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웃었다. 하지만 그것이 끝이었다. 지난 1분기 실적이 공개된 결과, 삼성그룹 제조계열사 대부분은 여전히 실적부진에 빠져 있었다.
삼성전자만이 스마트폰 실적개선에 힘입어 시장의 예상치를 뛰어넘는 성적을 기록했고, 삼성물산의 부진은 계속 됐다. 삼성SDI나 삼성전기 등 전자계열사 역시 아직 반등조짐을 보여주지 못했다.
삼성그룹 전체적으로 사업 및 인력조정이 이뤄지고 있는 것도 이같은 분위기와 연결된다. 그나마 2분기에는 전체적인 상황이 개선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는 점은 위안거리다.
◇ 삼성전자는 웃었다
삼성전자는 깜짝실적을 기록하며 일단 분위기 전환에 성공했다. 반도체부문이 견조했고, 갤럭시S7 조기출시 전략도 효과를 냈다.
삼성전자는 1분기 매출 49조7822억원, 영업이익 6조6758억원을 기록했다. 전분기 대비 매출은 6.63% 감소한 반면 영업이익은 8.68% 증가했다.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5.65%, 영업이익은 11.65% 증가했다.
삼성전자 실적개선은 전작에 비해 1개월 정도 빨랐던 갤럭시S7 조기출시에 따라 무선사업부 이익이 늘어난 영향이다. 무선사업(IM) 부문은 매출 27조6000억원, 영업이익 3조890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동기대비 매출은 6.6%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42% 늘었다. 무선사업부 영업이익은 2014년 2분기 4조4200억원을 기록한 이후 가장 많았다.
1분기 시황이 좋지 않았지만 수익성을 방어한 반도체부문의 공도 적지 않았다. 반도체부문은 1분기 매출 11조1500억원, 영업이익 2조6300억원을 기록했다. D램과 낸드플래시 모두 고부가가치 제품 라인업을 갖췄다는 점이 주효했다.
소비자가전도 계절적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선방한 실적을 기록했다. 소비자가전 매출은 10조6200억원, 영업이익은 5100억원에 달했다. SUHD TV, 커브드 TV 등 프리미엄 제품 판매 증가로 전년동기대비 실적이 개선됐다.
일단 2분기 분위기도 나쁘지 않다. 삼성전자도 실적발표에서 "2분기에도 견조한 실적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언급했다. 2분기에도 스마트폰과 반도체가 실적을 이끌고, 디스플레이와 가전이 이를 뒷받침하는 모습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잠시 주춤했던 실적개선 추세가 다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는 반응이다.
◇ 삼성물산 또 적자..중공업도 침울
삼성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인 삼성물산의 실적은 좋지 못했다. 옛 제일모직과 통합한 이후 2개 분기 연속 적자였다. 건설부문의 적자는 3분기째 이어졌고, 규모 역시 시장 예상보다 많았다.
삼성물산은 지난 1분기 영업손실 4348억원을 기록했다. 전분기 891억원보다 5배 가까이 늘어났다. 매출은 6조487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10.2% 감소했다. 순손실은 5166억원으로 집계됐다.
삼성물산의 적자확대는 건설부문의 영향이 컸다. 건설부문은 매출 2조7930억원, 영업손실 415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분기 대비 19% 줄었고, 영업손실은 2770억원 늘었다. 작년 3분기 호주 로이힐 프로젝트 손실을 반영한 이후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1분기 역시 건설부문의 프로젝트 연기에 따른 비용 증가 등 원가 상승요인을 반영한 영향이 컸다.
상사부문 1분기 매출은 2조6050억원으로 전분기(2조 5960억원) 대비 소폭 증가했다. 화학 및 철강 트레이딩의 실적 개선에도 불구하고 유가 하락과 자원사업의 부진해 영업이익 규모는 20억원에 그쳤다.
패션부문은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4770억원과 70억원으로 집계됐다. 리조트 부문은 계절적 비수기 영향으로 매출은 전분기 대비 11.6% 줄어든 5240억원을 기록했고, 40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했다. 삼성그룹이 미래성장동력으로 키우는 바이오 부문은 매출이 전분기 대비 83% 증가한 880억원이었지만 영업손실은 250억원으로 잡혔다.
삼성중공업 역시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1분기 매출은 전년대비 3.1% 감소한 2조5301억원,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76.8% 감소한 61억원에 그쳤다. 1분기 매출 감소는 조업일수가 줄었고, 부유식저장시설(FLNG)의 공정 진행속도 조절에 따른 매출 이연 등 때문이다. 이익률이 좋은 FLNG 분야 매출이 감소하면서 영업이익도 줄었다.
◇ 삼성SDI·삼성전기도 부진
삼성SDI는 영업적자가 크게 확대됐다. 희망퇴직과 통상임금 소송에 따른 비용 등 경영효율화 관련 비용, 중대형전지 자산손상 등 일회성 비용 1조1000억원을 일시에 반영했기 때문이다.
삼성SDI의 1분기 매출은 1조907억원으로 전분기대비 2.6%, 전년동기대비로는 7.6% 증가했다. 하지만 영업손실 규모는 급증하며 7038억원까지 커졌다. 삼성SDI는 이번 실적에서 희망퇴직에 따른 일시금 지급, 통상임금 소송결과에 대비한 충당금 등을 모두 반영했고, 중대형전지사업 초기에 발생한 일부 부실자산을 모두 인식했다.
이런 비용을 제외하면 영업적자 규모는 500억원 수준에 그친다는 설명이다. 또 일회성 비용을 모두 반영한 만큼 이르면 2분기, 늦어도 하반기부터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전기도 지난 1분기 매출을 소폭 늘렸지만 수익성 방어에는 실패했다. 전체적으로 매출원가가 늘어난 영향이다. 삼성전기는 지난 1분기 매출 1조6043억원, 영업이익 429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지난해 1분기 대비 0.1% 증가한 반면 영업이익은 49.6% 감소했다. 전분기 대비로는 매출은 17.8%, 영업이익은 두배가량 늘었다.
전분기 대비로는 실적이 개선됐지만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서는 좋은 점수를 받기 어려웠다. 삼성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1분기에 비해 크게 감소한 것은 매출원가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1분기 삼성전기 매출원가는 1조3196억원으로 전년의 1조2626억원에 비해 약 570억원 가량 증가했다. 1분기에 판매관리비를 전년의 2549억원보다 100억원 이상 줄인 2418억원까지 낮췄지만 늘어난 매출원가를 감당하지 못하며 이익이 줄었다.
삼성전기는 플래그십 신모델용 AP 및 메모리용 기판 공급이 확대되는 등 2분기에는 실적이 더 개선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삼성SDS도 기업들의 투자 위축 영향을 받았다. 1분기 매출은 1조7450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에 비해 8.9% 감소했고, 전분기에 비해서도 17.09% 줄었다. 영업이익도 각각 4.5%, 28.4% 감소한 1245억원에 머물렀다.
주력인 IT서비스 사업이 글로벌 경기가 가라앉으며 수주 등에 어려움을 겪었고, 신사업인 물류 BPO(업무프로세스) 실적도 주춤했다. 삼성SDS는 올해 해외시장 공략을 통해 실적개선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