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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 해외 자회사도 1조원대 부실

  • 2015.08.13(목) 08:16

해양부문, 수주잔량 여전히 많아
고강도 쇄신..고위직 1300명 구조조정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2분기 3조원이 넘는 손실을 입었다.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손실에 대우조선해양도, 업계도, 시장도 모두 충격에 빠졌다. 정성립 사장 부임 이후 '빅 배쓰'(부실 털어내기)가 있을 것이라는 예상은 했었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의 숨겨진 부실의 규모가 이렇게 클 줄은 아무도 몰랐다.
 
문제는 여전히 대우조선해양의 부실이 남아있다는 점이다. 비록 지난 2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상당 부분을 털어냈지만 아직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은 부분이 많다. 시장에서는 올해 4분기쯤이면 또 다시 대우조선해양의 남은 부실이 실적에 반영될 것으로 보고 있다.
 
◇ 여전히 남아있는 불씨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2분기 3조318억원의 영업손실을 입었다. 하지만 영업손실에 반영되지 않은 손실까지 합하면 총 3조2320억원에 달한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2분기에 예정원가 재조정을 통해 향후 매출 감소분과 2분기 매출 감소분을 손실로 반영했다. 그 규모만도 2조9500억원에 달한다.
 
예정원가는 작업 개시 전 과거의 건조 경험을 토대로 향후 공사 진행과정에 들어갈 비용 등을 계산해 산출한 공사 원가다. 하지만 공사를 진행해보니 실제로 투입되는 비용이 예정원가를 넘어섰다.
 
실제 투입 비용이 예정 원가를 넘어선 것은 대우조선해양이 진행했던 각종 해양 플랜트가 한 번도 건조해보지 않았던 초대형 심해 에너지 생산 설비였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완공 때까지의 정확한 비용 산정을 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대우조선해양은 이번 실적에 예정원가를 다시 산정해 반영했다. 
 
▲ 대우조선해양의 지난 2분기 실적 쇼크는 기술과 경험 부족으로 공사 예정원가를 정확히 산정하지 못한 것에서 출발했다. 이 때문에 대우조선해양은 2분기 실적에 2조9500억원에 달하는 매출 감소분을 손실로 반영해야 했다.


2조9500억원에는 예정원가 상승으로 향후 발생할 매출액의 감소분 2조5000억원이 선반영돼있다. 여기에 지난 2분기에 감소한 매출액 4500억원이 포함돼있다. 이와 함께 공사손실충당금 2100억원, 장기외상매출충당금 720억원도 추가됐다. 미래 매출액 감소분의 구성은 해양부문 86.5%, 특수선 13.5%이며 공사손실충당금은 해양부문 58%, 상선부문 42%다.

 

업계에서는 해양플랜트의 규모가 큰 만큼 예정원가를 1%만 올려도 해양플랜트 1기당 수천억원의 손실을 입는 것으로 보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부실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송가 프로젝트의 경우 총 4기의 손실이 1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송가 프로젝트는 현재 인도 시점이 1년 반 가량 지연되고 있다. 수주한 4기 중 인도된 것은 1기에 불과하다. 나머지 3기는 올해 말까지 인도할 예정이지만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대우조선해양의 해양플랜트 수주잔량은 현재 254억달러 규모다. 경쟁사인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에 비해 많다. 지난 2분기 대규모 부실을 털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잠재적 부실의 불씨는 남아있는 셈이다. 특히 해양 부문의 비중이 높은 대우조선해양으로서는 아직 안심할 단계가 아니라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 '해외 자회사' 리스크

 

업계와 시장에서는 대우조선해양을 매우 불안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미 3조원이 넘는 손실을 입었지만 아직 모든 부실이 다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는 대우조선해양이 보유하고 있는 해외 자회사들이 있다. 업계에서는 이들 해외 자회사들이 추가적으로 1조원 가량의 손실을 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대주주인 산업은행은 현재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실사를 진행중이다. 이 과정에서 대우조선해양이 보유하고 있는 루마니아 대우망갈리아조선소와 미국의 풍력발전 업체인 드윈드의 경우 더 이상 기업으로서 유지가 어려운 만큼 청산해야 한다는 결론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분기 기준 대우조선해양이 해외 자회사에게 제공한 담보와 지급보증 규모는 9억4000만 달러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루마니아 대우망갈리아조선소에 대한 지급보증만 4억 달러에 달한다.

 

▲ 대우조선해양의 해외 자회사인 루마니아 대우망갈리아조선소. 대우조선해양은 이번 2분기 실적 발표에 해외 자회사의 부실을 반영하지 않았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의 해외 자회사 중 대우망갈리아조선소와 드윈드 등에 대해 청산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이들 해외 자회사들의 부실은 반영하지 않았다. 실사가 진행 중인 만큼 정확한 부실 규모를 파악한 이후에 손실을 반영하겠다는 생각이었다. 이들에 대한 부실은 이르면 3분기 늦어도 4분기에는 실적에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만일 이들 해외 자회사들이 산업은행의 판단대로 청산 과정을 밟는다면 대우조선해양은 해외 자회사의 대출금에 대해 이행보증 의무를 대신 져야한다. 이렇게 되면 대우조선해양의 추가적인 손실은 불가피하다. 시장과 업계에서 우려하는 것이 이 부분이다. 현재도 대규모 손실에 휘청이고 있는 마당에 추가로 조(兆)단위의 손실이 반영된다면 자칫 대우조선해양 전체가 무너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경자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2분기 부실을 최대한 반영했지만 실사 후 추가 손실이 있을 수 있다"면서 "특히 망갈리아와 드윈드 등 그간 비용 반영이 적었던 해외법인의 손실이 크게 반영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 고강도 구조조정 돌입

 

대우조선해양은 이번 적자 발생으로 자본총계가 4조5000억원에서 2조1000억원으로 감소했다. 부채비율도 종전 374%에서 800%대로 치솟았다. 이에 따라 업계 일각에서는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에 대해 유상증자에 나설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현재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에 대해 유상증자, 신규자금투입, 출자전환 등을 놓고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대우조선해양은 최근 고강도 구조조정안을 내놨다. 하지만 업계와 시장은 대우조선해양에 대해좀 더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대우조선해양도 스스로 고강도 구조조정안을 내놨다. 인적 구조조정은 없다고 단언했던 정성립 사장이 말을 바꿨다. 그렇지 않으면 더 이상 부실의 늪에서 헤어나올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업계와 시장은 대우조선해양이 처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고강도 구조조정 뿐만 아니라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대우조선해양은 우선 부장, 전문·수석위원 등 고위직 1300여명을 대상으로 이달 말까지 희망퇴직 혹은 권고사직을 단행키로 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인적 구조조정을 통해 약 30% 인력이 감축될 것으로 보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인적 구조조정은 1980년대 조선업 공정 자동화 당시 대량 해고 이후 처음이다

또 조선·해양사업과 무관한 자회사는 청산, 매각키로 했다. 중국 대우조선해양산동유한공사의 일부 지분을 매각하고 루마니아 대우망갈리아조선소는 사업 규모를 축소하거나 여의치 않을 경우 청산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서울 본사 사옥을 포함한 비핵심 자산 정리는 물론 R&D센터 건립을 위해 추진하던 마곡산업단지 관련 사업도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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