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이 제일모직과의 합병을 성사시키기 위해 전사적 총력전을 펴고 있다. 합병 무산을 위해 적극적으로 반대표를 모으고 있는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를 비롯해 전체의 3분의 1을 넘는 지분을 보유한 외국인 투자자의 절반 이상이 반대 쪽으로 기울고 있는 상황에서 기댈 곳은 국내 소액주주 밖에 없는 처지다.
주주총회를 단 나흘 앞둔 시점에서 합병 표결을 위한 위임장 대결(proxy fight)은 혼전 양상이다. 어느 정도 지분 결집이 마무리된 외국인 주도의 합병 반대 세력을 극복하고 삼성물산이 합병을 가결시키려면 소액주주 '부동표(浮動票)'를 최소 5% 이상 찬성 쪽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 ▲ 그래픽 = 김용민 기자 |
◇ 반대 지분 25%
13일 삼성과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오는 17일 개최되는 삼성물산 주주총회에서 제일모직 합병안에 반대 의결권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되는 지분은 25%안팎으로 추산된다.
7.12%를 가진 엘리엇을 비롯해 각각 0.61%, 0.21%를 보유한 네덜란드 연기금운용(APG),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 등이 지금까지 공개적으로 반대 표결 의사를 드러냈다. 국내에서는 지분 2.11%를 들고 있는 일성신약이 반대 쪽에 섰다.
여기에 의결권 지분 33.53%를 보유한 전체 외국인 주주 중 찬반 의사를 알 수 없는 나머지 23.41%의 절반 가량인 11.47%는 반대표를 던질 것으로 추정된다. 찬반 의사가 불투명한 외국인 투자자 중 70%가 의결권 행사에 참여하고 그 중 적어도 70%가 반대에 투표한다고 가정한 경우다.
국내의 경우 국민연금을 비롯한 기관 대부분은 찬성 쪽에 설 것으로 보이지만 소액주주 가운데 인터넷카페 '소액주주연대' 등을 통해 반대 의사를 밝히고 있는 1% 가량은 반대 의결에 나설 것이 유력한 상태다.
◇ 찬성 지분 45%
합병 안을 처리하는 주총 특별결의 요건은 출석주주 3분의 2 이상, 전체 주주 3분의 1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의결권 3분의 1 이상이 표결에 참여한다고 보면 삼성이 합병을 관철시키기 위해선 최소한 반대표 지분의 2배 이상을 찬성표로 모아야 한다.
적어도 24.7% 가량의 반대표 행사가 확정적이라면 49.4% 이상의 지분을 찬성 표결 세력으로 끌어모아야 합병을 가결시킬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삼성이 확보한 찬성지분은 아직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삼성물산이 확정적으로 확보한 찬성 지분은 삼성SDI와 특수관계인, 그리고 '백기사'로 종전 자사주를 매입한 KCC를 포함해 19.88%. 여기에 찬성표결이 유력한 국민연금(11.21%)과 이를 제외한 국내 기관투자자(11.05%)중 절대다수(90% 가정 시 9.95%)가 삼성 합병안에 동조한다면 41.04%가 된다.
이에 더해 외국인 주주 가운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주식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거나 삼성물산 경영진이 직접 접촉해 찬성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는 4.9%가량(엘리엇 등 적극반대 제외한 외국인 23.41% 중 70% 참여, 30% 찬성 가정)을 더하면 45.96%다. 최소한의 '커트라인'에도 3.44%가 모자란 셈이다.
◇ 합병하려면 '50%+α'
| ▲ 삼성물산이 13일 일간지에 게재한 소액주주 대상 광고 |
결국 삼성물산 입장에서는 소액주주로부터 찬성 의결권 지분을 늘리는 수밖에 없다. 현재 '추측' 상태인 외국인 주주의 찬반비율이 얼나마 높게 나올지도 관건이지만 지난 9일로 의결권 대리행사 시한이 지났기 때문에 지금으로서는 소액주주들에게 집중하는 것이 최선이다.
이날 일간지에 "주주님들께 간곡히 부탁드립니다"라는 제목으로 대대적인 신문광고를 낸 것도 이런 상황을 반영한 것이다. 삼성물산은 같은 내용의 방송광고도 금명간 낼 계획이다. 지난 주부터는 혈연·지연 등에 기대 임직원들이 국내 소액주주들을 '맨투맨'으로 설득중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외국인 의결권의 불확실성을 감안할 때 삼성물산이 합병을 위해 소액주주로부터 추가로 확보해야 할 지분은 최소 5% 이상으로 보고 있다. 전체 주총 참석률 75%를 넘기면서 합병 찬성 표를 50% 넘게 가져와야 삼성물산 입장에서 승산이 있다는 것이다.
관련업계 한 관계자는 "박빙의 상황에서 소액주주의 투표율을 높여야 외국인의 반대 지분율을 희석시킬 수 있기 때문에 전체 주총 참석율도 관건이 된다"며 "주총 참석 소액주주로부터도 70% 이상의 찬성표를 가져와야 합병 가결이 가능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