 확보하게 됐다. 그리고 지난 1일 현대하이스코의 나머지 부문까지 합병하면서 현대제철은 연매출액 20조원 규모의 종합 철강업체로 재탄생했다. 정주영 명예회장이 철강업을 시작했던 경일공업을 설립한 지 꼭 40년만의 일이다.
 
◇ 진검 승부는 이제부터 
 
업계에서는 현대제철의 성장에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국내 철강 시장의 패권을 쥐고 있던 포스코의 입지가 흔들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포스코는 내홍을 겪으면서 대내외적인 입지가 좁아진 상태다. 반면 현대제철은 잡음없이 차근 차근 미래를 준비하고 있어 대조적이다.
 
현대제철이 지속적인 성장을 일궈낸 배경에는 오너 경영이 있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특히 정몽구 회장은 대기업 오너들 중에서도 추진력이 강한 것으로 유명하다. 아버지인 정주영 명예회장의 기질을 그대로 물려받았다는 평가다. 40년의 세월동안 숱한 난관을 넘어서며 결국 원하는 철강사업을 완성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시장에서도 현대제철의 종합제철 기업으로의 도약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다. 특히 최근 현대하이스코 합병과 동부특수강·SPP율촌에너지 인수 등으로 경쟁력이 더욱 강화됐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 업계에서는 현대제철이 종합제철 기업으로서의 면모를 갖추면서 외형 뿐만아니라 내용면에서도 비약적인 발전을 할 수 있는 기틀을 갖췄다고 평가하고 있다.
 
권순우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합병을 통해 현대제철은 자동차업계의 트렌드인 차량 경량화에 집중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게됐다"며 "이는 현재의 현대차그룹 내 업무 분장에서 현대모비스는 전장, 현대다이모스와 현대위아는 구동 계통으로 특화하고 현대제철은 핵심인 차량 경량화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현대제철이 외형 뿐만 아니라 내실도 갖추게된 만큼 향후 더욱 큰 폭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곧 포스코에게 위협적인 존재가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포스코는 이에 대해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는 분위기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현대제철의 추격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포스코 고위 관계자는 "현대제철의 제품 포트폴리오 확대와 기술 확보 등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제철의 성장에서 주목할 것은 내용적인 측면에서 성장할 수 있는 조건을 갖췄다는 점"이라며 "향후 자동차 강판부터 시작해 각종 철강제품에서 포스코와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것은 물론 국내 철강 시장 전반에도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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