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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 뜬금없이 "조선 빅2 체제로"…이유는?

  • 2016.11.02(수) 17:53

정성립 사장 "대우조선 정상화 후 재편해야"
"경영 정상화에 전력투구‥충분히 경쟁력 있다"

'조선 빅3' 중 하나인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빅2'론(論)을 지지하고 나섰다. 정부의 조선 경쟁력 강화 방안이 나온 이후 여론은 좋지 않았다. 부실한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처리 방안이 빠져서다. 이 때문에 정부가 대우조선해양 처리를 다음 정권으로 미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당초 맥킨지 보고서에는 조선 빅3 중 대우조선해양을 정리하고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의 '조선 빅2'체제로 가야한다는 의견이 담겼다. 대우조선해양이 강하게 반발했고 결국 보고서의 결론은 '빅3 체제' 유지로 바뀌었다. 그런데 당사자인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갑자기 '빅2 체제'를 지지하고 나섰다. 왜 일까.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2일 서울 중구 대우조선해양 서울 사무소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었다. 정 사장은 약 1시간 30분가량 진행된 간담회 내내 대우조선해양이 가진 잠재력에 대해 강조했다. 정부의 조선 경쟁력 강화 대책 발표 이후 대우조선해양에 쏟아지는 비난 여론을 불식시키기 위해서였다. 이것이 이번 간담회의 본 목적이었다.

실제로 정 사장은 간담회 내내 대우조선해양의 전 임직원이 자구안 실현을 위해 '사즉생'의 노력을 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향후 조선·해양 부문에 집중하되 해양 부문의 비중을 줄이겠다고 했다. 인적구조조정의 필요성과 방산 부문의 물적 분할을 통한 발전 방안도 내놨다. 회생을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는 점을 역설했다. 

▲ 2일 대우조선해양 다동 사옥에서 정성립 사장 (가운데), 김열중 부사장 (오른쪽), 조욱성 부사장 (왼쪽)이 참석한 가운데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하지만 이날 가장 눈에 띄는 발언은 정 사장의 조선산업 '빅2' 재편론이었다. 시작은 정부의 조선업 경쟁력 강화 대책에 대한 생각을 풀어 놓는 것에서 출발했다. 그는 "정부의 대책 발표에 대해 알맹이가 없는 대책이라는 평가가 많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여기에는 '빅2'체제로 가야하는데 못해서 다음 정권으로 미룬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깔려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어 정 사장은 작정한 듯 '빅2' 체제에 대한 그의 개인적인 생각을 풀어놓기 시작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빅3'보다 '빅2'가 중국 등과 경쟁할 때 효율적일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대우조선해양은 맥킨지가 제시했던 '빅2' 체제로의 재편에 대해 강력하게 반발했었다. 그랬던 대우조선해양의 수장이 회사의 입장과 반대로 '빅2'체제에 대해 우호적인 발언을 했다. 정부가 '빅3' 체제 유지로 가닥을 잡자 안심했던 것일까.

정 사장은 자신의 '빅2' 옹호에 대해 차근차근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는 "현재 상황에서 '빅2'로 구조조정하려면 대우조선의 문을 닫고 이 시설을 폐기하거나, 지금의 '빅3' 중 현대중공업이나 삼성중공업에서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는 방법 이 두가지 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대우조선해양의 시설 폐쇄는 한진해운 사태보다 후폭풍이 더욱 클 것"이라면서 "현대중공업이나 삼성중공업이 인수할 여력도 없다. 만일 이들이 인수에 나선다면 정부가 지원을 해줘야 할 것이고 이렇게 되면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또 다른 지원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현 상황에서 '빅2'로 간다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대우조선해양이 정상화된 후 빅 3간의 인수합병이 되도록 시간을 줘야한다"며 "대우조선해양의 새로운 주인을 찾아줘야한다는 것에는 대우조선해양 임직원 모두 동의한다. 하지만 당장 문을 닫자거나 기술력 없는, 생존력 없는 회사라고 보는 데에는 동의하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지금은 지원 등을 통해 대우조선해양을 정상화하는 것이 우선이다. '빅2' 체제에 대해 반대한 근거는 문을 닫자는 것에 반대하는 것이지 대우조선해양의 상품 가치를 높여서 '빅2' 체제로 가는 것은 맞는 생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정 사장은 더욱 강경한 발언도 쏟아냈다. 그는 "대우조선해양의 미래에 대해서는 상관하지 않는다. 합병이건 뭐든 상관없다"면서 "하지만 적어도 옥포만에서 지금의 시설과 기술, 잠재력을 포기하는 일만은 없어야 한다고 본다. 이것을 모두 없애야한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다. 대우조선해양이라는 법인이 어떻게 되든 옥포에 있는 시설만큼은 국가 대계를 위해 살려야한다"고 주장했다.

정 사장의 '빅2' 재편론에 대한 찬성의 전제조건은 대우조선해양의 정상화였다. 대우조선해양이 정상화만 될 수 있다면 어떤 일이든 감수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던 셈이다. 그만큼 대우조선해양에게 경영 정상화는 절실하다. 국민의 혈세 4조2000억원이 투입됐다는 점도 그들에게는 큰 부담이다. 


이날 정 사장은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업계와 시장의 우려 섞인 시선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그는 "지난해 10월 정부 및 채권단이 4조2000억원의 지원을 결정한 이후 1년이 지난 지금까지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대우조선해양의 자력 생존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이 많은데 그 점에 대해서는 억울하다. 대우조선해양이 혈세를 받아서 연명하고 있지만 회사 자체의 잠재력은 그 어떤 조선소에 못지 않다"고 말했다.

아울러 "대우조선해양은 오는 2019년까지 최고 기술 경쟁력 유지하면서 매출 규모는 지금의 50%인 연 7조원 규모로 축소할 것"이라면서 "본업인 조선·해양 사업에 집중히고 고비용 저효율 인적 구조조정은 물론 총 5조3000억원상당의 자구계획 수립해 추진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1조5000원의 실적을 달성했다. 현재 임원 및 부서장들 모두 사직서 제출한 상태다. 모두 회생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정 사장은 "현재 대우조선해양의 유일한 화두는 생존"이라며 "이미 회사가 정상화되면 이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대우조선해양에는 어려움을 극복하는 DNA가 있다. 궁극적으로 살아나서 대한민국 조선업에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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