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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만한 물건 없나요" 지갑 두둑한 유화업계

  • 2016.09.28(수) 16:47

LG화학, 폴란드 배터리 공장 연내 착공
SK이노베이션, 중국 화학기업 M&A 관심

지난해부터 실적 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국내 정유 및 석유화학사들의 곳간이 쌓여가고 있다. 정유사들은 저유가 영향으로 석유제품 수요가 늘면서 정제마진 강세 효과를 보고 있으며, 석화기업들은 원료인 나프타 가격 약세와 제품 가격 강세로 스프레드(판매가-원료가)가 고공행진을 하고 있어 분기마다 깜짝 실적을 달성하고 있다.

 

저유가로 인해 일시적 호황기를 누리고 있지만 정유 및 석유화학 산업 장기 전망은 불투명하다. 이런 이유로 각 기업들은 보유한 현금이 크게 늘어나자 분주히 새로운 투자처를 찾아 사업 다각화 및 신성장동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 LG화학 “지금이 적기다”

 

28일 정유 및 석유화학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올 들어 2건의 M&A(인수·합병)를 성사시켰다. 지난해 말부터 관심을 가졌던 팜한농(옛 동부팜한농)을 5152억원에 인수했다. 이후에는 팜한농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3000억원을 지원했다.

 

이와 함께 최근에는 그룹 계열사인 LG생명과학도 소규모 합병하기로 결정했다.  LG화학은 생명과학 인수 후 제약 분야 연구·개발에만 연간 3000억~5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LG화학이 잇달아 국내 바이오 기업을 인수하며 사업 다각화에 나섰음에도 재무구조는 여전히 탄탄하다. 그동안 이어진 호실적을 바탕으로 현금유동성에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 올 상반기 기준 LG화학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1조7176억원, 매출채권은 3조1985억원 수준이다.

 

 

이와 관련 나이스신용평가는 “LG화학과 LG생명과학 합병에 따른 LG화학 재무안정성 변화는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더해 LG화학은 연내 폴란드에 전기차 배터리 생산공장도 착공할 계획이다. 세계 3대 전기차 시장 중 하나인 유럽을 공략하기 위해서다. 폴란드 공장이 준공되면 LG화학은 국내 오창과 미국 홀랜드, 중국 남경과 함께 글로벌 4각 생산체제를 갖추게 된다.

 

당초 LG화학은 올해가 전기차 배터리 사업 성과실현의 원년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동안 공격적으로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의 전기차 프로젝트를 수주했고,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본격화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에서 규제 강화로 인한 견제가 이뤄지자 사업이 난관에 부딪혔다. 결국 전지사업 실적은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 전기차 배터리 사업 불확실성도 더욱 커진 상황이다.

 

그럼에도 LG화학은 결단을 내렸다. 이를 통해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의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투자 규모 및 구체적인 시기 등은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LG화학 관계자는 “배터리 사업 이익이 부진하지만 매출 분야에선 확실히 성장성을 보이고 있다”며 “오랜 시간 준비한 사업인 만큼 투자를 통해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키워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 M&A 노리는 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은 ‘석유화학 분야에선 중국 시장 공략을 강화한다’는 차이나 인사이더 전략을 수행하기 위한 전략으로 M&A에 관심을 갖고 있다.

 

이를 위해 SK종합화학은 중국 내 유망 화학기업 인수에 관심을 갖고 있다. 최근에는 NCC(나프타분해설비)를 통해 올레핀 계열 제품을 생산하는 하이세코 인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K이노베이션 역시 곳간이 풍성하다. 지난 2014년 최악의 한 해를 보낸 이후, 유동성 부족으로 핵심 계열사인 SK루브리컨츠 매각과 상장 등을 검토하기도 했지만 지난해부터 가파른 실적 성장으로 자금은 여유로운 상황이다.

 

올 상반기 기준 SK이노베이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3조3850억원, 매출채권도 3조5137억원에 달한다. 

 

 

롯데케미칼은 처한 상황이 조금 다르다. 올 상반기 롯데케미칼은 국내 석유화학 업계 1위인 LG화학보다 많은 영업이익을 거두며 어닝 서프라이즈를 달성했다. 대규모 NCC 설비를 보유한 것이 호실적의 밑거름이 됐다.

 

이와 함께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우즈베키스탄 수르길 프로젝트에 이어 올해는 미국에서 에탄 크래커(ECC) 사업을 본격화하며 제품 원료 다변화 및 외연 확장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미국 사업 합작 파트너인 액시올(Axiall Corporation) 인수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삼성으로부터 삼성정밀화학(현 롯데정밀화학)과 삼성SDI 케미칼 사업부문(현 롯데첨단소재)을 인수하기로 결정하고, 올해 인수를 마무리 지었다. 그럼에도 시장에선 액시올 인수를 위한 자금 마련도 가능할 것으로 것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신동빈 롯데 회장의 비자금 논란 등 그룹 전체가 위기를 맞으며 상황이 급변했다. 석유화학 산업 특성 상, 신규 사업을 위해선 대규모 투자가 이뤄져야 하지만 현재 롯데케미칼 입장에선 이 같은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미국 ECC 합작사업 등 기존에 추진 중이던 프로젝트는 차질 없이 진행하고 있다”며 “다만 아직까지 새롭게 투자할 만한 사업 혹은 투자처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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