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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빅3 구조조정' 日타산지석 삼아야

  • 2016.06.10(금) 11:21

10.3조원 규모 구조조정안 제시..일본 사례와 흡사
자금지원만으로는 안돼..설비감축 통해 위기넘겨야

조선 빅3가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올들어 현실화되고 있는 수주절벽에 기존 해양플랜트 부실까지 겹치며 한국의 조선업은 가장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향후 전망도 어둡다. 경기 침체의 여파로 발주량은 급감했고 수주 잔량도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 버티는 것조차 힘든 상황이다.

조선 빅 3의 자구안 규모는 총 10조3000억원에 달한다. 조선 빅 3 모두 '본업'에의 집중, 불확실성에 '대비', 사업 및 인력 '조정'을 내세웠다. 문제는 성공 여부다. 실패할 경우 한국의 조선업은 나락으로 떨어진다. 한국 경제에도 치명타다. 조선업 구조조정이 중요한 이유다.

◇ 왜 구조조정인가

국내 조선 빅3가 구조조정을 해야하는 상황까지 몰린 것은 한 마디로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 때문이다. 지난 2007년 초호황기를 맞았던 국내 조선업체들은 당시 생산능력을 크게 확장했다. 하지만 이내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고 계속된 경기침체에 수요는 급감했다. 만들 준비는 돼있는데 만들 배가 없어진 셈이다.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은 결국 수익성 악화로 나타났다. 여기에 업황 침체기에 반짝 등장한 해양플랜트 수요 급증에 현혹돼 무분별하게 뛰어들었던 것도 조선 빅3의 수익성 악화를 가속시킨 이유다. 결국 조선 빅3는 작년에만 10조원에 육박하는 손실을 입었다. 이것이 조선 빅3를 구조조정으로 몰아넣은 원인이다.

이에 따라 조선 빅3는 최근 잇따라 자구안을 내놨다. 주채권 은행과의 협의를 통해 중장기적으로 진행할 구조조정의 뼈대다. 여기에는 3가지 공통점이 있다. 조선업에만 집중함과 동시에 인력과 사업을 조정해 조직을 슬림화하기로 했다. 또 향후 전망이 불확실한 만큼 이에 대비해 호황기를 기다리겠다는 의지도 담았다.

▲ 그래픽=김용민 기자.

현대중공업은 비핵심자산 매각, 사업조정, 경영합리화 등 오는 2018년까지 총 3조5000억원 규모의 경영개선계획을 발표했다. 현대차와 KCC 등 보유주식과 매출채권, 부동산, 현대아반시스 지분 등 비핵심자산을 매각하고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할 계획이다. 아울러 일부 사업 분사도 이뤄진다.

삼성중공업은 1조5000억원 규모의 구조조정안을 내놨다. 거제호텔 등 비핵심 자산 매각은 물론 유상증자를 추진해 불확실성에 대비한다는 계획이다. 또 잉여 설비 용도 전환과 임대, 인력 구조조정 등을 실시해 전반적으로 비용을 줄이겠다는 계산이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오는 2020년까지 전체 자회사를 모두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도크 2기도 매각하고 직영인력 감축, 임금 반납, 직영 인건비 절감 등을 구조조정안으로 발표했다. 아우러 본사를 거제로 이전하고 조선업 본업에만 집중하겠다는 생각이다. 총 구조조정 예상 총액은 5조3000억원이다.

◇ 일본에서 배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국내 조선업 구조조정은 과거 일본의 정부 주도의 조선업 구조조정과 닮아있다. 2000년대 들어 한국 조선업이 글로벌 조선 시장을 호령하기 전 맹주는 일본이었다. 70년대 일본의 세계 조선 시장 점유율은 55%에 달할만큼 독보적이었다. 하지만 오일쇼크 이후 일본의 조선업은 무너졌다.

이에 일본 정부는 80년대 들어 두 차례에 걸친 조선업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일단 1980년 1차 설비 조정을 통해 61개에 달하던 일본의 조선업체 수를 44개로 줄였다. 도크수도 138기에서 73기로, 건조능력도 960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에서 603만CGT로 33%나 감소시켰다.

정부의 구조조정에도 불구 일본 조선업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결국 일본 정부는 1988년 2차 설비 조정에 나섰다. 2차 설비 조정으로 일본의 조선업체 수는 다시 26개사로 줄었다. 도크는 46기, 건조능력은 24% 감소한 460만CGT로 감축했다. 대신 일본 조선업체들은 조선 비중을 줄이고 플랜트, 우주항공 등 비조선 분야에 투자를 확대했다.

▲ 일본 미쓰비시 중공업 나가사키 조선소. 과거 일본은 두 차례에 걸쳐 정부 주도의 조선업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이를 통해 생산능력을 크게 줄이고 대신 비조선 부문에 대한 투자를 확대했다. 과거 일본의 사례가 현재 국내 조선업체들에 대한 구조조정 방향과 맞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일본의 조선업 구조조정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일각에서는 일본 정부의 두 차례에 걸친 구조조정으로 생산능력이 급감하면서 이후 도래한 호황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반면, 긍정적인 시각도 있다. 두 차례에 걸친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세계 시장에서의 지배력은 약해졌지만 다른 사업에 대한 투자로 초유의 불황을 막아낼 수 있었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비조선 부문에 대한 투자 확대를 단행한 당시 일본의 전략을 현재의 우리에게도 적용시킬 수 있을 지 여부에 대해서는 미지수다. 당시 일본이 처한 상황과 현재 한국이 처한 상황은 다르다는 의견이 많다. 일본은 한국과의 경쟁 심화를 회피하기 위해 비조선 부문 투자 확대를 택했다. 하지만 한국의 현 상황은 수요 감소와 중국의 도전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또 신사업 투자 여력이 전무한 상태다.

따라서 국내 조선 빅3가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은 생산능력 감축을 통한 비용 절감으로 버티는 수밖에는 없다는 것이 업계와 시장의 분석이다. 한영수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다음 호황까지의 생존을 위해 현재 한국 조선사들은 일부 생산 능력 감축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고정비 감축을 통해 불황이 장기화되더라도 생존 가능한 기간을 늘여야한다"고 지적했다.

◇ 아직 기회는 있다

업계와 시장에서는 조선 빅3가 비록 구조조정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있지만 회생 가능성은 높다고 보고 있다. 한국의 조선업이 가진 경쟁력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이다. 여기에 LNG선, LPG선, 초대형 컨테이너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에 대한 기술력은 독보적이다.

다만 우려스러운 것은 이들 선박에 대한 발주가 한동안 정체될 것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구조조정은 조선 빅3가 버틸 수 있는 힘을 기르는 데에 주안점을 두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비록 지금은 고통스럽지만 설비 감축을 통해 호황기의 도래를 준비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대처법이라는 분석이다.

업계와 시장에서는 올해와 내년은 한국에서 실질적인 생산능력 감축이 일어나는 최초의 시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한국의 조선업 구조조정이 생산능력의 감축보다는 한계 조선사로의 자금 지원에만 치중했던 것을 감안하면 다소 생소한 형태의 구조조정인 셈이다.

▲ 업계와 시장에서는 국내 조선업체들이 비록 구조조정에 돌입한 상황이지만 보유하고 있는 경쟁력이 높은 만큼 재기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중국 조선사들도 생산 능력 감축에 나서고 있는 만큼 한국의 설비 감축은 점진적으로 전반적인 선가인상을 유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구조조정에 돌입한 조선 빅3들이 대부분 주채권 은행의 통제를 받게돼 상대적으로 과거와 같은 신규 수주 활동에는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는 곧 공급을 줄여 선가를 높이고 결국에는 생존에 성공하는 조선사들만이 수혜를 입을 수 있다는 의미다.

아울러 현재의 구조조정이 과거와 같은 산업 합리화가 아닌, 산업 경쟁력 강화에 방점이 찍혀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도 모든 조선사를 지원할 수 없는 만큼 경쟁력이 있는 조선사를 선별해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더 이상의 단순한 자금 지원만으로는 조선 산업은 물론 국가 경쟁력 향상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성기종 미래에셋대우 애널리스트는 "이제는 국내 조선 빅3는 강점을 살리고 중소형사는 중소형사대로 특성과 경쟁력을 살려야 한다"면서 "한국 조선사들의 경쟁력과 잠재력은 높기 때문에 산업경쟁력강화를 위한 노력만 더해진다면 세계 조선업계의 선두를 지킬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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