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무 회장의 동생인 구본준 부회장이 LG그룹 전체 신사업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으면서 재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오너 일가가 주력계열사 대표이사에서 물러나 직접 미래사업 육성에 나섰기 때문이다.
구 부회장이 이미 5년간 LG전자 대표이사를 맡은 만큼 변화 가능성이 제기돼 왔지만 신성장사업추진단이라는 신설조직 수장은 그동안의 예상에서는 벗어나는 결과다.
구 부회장은 앞으로 (주)LG 신성장사업추진단장을 맡아 그룹 차원에서 육성중인 소재와 부품, 자동차 관련사업, 에너지 등 미래사업을 총괄하게 된다.
▲ 구본준 LG 부회장 |
◇오너가 직접 나섰다
LG는 그동안 각 계열사들이 미래사업을 준비해왔고, 그 사업을 확대하는 과정을 막 시작한 단계다. 특히 에너지와 자동차관련 사업은 전 계열사를 관통하는 키워드였다. 현재 LG전자와 LG화학, LG CNS, LG유플러스, LG하우시스 등은 '완결형 에너지 밸류 체인(Value Chain)'을 구축을 내걸고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LG화학, LG하우시스 등은 자동차 부품에서 배터리, 디스플레이, 소재 등의 분야에서 시장을 확대하는 중이다. (주)LG는 그 과정에서 계열사들의 사업을 조율하는 역할을 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구 부회장이 직접 미래사업들을 챙기겠다고 나선 것은 그동안의 '속도'에 만족하지 못했다는 의미로 읽힌다. 실제 LG는 상당기간 에너지와 자동차 관련사업을 미래사업으로 키워왔지만 아직 본격적인 성장이 시작된 수준은 아니다.
문제는 세계 경기가 부진하고, 주요 분야에서 경쟁강도가 높아지면서 기존 LG그룹의 주력사업들이 위협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주력사업들이 힘을 잃기전에 미래사업이 보다 빨리 가시적인 성과를 내줘야 하는 처지다.
특히 이들 분야의 국내외 경쟁자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구본무 회장이 강조해온 '시장선도' 관점에서 시간이 많지 않은 상황이다.
◇미래사업 속도낼듯
구 부회장은 과거 LG필립스LCD 대표이사 시절, 과감한 투자에 나서며 현재 LCD업계 1위인 LG디스플레이의 성장기반을 닦은 인물이다.
LG전자 대표이사로 재직하면서도 체질개선과 미래준비에 성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과거 LG화학과 LG반도체를 시작으로 그룹내 주력 계열사를 모두 경험했다는 점 역시 미래사업 육성과정에서 장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LG가 이번 인사에서 시너지팀을 사업개발팀과 통합한 것도 구 부회장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신성장사업추진단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란 전망이다.
구본무 회장의 아들인 구광모 상무가 재직중인 시너지팀은 그동안 에너지 분야를 중심으로 계열사간 사업을 조율해오던 조직이다. 이 조직을 사업개발팀과 합치며 기능을 강화했다. 에너지관련 사업에 정통한 백상엽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해 팀을 이끌게 된다.
LG전자가 신설한 '소재·생산기술원'도 주목되는 조직이다. 기술원은 그룹내 소재와 장비 등 기반기술 역량을 강화하라는 목표를 부여받았다. 소재·생산기술원장에는 그동안 자동차부품 사업 강화를 주도해온 홍순국 전무를 사장으로 발탁했다. 그만큼 기술원의 역할에 거는 기대가 크다는 의미다.
당장 LG 내부에서도 구 부회장의 이동과 관련, 과거보다 사업추진 속도가 빨라지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단순히 기술개발이나 초기 사업화를 넘어 본격적인 성장 드라이브가 걸릴 것이란 반응이다. LG도 구 부회장의 역할과 관련해 "관련사업 포트폴리오를 고도화하는데 주력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