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을 놓고 주요주주인 국민연금이 합병건 찬반에 대한 결정을 내렸다.
다만 사안의 민감성 등을 감안해 최종결과는 오는 17일로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밝힌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국민연금이 찬성쪽으로 결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연금은 10일 오후 3시부터 투자위원회를 개최, 삼성물산 합병건에 대해 논의했다. 오후 6시를 훌쩍 넘겨 끝난 오늘 회의에서 투자위원회는 합병안에 대한 찬반 결정을 내렸다.
당초 의결권 심의위원회로 넘길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지만 투자위원회는 직접 결정을 내리는 쪽을 선택했다.
다만 위원회 결정은 오는 17일 주주총회에서 공개하기로 했다. 국민연금의 결정이 합병의 주요변수고, 삼성과 엘리엇측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는 등 민감한 사안이라는 점을 감안한 조치다.
국민연금의 결정과 관련, 찬성쪽으로 의견을 모은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연금이 제일모직 지분 5.04%, 삼성물산 지분 11.61%를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합병이 무산될 경우 양사 모두 주식가치가 하락할 우려가 있고, 이는 결국 국민연금의 손해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삼성이 제시한 합병 삼성물산의 시너지와 비전, 주주가치 제고방안 등도 긍정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일단 국민연금이 비공개 방침을 굳힌 만큼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주주총회를 앞두고 삼성과 엘리엇측의 표심 잡기도 한층 더 가열될 전망이다.
삼성물산은 주총 참석율 70%를 가정할 경우 40% 후반의 지분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엘리엇은 20% 중반대가 필요하다.
현재 삼성측 우호지분은 이건희 회장과 계열사 지분, KCC 지분 등을 합해 20% 정도다. 국민연금에게 찬성표를 받고, 국내 자산운용사들의 표를 결집시킬 경우 유리한 고지에 서게 된다. 김신 삼성물산 사장은 최근 "국민연금이 찬성한다면 합병할 수 있는 확신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주총 참석율이 높아질 가능성도 있고, 보다 확실한 결과를 위해선 외국인과 소액주주들의 지분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삼성물산 직원들이 소액주주를 직접 방문해 합병 찬성을 권유하는 등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엘리엇 역시 외국인과 소액주주의 지지가 필요한 상황이다. 엘리엇은 이날 자료를 통해 국민연금은 물론 소액주주들에게 합병안에 반대해 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