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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경유 역습]②한국이 노려야할 틈은

  • 2017.01.06(금) 10:43

중국 석유제품 수출 쿼터 축소로 '한시름'
장기적 공급과잉 가능성 "품질로 대응해야"

올해부터 중국산 경유 수입이 가능해졌다. 실제 수입이 이뤄지려면 시간이 더 필요한 상황이지만 수입이 본격화된다면 국내 정유업계 입장에선 경쟁자가 추가돼 반가운 상황은 아니다. 중국산 경유 수입 허용 배경과 향후 전망 등에 대해 알아본다. [편집자]

 

중국 정부가 올 들어 지방 소형 정유사(Tea Pot)들의 석유제품 수출에 제동을 걸었다. 작년 말까지만 해도 이들에게 수출 쿼터를 부여하며 제품 수출을 독려하던 것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값싼 중국산 경유 수입에 대해 경계심을 드러냈던 국내 정유업계도 일단 한시름 덜었다.  이로 인해 생긴 기회를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숙제다. 

 

중국이 경유에 대한 품질기준을 상향 조정했지만 아직은 품질 기준에 맞는 제품 생산 기술이 부족하다.  하지만 결코 방심해선 안 된다. 중국은 지속적으로 정제기술 확보에 주력하며 정유업을 수출 산업으로 육성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특히 값싼 경유 제품을 공격적으로 수출 시장에 내놓으면서 장기적으로 국내 정유사들의 수출 전선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 그래픽: 유상연 기자/prtsy201@

 

◇ 빈틈을 노려라

 

중국은 올해 첫 번째 석유제품 수출 쿼터를 1240만톤 허용하며 전년보다 42% 줄였다. 특히 지방 소형 정유사들에게는 수출 쿼터가 주어지지 않았고, 국영석유회사를 대상으로 한 수출 허용량 역시 전년보다 감소했다.

 

이는 지난해 중국의 석유제품 수출량이 급증하며 자국 내 비축량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한승재 동부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중국은 자체 석유제품 생산량을 웃도는 수출량 증가로 인해 자국 내 재고량이 감소했다"고 추정하며 “이 때문에 올해는 석유제품 재고를 다시 늘리는 비축 과정에 들어가 수출량이 감소할 것”으로 진단했다. 

 

▲ 그래픽: 김용민 기자/kym5380@

 

국내 수입사 입장에선 중국산 경유를 들여오기 위한 수입망 및 국내 제품 공급망, 경유를 비축할 수 있는 저장 공간 확보 등 사전 준비작업이 필요하다. 제품을 수입할 때 적용되는 관세 등을 감안한 가격 경쟁력과 수익성 확보 등에 대한 분석을 거치려면 국내 소비자들이 중국산 경유를 사용하는데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오히려 올 상반기까지는 경유의 환경기준을 높인 중국 시장의 빈틈을 공략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생기고 있다.

 

산업연구원은 “중국이 올해부터 경유의 황 함량을 우리나라와 동등한 수준(10ppm)으로 상향 조정했고, 이미 주요 도시에선 이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며 ”하지만 아직까지 중국은 고품질 제품의 생산능력과 기술이 부족한 상태“라고 평가했다.

 

이어 “이로 인해 상반기에는 중국 내 고품질 경유 수요 증가로 중국으로의 경유 수출 확대가 예상되며, 기존의 주요 수출 품목인 아스팔트와 향공유, 윤활유 등 고부가가치 제품 수출의 확대 추세도 지속될 전망”이라고 예측했다.

 

◇ 갈수록 심화되는 경쟁

 

중국 정부의 경유제품 환경기준 강화는 애초 우려와 달리 단기적으론 긍정적 요인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중국이 세계 최대 석유제품 생산국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점은 큰 부담이다. 실제 지난해 중국 정부가 경유 환경기준 강화 시점을 2017년으로 앞당길 계획임을 발표하면서 이전에 생산된 경유를 시장에 덤핑 판매하자 상황이 급격히 바뀌었다.

 

중국 덤핑 제품들과 경쟁하려면 가격을 낮춰야 하는 까닭이다. 이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 지역 내 정유사들의 수익성 악화를 초래한다.

 

BK 남데오 인도 국영 힌두스탄 석유 정유담당 책임자는 “중국이 시장에 더 많은 기름을 쏟아낸다면 국제 석유제품 가격은 파괴될 수밖에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중국의 석유제품 수출 확대는 우리나라에도 이미 영향을 주고 있다. 우리나라의 주요 석유제품 수출국인 일본과 호주, 말레이시아 등으로의 수출량은 감소 추세다.

 

 

산업연구원은 장기적 관점에서 중국을 우리나라 정유산업과 경쟁심화 가능성이 가장 큰 나라로 꼽았다. 중국 내 공급과잉에 따른 해외수출 증가로 인한 글로벌 경쟁심화가 주된 이유다. 이에 대응하려면 우선 고품질 제품 개발 및 가격 경쟁력 확보에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2000년대 이후 중동 국가를 비롯해 아시아 지역 내 정유산업 경쟁이 치열해진 가운데 최근 중국의 밀어내기 수출로 수익성 확보다 더욱 어려워진 상황”이라며 “특정 국가의 수출 확대가 아니라 장기적 경쟁 심화에 대비해 제품 고도화 및 가격 경쟁력 확보, 사업 다각화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최근 수요가 늘고 있는 고기능성 아스팔트와 고품질 휘발유, 항공유와 윤활유 등 제품 개발 및 가격 경쟁력 확보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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